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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Jul 05. 2024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이럴 거면 몸도 못쓰게 해 놓지 왜 희망고문 하냐고!

현재 넷플릭스 2위 기록하고 있는 이정은, 정은지, 최진혁 주인공인 드라마다.


낮에는 50대 아줌마(이정은분) 임순, 밤에는 20대 후반의 취준생(정은지분) 이미진으로 지내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반에는 좌충우돌의 취준생(취업준비생) 이미진과 갑자기 50대가 되어버린 임순의 낮밤 적응기로 웃기만 했었다. 하지만 드라마 중반부로 들어가는 중, 웃지만은 못할 장면을 보고 펑펑 울어버렸다. 


낮과 밤이 다르다는 설정자체도 상당히 판타지스럽고, 우리의 20대와 50대가 오묘하게 공감대가 형성되게 한다. 

한창 일할 사회의 주역들이 공공근로로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 20대 후반 많은 능력을 지녔음에도 일할 곳이 없어 정착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슬픈 우리의 현자화상이다. 



그럼에도 50대의 몸이 되어서야 원하던 공기관에 공공근로로 합격한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정당하게 합격하여 다니고 싶었던 곳이 단기계약직으로, 지원자 중 가장 어리고, 능력이 많아서 합격한다. 


나이에 비해 갖춰야 될 것이 많은 우리.

그래서 남들보다 더 빨리 뭔가를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힘듦.



낮과 밤이 다른 그녀 5화 중 


피의자가 자살로 죽었다는 사실을 피해자에게 말했다가 담당 검사인 계지웅(최진혁분)에게 혼나고 혼자 앉아 자괴감에 우는 장면이다. 이럴 거면 왜 어중간한 몸으로 만들어서 아무것도 못하게 하냐고 울부짖지만, 사실 다 알고 있었다. 



할 줄 아는 게 없을 것 같은
나이 많은 너와는 일하기 싫다.


그래, 이 장면에서, 나는 어린 20대였다면, 저렇게 실수한 것에 대해 책망받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겠지. 그런데, 나이 어리다고 무조건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닐 것인데. 실수한 걸 저렇게 감정적으로 쏟아내듯이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도 그렇게 한 적이 없나 생각해 본다. 나도 나이 많은 축에 속하면서 내 아랫사람이 있는 입장이어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아주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비웃는 것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저런 사람들이 있어, 사회가 좀 더 편해지고, 내가 하는 일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인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나도 가끔 듣는다. 받는 만큼만 일하지. 뭐 하러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하냐고. 내가 하는 일이 그 말로 한 순간 빛이 바래 보일 때가 있다.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말을 한 사람과 그 주변 환경이 '그렇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순간, 나는 갑자기 빛을 잃는다. 


그래도 나는 이미진처럼 버텼다.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잃기 싫어하는 마음.
일하고 싶었던 마음에 드디어 일하게 되었다는 그 간절함. 


그 마음으로 불합리하고 힘든 일도 버텨냈다.

사실 이 장면은 20대 취준생부터 50대 사회에서 갈 곳 없이 부유하는 사람들에게 공감 가는 장면이 아닐까. 





어쩌면 지금의 나, 아니면 내 아이들의 미래일 지도 모르는 이 장면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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