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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운 Apr 16. 2021

마추픽추 길목 신공항건설 총괄관리사업 계약식 참석 소감

페루 쿠스코 신공항 건설 PMO 사업 계약식 참석 소감

잉카제국은 남미대륙 서쪽 남북 방향으로 광대한 땅을 지배했다고 한다. 지배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4개의 지방 수도가 있었고 쿠스코 시가 잉카제국의 중앙수도였다고 한다.


잉카의 성지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서는 쿠스코 공항을 통해야 한다. 쿠스코 공항은 쿠스코 시내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데 협소하고 낡아서 여기에서 주제로 다룰 잉카의 성지 마추픽추로 가는 관문공항으로서의 신공항 건설이 페루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스페인이 잉카를 정복한 후 이곳에 개발한 쿠스코 구시가지는 유럽보다도 고풍스러운 유럽 도시의 모습을 더 잘 보존하고 있어서 많은 외국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팀 코리아 수주한 쿠스코 신공항 건설 총괄관리(PMO) 계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한국공항공사 대표단으로 나와 함께  동행한 황대수 해외사업부장, 엄선용 과장, 정부 간 계약(G2G)의 한국 대표인 김대자 코트라 센터장 등과 같이 쿠스코에 도착했다.


 우리 공항공사와 함께 팀 코리아를 만든 도화엔지니어링 대표, 건원엔지니어링, 한미글로벌 관계자들과 국토교통부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 일행 그리고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만나 뵈었던 진솔하고 쾌활하신 조준혁 대사님도 각각 쿠스코에 도착하였다.

 

도착하던 날 밤에 쿠스코 구시가지를 방문하였는데 오래된 건물 내에 식당, 카페, 상점들이 성업 중에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주 한옥마을이고 서울 북촌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과거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거의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석조 건축물이라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날씨는 다소 쌀쌀했지만 고풍스럽고 조용하면서 평화로운 과거의  유럽형 거리 전경을 바라보면서 한 일주일 머물면서 이곳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쿠스코 시의 스페인풍 구도심 야경

 쿠스코 시는 해발 3,000 미터 고지에 위치한 도시라서 고산병 약을 먹고서도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도시 구석구석 밤거리를 돌아보며 잉카를 정복한 스페인 침략자들의 부귀영화의 현장을 확인하면서 한편으로는 피정복자인 잉카와 그 원주민들의 고난을 그려 보기도 하였다.


 팀 코리아의 페루 쿠스코 신공항 PMO 사업 수주는 우리나라의 커다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2018년 말 국토교통부에서 처음  쿠스코 공항 PMO 사업에 한국공항공사가 참여해 달라고 했을 때만 해도 다소 확신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남미에서의 대부분 사업은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사업형태로 진행되었고 스페인 등 유럽 국가와 캐나다 등이 선점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국토교통부의 의지, 한국공항공사의 손창완 사장님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집요한 노력, 이미 경전철 사업 수주를 위하여 페루에 진출해 있었던 도화엔지니어링과 건원엔지니어링, 한미글로벌을 포함한 컨소시엄 업체들의 사업 확보에 대한 열정, 현지 주페루 대사관 조준혁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 그리고 KOTRA 지사의 지원 등이 집약된 총체적인 결과였다.

 
 최종 사업자 선정 때까지도 우리가 선정되리라고 기대를 못하는 상황에서 팀 코리아가 선정되었다고 들었을 때의 기분은 뭔가 횡재를 했다는 또는 서광이 비추는 느낌이었다. 앞으로의 전망을 본다면 본 사업을 통하여 남미 진출의 물고를 튼 대박 사업이 아니라 할 수 없다.


 2018년말 쿠바에서 열린  남미항공위원회 정기총회에 참석하여 남미 관계자 접촉 과정에서 들었던 얘기는 유럽 등 기존의 민자 사업자들이 공항을 건설하여 운영하면서 높은 요금으로 폭리를 취하고 공항시설 유지보수에는 소홀한 등 그간의 사업방식에 회의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페루 정부는 당초 쿠스코 신공항을 민간이 참여하는 PPP 방식으로 추진해 왔으나 아르헨티나-페루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었다가 무산되고 장기간 표류하다가 페루 정부의 재정투자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고 한다. 이번 선정은 기존의 민자 사업자에 대해 쌓인 오랜 불신으로 인하여 팀 코리아에 기회가 왔고 팀 코리아가 다각적으로 남미와의 좋은 유대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쿠스코 신공항 건설사업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단순히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면과 디자인 면에서 우수하고 첨단의 시스템이 도입된 공항이어야 할 것으로서 과장해서 얘기한다면 감동의 역사를 쓰는 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공항 주변 개발과 기존 공항 재개발에 대한 마스터플랜도 페루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쿠스코 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계약 체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쿠스코 주정부 청사에 도착하였다. 페루 교통부 장관, 쿠스코 주지사, 쿠스코 주의 4개 시장, 신공항이 입지할 친체로 지역의 시민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태극기를 손에 든 아이들이 우리들을 환영하는 것을 보고  ‘이 분들이 정말 우리를 진정성을 담아서 환영하는구나!’ 하면서 마음이 찡하였다. 정말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담 장소로 들어서니 우리들에게 페루 전통의 머플러를 나누어 주면서 목에 두르라고 하였다. 간단하게 환담을 나누고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페루 원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십 년간 염원해 오던 신공항 건설이 이제 실현된다는 기대를 듬뿍 담은 표정들이었다.

 
서명식에서 페루의 국가가 나오고 다음 우리나라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그 후 참석자 소개가 있었고 페루 교통부 장관이 개회사를 하였다. 거의 원고를 보지도 않고 열정적으로 연설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서 정치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리코나 쿠스코 주지사가 연설을 하였고 이어 쿠스코 시 메디나 시장이 연설을 하는데 그는 페루 원주민인 인디오 모습이었다. 쿠스코 주의 4 개시 시장이 참석하였는데 모두 완전한 원주민의 모습인 것을 보고 중앙정부나 주정부의 고위직은 페루를 지배했던 스페인계가 많은데 지방으로 가면 선거직인 지자체 장들은 대부분 원주민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4개시 시장의 대표인 쿠스코 시 메디나 시장이 연설을 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국 대표로서 국토교통부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이 사업을 성공시켜 페루 국민과 쿠스코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하는 등 포부에 찬 긴 내용의  연설을 하였다.

 
이어서 계약 당사자 간인 쿠스코 교통부 대표, 그리고 나와 코트라 김대자 센터장이 계약서 3부를 돌려 가면서 서명을 하였다. 정부 간(G2G) 계약의 우리나라 대표로서 코트라가 사업을 보증하는 형태로 참여하였고, 나는 PMO 사업의 컨소시엄 대표로서 서명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역사적인 해외 SOC 건설 PMO 사업 계약 당사자로서 서명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페루 정부는 공항 건설사업과 연결하여 쿠스코에서 신공항 부지가 있는 친체로까지의 새로운 도로 건설, 신공항 지역 개발, 구공항지역 재개발 등 후속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렇듯 신공항 개발을 통해 잉카제국의 수도였고 성지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인 이곳이 또 한 번의 부흥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하였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 쿠스코 주 정부에서 차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20분 정도 이동하여 다음 행사장으로 갔다. 페루 전통의 신전인 태양의 신전이라고 불리는 코리칸차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둥근 모자와 치마로 된 페루 전통의상을 입은 원주민들이 가득 나와 우리를 환영하였다. 페루 원주민들과 함께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왠지 모르게 전혀 낯설지 않고 친밀하게 느껴진 것은 그들의 얼굴에 순수함이 담겨 있고 진심으로 우리를 환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쿠스코 신공항 계약식은 TV로 중계되었고 행사가 끝난 후 다른 곳에서 마주친 페루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주고 반가워했을 때는 정말 이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음을 인식하게 되었고 책임감이 더 느껴졌다.  

  

지난해 초 외교부에서 퇴직하신 당시 주 페루 한국대사관에 재직하시던 조준혁 대사님에게 들은 바로는 페루 국민들은 잉카제국의  후예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스페인으로부터 예속이 덜하였으며 독립심이 강하다. 정치가 불안한 듯 보이나 거버넌스가 매우 좋고 치안이 안정되어 투자여건이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쾌거를 기반으로 페루에서 신뢰를 잘 쌓으면 유럽 등의 국가에 불신을 갖고 있는 남미 국가 전체의 사업으로 확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조준혁 대사와 주페루 한국 대사관의 역할을 보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있어서 외교공관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면 시너지가 배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쿠스코 신공항 부지

계약 다음날 쿠스코 신공항 부지 답사를 하였다. 공항부지가 위치하고 있는 친체로까지 차로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우리가 머물던 쿠스코의 호텔에서 시내를 30분 정도 가로질러서 시외로 나와 30분 정도를 더 달린 것 같다. 거리로는 15km인데 빨리 달릴 수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친체로는 잉카 왕의 휴양지였다고 한다.


쿠스코에서 잉카제국의 성지인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 친체로를 지나야 한다. 그만큼 마추픽추에 더 가까이 위치할 신공항이 건설되면 마추픽추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게 됨으로써 쿠스코 지역 관광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스코 시의 해발은 3,000m인데 신공항 부지는 해발 3,700m로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쿠스코에서는 해발이 매우 높아서 고산병 약을 먹고서도 어지럼증을 느꼈는데 이곳에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이제 어느 정도 높은 해발에 적응되어서 그런 것 같다. 이 곳으로 공항을 이전하면 방문객들이 더욱 고산병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된다.

   

신공항 부지보다 높이가 낮은 현 쿠스코 공항에 내려도 극히 드물지만 고산병에 약한 사람들은 산소호흡기로 호흡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공항에  내려서 쿠스코 시내에 머무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산병 약인 ‘소로치’를 먹고도 어지러움을 느낀다.

 
우리의 PMO 계약 내용에는 이곳에 지역개발계획 개념 마스터플랜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정부 사업비를 투입하여 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 도시가 지구 반대편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에 건설되는 것을 상상해 본다.


이곳에 공항뿐만 아니라 호텔 등 숙박시설 등 위락시설이 건설되면 여기를 기점으로 잉카제국의 수도였고 스페인 지배하에 문화유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쿠스코 시와 쿠스코 시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잉카의 성지 마추픽추를 관광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쿠스코 신공항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 자연히 공항 건설을  총괄 관리한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평가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이곳에 건설될 도시와 이곳으로 접근하는 각종 인프라 사업에도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쿠스코 신공항 토공사업 입찰 결과 우리나라 현대건설 컨소시엄선정되어 지난 3월 14일에 최종 계약을 하였다. 토공사업에 이어 활주로 등 에어사이드 사업과 터미널 건축 등 랜드사이드 사업도 한국기업이 수주하기를 기대한다.


한국공항공사를 포함한 팀 코리아는 2019년말 쿠스코 신공항 PMO사업을 수주한 후 페루에 지사를 설립하고 직원들을 파견한 바 있다.  작년 한해 코로나로 매우 어려운 상황임에도 다소 지연되기는 하였으나 사업관리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현지에서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는 팀 코리아 멤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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