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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징과맥락 May 09. 2022

한국인의 문제적 언어 패턴 - 맥락을 믿지 못하는 사람

한국인의 문제적 언어 패턴 #5 - 맥락을믿지못하면엉뚱한질문이나온다


<상황 5>


* 참고 : 아래 동아리는 항상 매주 목요일 저녁에 학습 활동을 한다. 원래는 온라인 8시에 진행이 되었지만, 코로나 규제가 풀리게 되자 이번 주부터 대면 활동을 하게 되었다.


{동아리 단톡}


[동아리 운영진, 지호]  : 동아리 단체 채팅방에 학습 활동에 관한 공지를 올린다.


<학습 공지>

안녕하세요 오늘을 학습 활동의 날입니다.

이번 학습은 코로나 규제 완화를 기념으로 영화를 볼 것입니다.

*영화 줄거리*  

[낯선 이방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

*중요*

참여자는 제게 개인 톡을 주길 바라겠습니다.

동아리 규정상 상영 후 입장은 안되니 늦으면 오지 마세요.

*일시 : 5월 5일 7시부터 9시까지

*장소 : 동아리방


[동아리 부원, 성권] : 상영 시간이 오전 7시가 아니라 오후 7 시인 거죠?


[동아리 운영진, 지호] : 노코멘트


지호는 예정된 행사를 부원들과 잘 마쳤고 부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이제껏 항상 동아리 활동에 열정을 보이고 참여한 성권은 이번 첫 대면 학습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동아리 단톡에서 자신의 질문에 '노코멘트'라는 답장을 본 후 미약한 정도의 불쾌감이 올라왔다.




<분석>


지호는 동아리 공지를 올렸고 성권이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지호는 노코멘트라 대답을 하고 성권은 항상 참여하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성권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데에는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다른 약속이 있다는 등의 명시적인 이유) 이러한 다른 원인들은 글에서 배제하고 다루도록 하겠다.





Q1 : 왜 지호는 성권에게 '노코멘트'라 대답을 했을까?


원론적으로 지호는 동아리 운영진으로서 동아리 부원들에게 동아리에 대한 정보를 성실히 안내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보통 동아리 운영진이 동아리 부원에게 남들이 보는 앞에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행동이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다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무언의 사회적 처벌)를 받게 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지호는 명시적으로 동아리 부원 성권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동아리 내부에서 사회적 처벌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동아리 부원들에게 좋은 학습 활동을 기획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명시적인 차원에서 사람들 간에 오간 '글자'만 보자면 지호의 잘못이 맞지만, 사실 인간의 대화는 '글자'만 교환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글자를 통해 소통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글자'를 필두로 글자가 내포한 감정과 그 기저에 있는 맥락까지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성권이가 아무리 '글자'만 보면 아무런 잘못이 없고 오히려 지호가 잘 못을 한 것이 맞지만, 글자만이 아니라 맥락까지 통틀어 본다면, 성권이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동아리 활동은 항상 학교 수업이 거의 없는 오후 8시 이후에 시작이 되었고 아무리 빨라도 오전 7시에 시작된 적은 없다. 또한 상식적으로 오전 7시에 시작을 한다면 동아리 부원들이 참여하기가 굉장히 어렵기에 오전 7시가 아닌 오후 7시에 활동이 시작하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공지에서 오전, 오후가 명시되어있지 않더라도,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 동아리 활동 또한  오후 7시에 시작한다고 인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판단이고 '과거에도 저녁에 동아리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맥락의 연장에 부합하는 판단이다.


맥락은 한 번 성립이 되면 쉽게 없어지기 힘들다. 그리고 인간의 대화와 집단의 소통은 이러한 맥락에 기초하여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성권은 공지를 보고 '오전 7시인가요?'라고 물어본 행위는 성권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타인들의 눈에는 "저런 질문을 왜 하지?" 혹은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는 질문'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동아리 활동이 오전 7시에 하는지 아닌지조차 궁금해하지 않았고 그러한 의문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맥락을 통해 소통하는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성권이의 뜬금없는 질문이 [디테일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으로 다가올 수가 있다. 성권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맥락을 통해 소통하는 정상적인 언어 패턴을 가진 사람에겐 성권이 지호를 아주 자잘한 부분을 갖고 은근히 지적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평소 타인 와 잘 소통하는 지호의 입장에서는 성권이의 맥락을 이탈하는 뜬금없는 질문이 자신에 대한 미세한 지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따라서 지호는 성권에게 "노코멘트"라고 대답을 한 것이다.


자신의 뜬금없이 맥락을 이탈하는 질문으로 인해 성권이 집단 내에서 살짝 이상한 사람으로, 혹은 엉뚱한 질문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행동이 몇 차례 더 누적이 된다면, 성권은 집단 내에서 사회성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


몇몇 성권과 사람들은 타인과 소통을 할 때 맥락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음에도 완전히 믿지는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를 겪곤 한다.



Q2. 왜 성권은 맥락을 인지하지 못하고 믿지 못할까?


앞서 말했듯 인간의 소통은 '글자'를 교환하면서 글자를 필두로 같이 딸려오는 감정, 그리고 맥락을 공유한다.

따라서 타인과 소통할 때 맥락과 감정에 대한 교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의사소통을 할 때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감정과 맥락의 흐름을 잘 타는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는 사람보다 부가적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고도 자기 의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한다.

그러나 맥락을 잘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같은 맥락의 상황일지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상황으로 인지할 수 있다.

성권이가 한 질문 또한 맥락에 대한 인지의 부재로 인해 나온 질문인 것이다.


맥락을 인지하지 못하는 언어 패턴은 감정에 대한 불신과 맥락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감정에 대한 불신과 맥락에 대한 불신은 자신이 믿었던 감정과 맥락이 끊임없이 반전되고 파괴되는 경험의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원래 감정과 맥락을 믿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너무나 당연한 행위이다.


그러나 원가족과의 대화에서 주양육자가 감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자식은 맥락에 대한 신뢰와 감정에 대한 신뢰가 대화에 있어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을 줄 수 없다고 인식할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그토록 자연스러운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 맥락’에 대한 신뢰와 감정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야금야금 무너뜨려온 것이다.

원래부터 맥락을 믿지 않고 감정을 믿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싶고 또한 그들로부터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을 열렬히 사랑함에도 자신의 사랑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부모도 있다.

대화에 있어 긍정적인 감정을 주 재료로 대화의 맥락을 형성하는 행위 일절 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일상에서 사랑의 맥락을 쉽게 전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서, 사랑에 있어 엄청난 희생이 필요한 줄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매일 먹는 아침밥에서도 사랑은 존재할 수 있고,

밤에 함께 걷는 산책로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맥락은 만들고자 하면 생기는 것이고 만들지 않고자 하면 절대 생기지 않는다.



Q3 :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인간의 대화는 글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글자 밑에 감정이 교류하고 그 밑에 맥락이 교류한다는 것을 우선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이 현재까지 타인과 소통을 할 때 ‘글자’의 세계에만 머물러있었다면, 글자뿐만이 아닌 감정과 맥락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기만 해도,

자신이 타인과 대화할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할 지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취득한 셈이 된다.


그다음 자신이 타인과 대화를 할 때 어떠한 맥락을 타인과 공유하려 하는지 체크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는 자신을 메타 화해서 내가 지금 타인과 어떠한 맥락을 만들어가고 있는가를 보기가 상당히 힘들다.

따라서 상대방과 대화가 끝난 후 30분 이내로 최대한 빨리 어떠한 맥락을 구축하였는지,

나는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순간순간에 어떠한 감정 속에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


대화의 내용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의 내용을 담을 수 있는 형식, 맥락을 보라는 것이다.


대화의 내용은 기억에 오래 남지만, 형식적인 부분은 꿈에 대한 기억처럼 빨리 휘발될 수가 있다.


내가 어떠한 감정에서 어떠한 맥락을 구축하였는지를 살펴야 하는데, 특히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태도나 어색한 대답이 나왔다면 그 순간을 기점으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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