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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Oct 23. 2024

노는 것 같은데 수학 수업 진도가 빠른 이유

적극적인 수업태도와 몇 명의 엘리트

내가 다녔던 학교는 한 반에 20명씩 5반, 3개 학년이니 전교생이 300여 명이었다. 

그중 나는 3학년 수학시간마다 협력강사를 했다. 


3학년 수학담임교사의 반은 공교롭게도 1반이었다. 

이 1반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수업 진도가 죽죽 나갔었다. 


교사도 마찬가지로 항상 여유 있는 웃음을 띤 채 수업을 하셨다.


반면 5반은 진도가 항상 느렸다. 교사도 힘들어하고, 학생들은 항상 멍한 눈으로 교사를 쳐다보았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다.


우선 1반은 담임교사의 과목이 수학이라 담임교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몇 명이 있다. 

교사가 물으면 대답도 시원하게 하고, 가끔 아양도 떤다. 


모둠을 지어 수업하는 경우에는 정말 수학을 포기한 학생 말고는 다들 뭔가 하려고들 한다. 

모둠별 발표를 해도 아예 안 하려는 아이는 없다.

그리고 반장도 상당히 활발하다. 여학생이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말도 잘하고 목소리도 우렁찬지. 

반장이 똑 부러지니 덩치 큰 남학생들도 어쩌지 못하고 쩔쩔매기 일쑤다.

엄친딸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물론 1반에도 말썽꾸러기는 있다. 수업시간에 대놓고 잔다거나 수업시간에 몰래 다른 짓을 한다거나.


반면 5반은 담임교사의 과목이 체육이다. 체육시간은 잘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수학시간에만 들어가니 체육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은 체육시간은 좋아할 테니, 딴짓하는 애들은 수학시간보다는 없을 것이라고 추측은 해본다.


5반 아이들은 어찌 된 일인지 수학을 잘하는 친구가 별로 없다. 

정말 잘하는 친구 1명이 있는데, 그 학생은 따로 수학에 관련된 책도 찾아 읽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 

모둠수업을 하면 이 학생이 거의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다시피 한다.

기본적인 내용도 몰라서 아예 토의가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 대부분이 이러니, 수학 문제 해결을 위한 모둠수업은 아예 할 수가 없다. 

그 시간에 5반은 기초문제를 잔뜩 주고 그걸 풀라고 한다. 

숙제가 아니라, 수업시간에 말이다.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혼자서 이해하고 학습해야 할 부분은 해 오고 나서 뭔가 그것을 활용해 배워가야 하는데

기초적인 것도 버벅대서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라니.


교사도 학생들의 학습성취도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학습이 안 되어 있으면 아예 평가도 할 수 없다. 평가를 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5반에 들어가면 나도 조금은 분주해진다. 


초등학교 협력할 때는 그래도 뭔가 학습지도도 했었는데, 이 수학교사는 내가 가르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이래 봬도 하위권 아이들 가르치는 건 이골이 났다고 자부하는데, 내 능력을 썩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도 어쩌랴. 그 교실에서 수업을 운영하는 교사의 권한은 불가침이다. 그 교실에서는 교사의 수업권은 그 어떤 권리보다도 우선하기에, 나는 그냥 그대로 있을 수 밖에는 없다. 


그러면 1반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어떨까.

수업진도가 빠르니, 스킵하는 부분도 많을 거라 생각하겠지.

그래서 수학점수가 잘 안 나올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1반이 1등이다. 


얘네들은 내가 들어가면 수학문제 해결을 위해 

나한테 조차 묻는다. 


물론 나는 섣불리 대답하면 안 된다.

교사가 가르친 방법대로 따라와야 하는 수업디자인이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섣불리 건드려서 교사가 원하는 교육적 효과를 내가 망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반면 5반은 그렇지 않다.

똑같이 분주하지만, 학생들이 딴짓하지 못하게, 장난치지 못하게, 문제 풀이 할 수 있도록 집중시키는데 더 많은 신경을 쏟는다. 문제 풀고 있는 친구에게 말을 시키거나 방해하는 애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프린트물을 가져오지 않아서 복사하러 내가 몇 번 가기도 한다.


처음 1학기에 형성된 면학 분위기는 학기 말이 되니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 교사도 수업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교사 혼자 드라마틱하게 학생들을 바꾸는 건 정말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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