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어렵다 그래도 당연한 건 아니지
최근 국제개발 분야에 '전문가'라고 불리는 한 사람이 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나야 머, 이제 여기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임기가 끝나고 나면 그 뒷일은 남은 사람이나 다음에 올 사람이 할 일이지. 내가 그것까지 신경 쓸 수야 없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을 하는 소히 '전문가'들을 멀리서 볼 기회가 있었다.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거나, 코이카나 국제기구에서 취업해 근무, NGO나 종교단체의 신념을 가지고 해외봉사활동을 오래 해와서, 그리고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라고 불린다.
사실, 전문가라는 단어의 애매모호함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들 전문가 중에서는 개인의 기술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국제개발협력의 목적이나 본질인 그 기술과 전문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모르는 '개인의 생각에 입각한 전문가'가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혼자서 일해서, 고집이 있어서, 그들만의 가지고 있는 콘셉트와 개인적인 경험이 너무나 강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개인의 생각이 강한 전문가'는 개발도상국에서 '전문가'라는 호칭에 걸맞은 활동을 펼치는 경우가 적은 것이 사실인데, 이는 개발도상국의 문화와 생활방식,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마음과 성향을 파악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말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도우려고 해도 의지가 없거나,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전문가가 와서 일을 해도 변하는 게 없어"
분명 맞는 말이다.
그래서 누구의 편도,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것이 국제개발협력의 현장이고 어려움이다.
국제개발의 또 다른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쩌면 너무 많은 낭비와 실패의 사례들로 인해, 요즈음 국제개발 분야에서는 '덜 실패하는' 또는 '덜 낭비가 된 것처럼 보이는' 사업들에 뛰어들지도 모르고, 실제로 그렇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도 할 것이다.
국제개발에 유능한 인재들에겐, 국제개발에 뜻을 품고 뛰어든 사람들에겐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에너지 낭비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국제개발 분야 현실에선, 누군가가 국제개발협력 안에 있다면, 일을 한다면, 피할 수 없는 '해야만 하는 일' 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한국에서 진행하는 ODA 사업에선 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 '가르치고 나서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이끌어 갈 수 있는 사업'
그렇지만, 6개월이, 1년이, 2년이 지나고 나서는 '어쩔 수 없었다'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다음 길을 가는 국제개발의 전문가를 보는 것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이 노력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이것이 최선이다'
'정부가 바뀌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누군가를 탓하고 비난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국제개발에 몸 담은 누구나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알고 있다.
경제, 정치적인 요인들 때문에 그들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속상하고 아쉽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로 인해 조금씩 지쳐가고, 조금 더 치밀하게 계획하고 수행하기보단, 지친 마음과 '어렵다는 것'을 경험한 경험적 요인들 덕분에 '숏컷(지름길)'로 가려는 마음이 커지기도 한다는 것도 감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국제개발사업에 뛰어들려는 사람들(혹은 경험해보려는. 그리고 이런 경험 뒤에 국제개발에 회의를 느끼고 떠나는 사람과 타개해보려 노력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 속에서도 당연하지 않게끔 하려는 노력을 해보려는 것 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도움을 받는(어쩌면 가장 적은 작은 규모의 도움을 받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미소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는 사명감과 뿌듯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려운 건 당연한 거지만, 어려워서 쉽게 가는 건 당연한 게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