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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의 집 May 31. 2022

범죄도시2 리뷰 - 마동석과 그의 상징

사회성을 터득한 폭력


최근 범죄도시2가 개봉했다.


범죄도시2 개봉 전에는 마블의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렸는데, 말을 기점으로 범죄도시2에 1위의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영화의 첫 편이 잘되면 속편은 잘 안된다는 설이 있더라도 범죄도시2가 1위를 쟁취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 정도로 생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 보니 2편도 1편만큼 재밌었다.


특히 2편의 성공 여부는 1편의 악당 '장첸'이 뿜어내는 아우라와 카리스마와 대등한 또 다른 캐릭터의 성립을 이루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라 생각했는데(많은 사람들이 이를 우려했다.), 어느 정도 성공을 했다고 느껴졌다.


강해상(손석구)이라는 악당의 헤어스타일은 그다지 특이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동남아 바이브(약한 치안을 등에 업은 범죄 행위의 개방성), 누릿한 햇볕과 눅눅한 땀(?), 그리고 정육점에서나 볼 법 한 넓적 칼을 마구 휘두르는 모션은 장첸과는 다른 분위기의 압도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색다른 악당을 원하면서도 어찌 되었건 1편과 같은 종류의 결말을 원하기도 한다.


마석도(마동석)의 주먹에 산산조각이 나는 결말. (아래부터는 마석도를 마동석이라 하겠다.)


이 또한 잘 구현되어있었다.


사실 우리가 색다른 악당을 필요로  이유 또한 모두가  아는 결말(동석이 형의 주먹 땜질) 도달하기까지 관객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도시는 "분쇄기"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무엇을 넣어도 다 마동석의 주먹에 분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결말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고, 그렇게 될 것임을 관객은 기대한다.)


하지만 저 살벌한 분쇄기(마동석) 안에 무엇을 넣을지, 그리고 어떻게 넣을지에 대한 차이가 1편과 2편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범죄도시의 피날레?


그러므로 범죄도시의 피날레는 무엇보다 마동석에 의해 악당이 산산조각이 나는 시점이다. 마동석의 주먹으로 통쾌하게 이루어지는 악당에 대한 응징과 처벌.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모두가 기대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동석의 둔탁한 주먹이 악당에게 딱딱 꽂히는 장면. 한참 동안 마동석에게 맞고 있는 악당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나쁜 행동을 한 악당이어도 그 순간만큼은  나약하고 불쌍해 보일 정도이다.


사실 이 장면이 범죄 도시 1과 2, 더 나아가 마동석이 등장하는 많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범죄 도시 영화 마지막에 현실과 비슷하게 마동석이 범죄자를 향해 아무런 폭력을 가하지 않고 그저 범죄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범죄도시라는 영화의 존재 이유부터 흔들릴 것이고, 관객 또한 커다란 실망을 표할 것이다.


우리가 이 영화에 가장 원하는 것은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에 마동석이 범죄자에게 가하는 [무자비하고 압도적인 폭력]이기 때문이다.


영화 범죄도시2



악당의 폭력과 마동석의 폭력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우리는 [범죄 도시]라는 영화에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평화는 영화의 결말 부분에 등장하지만, 평화에 이르는 과정에서 평화가 있었다면, 우리 모두 범죄도시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무자비한 폭력의 연속을 원한다.

그리고 폭력의 연속 끝에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선보일 "압도적인 폭력"으로 인해 상대방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 이 순간을 보기 위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영화관에 돈을 내고 시간을 투자한다.


혹자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다.

악당의 폭력과 마동석이 보이는 폭력이 결국 똑같은 폭력 아니냐고.


물론 악당과 마동석 또한 상대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다는 점은 같겠지만,

악당의 폭력과 마동석의 폭력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매우 잘 알고 있지 않나?


악당의 폭력은 무섭고 공포스러우며 저지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반면, 마동석의 폭력은 설령 악당의 폭력보다 훨씬 강하더라도 왠지 친근하고 오히려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한다.


범죄도시 2에도 어김없이 이 대사가 나온다.



진실의 방으로...


우리는 영화에 등장하는 "진실의 방으로..."라는 대사가 내포하는 의미를 어느 나라 사람보다 잘 알고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진실의 방으로..."란 대사의 의미는 상대방에게 좋은 말로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니 잠시 비공식적으로(cctc를 가리는 등의 행동으로), 들키지 않게 불합리한 폭력을 가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억지로라도 진실을 말하게 하겠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이 잘 못된 행위임을 알고 있고 현실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진실의 방으로..."라는 대사가 나올 때 우리는 마동석을 비판하기보다 마치 "진실의 방으로..."란 말을 기다렸듯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마동석의 대사에 지지를 표하고 이 정도의 폭력은 당연한 것이라는 듯 수긍한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대범 해지는 마동석의 폭력에 대해서는 점차 우리는 희열을 느끼고 이와 함께 같이 대범 해지는 악당의 폭력에 대해 우리는 공포감과 위기감을 느낀다.


마동석의 폭력과 악당의 폭력은 관객들로부터 폭력에 대한 수긍을 이끌어낸 폭력인지, 수긍을 이끌어내지 못한 폭력인지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에 우리는 같은 폭력에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영화 범죄도시 中 - 진실의 방으로


사회성을 터득한 폭력


마동석의 폭력은 집단 내에 일정 정도의 사회성을 터득한 폭력이고 악당의 폭력은 사회성 획득에 실패한 폭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마동석의 폭력에 우리는 지지와 동의를 표하지만, 악당의 폭력에는 공포감과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사회성을 터득한 폭력은 오히려 폭력이라서 저지당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내에서 적극적으로 지지를 받는다.

사회성을 터득한 폭력은 단순한 폭력으로서 집단에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이 공유하는 사회 정의 실현의 일환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자세한 예시까지 다루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양상은 인류 역사에서 빈번히 볼 수 있다. 내전 혹은 국가 간의 전쟁 등 모든 형태의 '싸움'에서 이러한 양상을 볼 수 있고 이는 현대 사회에서는 스포츠, 게임 등을 통해 전쟁보다 폭력성이 대폭 순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집단에게 인정을 받은 폭력이야말로 압도적인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잔인한 악당을 손쉽게 압도하는 마동석의 폭력은 사회성을 터득한 폭력이기에 관객들에게 "시원함과 호쾌함"을 선사해준 것이다.


그리고 압도적인 폭력 성립의 두 번째 조건은 완전한 "나쁜 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집단이 완전한 "나쁜 놈"이라고 인식하는 대상에게 폭력을 가해야 집단으로부터 긍정적으로 수용될 수 있기 때문에 폭력의 대상은 나쁠수록 폭력의 주체(마동석)에게 오히려 더 좋다.  

즉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하려는 마동석에게 악당은 어중간하게 나쁘면 오히려 좋지 않고 나쁘면 나쁠수록, 완전하게 나쁠수록 더 좋다는 것이다.


범죄도시2의 악당은 1편보다도 더 "완전히" 나쁜 놈이다.

1편의 장첸처럼 조직을 통솔하는 보스도 아니고 사람을 마구 죽이는 살인귀에 가깝다.

그래서 마동석의 액션(폭력)이 전편보다 더욱 압도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액션 자체만 따진다면 좀 더 격렬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 범죄도시2


마동석이란 배우의 상징


사실 영화 범죄도시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인물들 또한 영화 속 이야기 내에서 어느 정도 비슷한 인상과 역할을 보인다. (마동석이 나온 영화에서 마동석이 싸우지 않는 영화는 없는 듯.)


또한 마동석의 우람한 덩치에서 나오는 마동석만의 액션이 있어 다른 배우가 액션 신을 선보일 때보다 시원하고 찰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마동석은 수많은 영화에서 압도적인 폭력을 영화에서 행사하는 일종의 "끝판왕" 격으로 묘사되는 인물로 등장하는 동시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혹은 악당으로 나올 때는 적어도 '남자의 의리'라는 최소한의 도덕을 가진 주체로 묘사된다.


영화 성난황소와 시동에서 등장한 마동석
영화 고스트원더풀과 악인전에서 등장한 마동석 / 정의는 이긴다!라는 문구의 옷을 입은 마동석을 보자



항상 마동석은 영화에서 '폭력성'과 더불어 '도덕성'을 함께 겸비한 캐릭터로 등장을 하는데(도덕의 정도는 역할에 따라 다르다.),

이 폭력성과 함께 존재하는 '도덕성'이 마동석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폭력에 '사회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러한 마동석의 상징(사회성을 터득한 폭력의 주체)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고로, 보는 것을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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