흔히들 100일의 기적이라고 한다. 100일만 눈물로 버티면 신생아 육아가 할만해진다는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오늘은 둘째 해담이의 생후 121일째.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이번에도 해솔이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100일의 기적은 없었다.
1편과 같은 어쩌면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전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100일의 기적을 애당초 기대도 안 했다는 것이다. 해솔이에 비하면 해담이 육아는 쉬운 편이었다. 낮잠도 (해솔이 보다는) 잘 자고, 밤잠도 잘 자는 편이었으니까. 해솔이의 신생아 시절 예방 주사를 워낙 세게 맞아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생각했다는 게 어쩌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그런 희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100일의 기적'은 우리 집에서 금기어였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100일이 지나기가 무섭게 해담이가 낮에 잘 안 자려고 떼를 쓰는 통에 신경 쓰는 아내는 두통, 아기띠를 하고 있는 나는 요통에 시달리기가 벌써 3주째. 밤에는 어찌나 깨는지 엊그제 밤에는 아빠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했다. '100일의 기절'이다.
그래도 애당초 100일의 기적을 기대조차 안 했기에 특별한 감정은 없다. 쇼펜하우어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 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라고. 인생의 고통을 행복으로 바꾼다는 생각이 아니라 고통은 고통대로, 행복은 행복대로 다 그만한 가치가 있겠거니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편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실천하기는 참 어렵지만 오늘 밤에도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늘이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 중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하며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하루 육아를 마무리한다.
큰 기대는 안 한다만, 오늘 밤에는 나도, 해담이도 진득하게 꿈나라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