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너구리 Feb 24. 2021

무식은 죄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좋은 미드야


Grey's anatomy S1에서 그레이가 뇌전증 환아를 만난다 격한 경련현장에서 당황한 그레이에게, 윗년차는 뇌전증의 1st choice가 뭐지 다급하게 물어보는 장면이 있는데. 애청자인 나는 그레이가 외치던 답을 알고있지 로라제팜. 그 다음에? 펜토바비탈.

seizure focus가 없는데 GTC seizure를 하는 환자가 있다는 통증 당직인계를 받았다 그리고 외상 끝나고 자고있는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여기 pvc가 계속떠요 HR이 140~150이고 bp는 괜찮아요 모르겠어요 빨리 와주세요 뭐 대충이런 내용. 이미 저녁에 가슴이 답답하다해서 ekg찍었을 때 노말, tachycardia는 있었으니까.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병동에 올라가서 환자를 보니 스테이션으로 베드는 나와있고 알람은 왜이리 큰지 괜히 공포스러웠다 심박수는 왜 더 올랐을까? ekg찍고 환자분 답답하거나 하진않아요? 물어보니 대답을 안하고 혀만 굴리신다 언제부터 이렇게 말도 못했냐고 물으니 1시간 정도 전부터 멍했다고 하고..어 그러면 에필렙시인가 nystagmus는 없는데 뭔가 시져같아 absence seizure 같은 걸까? 일단 노티해야하는데 새벽 4시. 교수님은 연락이 안되시고, 신경과 당직번호는 인턴이 받는다 신경과 응급실당직폰으로 허겁지겁 도움 요청했다
그레이처럼 로라제팜을 프렙하지만 막상 주려니까 멈칫하게 되는 게, 교수님 아티반 1amp드릴까요? 라고 컨펌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neur샘이 빨리 와주셨고 여러가지 신경학적 검사를 순식간에 하더니 시져 맞아요 우선 아티반 1amp줄게요 하며 further management까지 도와주신다 대천사
감사히도 HR은 돌아오는데 나는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멘탈이 무서워 두번째 aed가 로딩되고 당직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keep 해야했다
긴 새벽은 지났고 다시 아침. 수술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야윈 어머님 한 분이 정작 본인은 한숨도 못자셨으면서, 우리 딸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를 하신다 그리곤 우리 애가 금식 중이라 그런데 선생님 혹시 비싸도 괜찮으니 가능하면 영양제 제일 좋은 걸로 하나 달아줄 수 있나요 하셨다

아침에 영양제 하나 달아드리고 인계하고 들어왔다
가장 자신있게 처방낸 것이 영양제 하나였음에서 나는 오늘, 무능력함이란게 뭔지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마취 아니면 더욱 더, 예전보다 더 아는 것이 없어진다.

내 분야 아니면 문외한.


그렇다고 내 분야는 잘아는가? 아니요


작가의 이전글 죽고자 하면 사는 기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