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사이에서
돈키호테는 기사도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시대는 이미 르네상스였고,
현실은 총과 권력, 상업과 정치가 세상을 움직이던 때였지만,
그는 여전히 낡은 중세 기사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을 영웅이라 믿었습니다.
문제는, 읽은 책이 곧바로 그의 현실이 되었다는 겁니다.
풍차가 괴물로 보였고, 여인 둘시네아는 성녀처럼 신격화되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위험과 가능성을 동시에 품습니다.
잘못된 책은 사람을 현실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동시에 책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이끌고,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도 합니다.
『돈키호테』를 읽으며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빠른 자극만 주는 글,
순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책들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내 삶을 조금이라도 깊게 비추어 주는 책을 읽고 있는가.
돈키호테는 잘못된 책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인물이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책 읽기의 위력을 증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책은 사람을 바꾸고,
행동하게 만들며,
때로는 삶의 전부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에 있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저는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내가 읽는 책이 나를 만든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책으로 나 자신을 채울 것인가?”
돈키호테는 풍차 앞에서 쓰러졌지만,
그의 어리석음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현실만 붙잡으며 살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꿈꾸는 독서를 할 것인가.
참고문헌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안영옥 옮김, 민음사.
Miguel de Cervantes, Don Quixote, translated by Edith Grossman, HarperCollins.
Miguel de Cervantes, Don Quixote, translated by John Rutherford, Penguin Class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