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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신으로 살기 (59)

나는 문제가 없는데 사람이 싫습니다.(1)

4. 나는 문제가 없는데 사람이 싫습니다. 사람들도 이유 없이 저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50대 후반, 남성, 6개월간 만나서 대화한 내용 압축함. )


나는 오랫동안 산속에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젊은 날에는 장사도 하고 성당도 다니며 결혼도 했습니다. 아이는 없고 그럭저럭 부인이 직장을 다니기에 부족함 없이 살고 있습니다. 성당에서 만난 멘토가 있어 꾸준히 '나는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도 하고 자연과 더불어 지내면서 약초도 가꿉니다. 오랜 지인들도 많고 술을 좋아해서 어울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저는 나름 깨달았다 생각합니다. 헌데 저녁에 부인과 같이 보내기도 하지만 그녀가 잠 들고 혼자가 되면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질문

보통 그렇게들 삽니다. 외롭기도 하고 만족하기도 하고, 그래서 시도 쓰고, 고민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 아닙니까? 게다가 산속에 둘이 사신다니 아이도 없고 나름 평화롭게 사시는 듯 보입니다. 질문이 무엇인지요?

당신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신이 깨달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이런저런 명상서적을 탐구하고 나름 알았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이 깨달음이구나 하는 순간 말이지요.

질문

자세히 그 체험을 말해 주실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술을 마시고 잠이 든 것 같은데 누군가 제 목을 조르는데, 제가 죽음을 지켜보며 있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삶과 죽음은 육체의 일이고 나는 영원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 것 같습니다.

질문

음, 그것은 깨어나는 다양한 과정 중에 체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 뿐이었습니까? 그 체험 이후에 당신의 성격이나 마음의 변화는 없었습니까?

 드디어 나도 깨달음을 얻었고 성취한 듯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런 것이 깨달음이구나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특히 사람들과 어울릴 때면 상대의 문제를 지적해 주고 싶어졌습니다. '아, 저 사람은 저게 문제야, 헌데 왜 모르지? 내 눈에는 문제가 보이는데.‘ 그러다 보니 술에 취하면 '너는 말이야. 이게 이렇고 저게 저렇고.' 하면서 가르치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은 제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지면 그와 단절하고 맙니다.

질문

그런데요? 다 자신의 생각이 옳기에 잘 살고 있는 것이고, 당신도 그렇게 살고 있으니 문제가 없지요? 원래 내 생각과 마음이 이 삶을 선택하고 살게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당신은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니 관계를 잘 맺어가는 재능도 있겠군요.


처음 사귐은 잘 하는데 조금 반복되면 이상하게 싫어집니다. 내 말을 듣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친구의 어떤 태도와 말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면 침울해지고 화도 나서 제가 장난치듯 깐죽거리게 됩더군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집으로 돌아와 혼자 있으면 그들이 나를 존경하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본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울적해집니다. 나는 그들보다 많은 것을 알 뿐 아니라 그들보다 자유롭고 잘난 것은 사실입니다.

질문

당신이 만난 모든 사람에게서 당신은 우월감을 느낀다는 말인가요?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거나 대상에 따라 살짝 눈치를 보는 당신을 저는 발견합니다만.

전에는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만 나이가 들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 만나면 어렵기도 하고 적응이 안 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제가 눈치를 좀 보는군요. 특히 나 보다 잘난 사람을만나면 그 사람을 분석하고 기분 맞추기를 합니다. 사람 사귀려면 다 그렇게 하는 것 아닙니까? 헌데 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인지?


질문

당신은 열등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누구를 만나면 비교하면서 나보다 우월한 사람인가, 열등한가를 먼저 파악한 후에 우월한 위치에서 사람을 다루기를 바라는군요.  보통 나이가 든 남자들에게 흔한 패턴일 뿐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지요. 인간은 나이와 성별 학력 재산과 무관하게 평등한 존재입니다. 제대로 된 인간은 이것을 잘 알고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당신은 지금은 변화할 준비가 안 되어 보입니다. 그래서 당신과 대화를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강력한 에고는 저를 강하게 방어하고 있군요. 

천만에요. 열등감이 없습니다. 저는 깨달음을 맛본 사람이고 오랫동안 은둔하고 홀로 세계를 배낭 여행하며 깨우친 많은 지혜를 알고 있습니다. 저를 평가하지 말아주세요. 

질문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제 느낌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저도 인간이니까요. 당신은 참나와 에고를 마구 뒤섞어 놓고 합리화를 하고 계십니다. 당신 자신을 포장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나는 이런 사람이야 단정 지으면서 나의 옳음을 강요한다면 오히려 퇴보하는 것입니다. 깨어날수록 우주 안에 우리는 하나이며 소중한 평등한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당신의 죽음 체험은 에고가 만든 에고 강화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아니, 내 경험은 아주 소중한 비밀인데 어떻게 그딴 말을! 젊을 때 나라면  당신 머리통에 이 병을 내리쳤을 것입니다. 당신은 나를 씹어먹거나 내가 당신을 씹어먹어야 할 것입니다. 나이도 어리고 여자인 주제에 잘난 척하는 에고가 하늘을 찌르는군요. (그는 소주병을 들고 손을 떨었으나 평온하게 쳐다보니 잠시 후 내려놓았다.)

질문

어떻게 평가하든 저는 그 평가 안에 있지 않습니다. 하하, 제가 당신을 씹어먹을 일은 없으니 저를 충분히 씹어드시길 기대해 봅니다. 너무 분노하시니 잠시 휴식하겠습니다. 나가서 산책을 하시거나 다음에 뵐까요? (한 달이 지나 다시 만났다.)

마음이란 왔다 가는 것을 알기에 과거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아무렇지 않고 지난번 대화에 제 마음은 걸려들지 않습니다.

질문

좋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과거는 없습니다. 헌데 왜 눈을 마주치지 않으시며

만나자 마자 지난번 대화를 꺼내시는지요?

 당신이야말로 전에 제가 말한 과거에 갖혀 있는 것 같군요.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왜 굳이 과거를 갖고 다시 들먹이시죠?

질문

하하하, 이렇게 해서 우린 논쟁의 틀에 갖혔습니다. 만약에 당신이 정말 과거에서 자유롭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웃고 넘어가거나 그저 침묵했을 것입니다. 당신의 분노 게이지가 조금씩 흔들리는 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당신이 과거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하며 자신을 속이십니까?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입니다.

질문

왜 그럴까요? 산으로 피하듯 마음에 걸림이 있으면 남 탓하며 도망가는 것 대신에 자아탐구에 진심이길 희망합니다. 이 대화가 이어져 당신 마음을 드러낼 수 있다면 좋은 기회인데 힘드시면 지금 가셔도 좋습니다.

무슨 말을 듣기 원하시나요?

질문

당신이 나를 만나며 이리저리 찔러보고 반응하는 것을 탐색하며 제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어라해도 평화롭고 이런 대화는 즐겁습니다. 

침묵

질문

제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당신의 전생은 누가 보아도 전사였고 권력자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생의 모습을 보면 강인하고 다부진 체격, 일 처리하는 능력, 뛰어난 말솜씨와 재미, 그리고 언뜻 언뜻 감춰져 있는 폭력성과 동시에 갖고 있는 순수한 감성이 보입니다. 이 생에서 당신은 과거의 마음 구조 때문에 공부에 진전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질문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의 삶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함. 대체로 공부하고 싶었지만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다 보니 공부를할 수 없어서 지식이 많은 사람에 대한 열등감과 강한 에고로 인해 젊은 시절에는 폭력적이었고, 남성 우월주의가 강하게 입력 되어 있으며 동시에 반대의 마음인 여성을 그리워하는 아저씨 모습이었다. 지금은 과거보다 남성을 드러낼 성 능력도 떨어지고 육체의 힘도 사그러드는 자신에 대해 우울한 마음과 자식이 없어 섭섭한 마음이 뭉뚱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과거로부터는 이미 자유롭고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현재 자신은 깨달음에 도달했으므로 제자들을 기르고 싶지만 자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즐거운 시간은 일 년에 한 번 배낭을 매고 중국, 티벳, 인도, 네팔 등을 여행하는 것입니다. 지인들이 같이 가자 해서 가이드 역할도 했습니다.

질문

어땠습니까? 힘드셨을 듯 합니다만.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짓이란 것을 알았지요. 그 후로 혼자 다닙니다.

질문

당신의 세대가 소통하는 법을 가정이나 사회에서 배운 적이 없어 힘드셨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도와줘도 비난하는 사람은 있기 때문이지요. 당신이 왜 타인의 비난에 취약한지 알겠습니까?


나는 문제도 없고 의식이 높은 사람인데 알아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인이 돈도 벌고 저는 한유하게 여행도 하고 산속의 자연과 함께 도인으로 살고 있는데 세상에 나가면 그만한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을 느낍니다. 유튜브니 어플이니 하는 것도 사실 모릅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태양광으로 살다보니까. 그래도 자연 속에 우리 개들과 사는 것은 너무나 좋습니다. 바다에 나가 낚시도 하고 버섯도 기르고 나무도 하고. 평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질문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분들 중에는 마음의 고집을 내려놓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들은 명상을 하지도 스승을 따르지도 않았으나 자연속에서 스스로 참되어지는 길을 걷는 것이지요. 참되지 않고 어떻게 참나를 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저는 깨달은 자와 사이비를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오라는 보통의 사람일 뿐입니다. 미안하지만 이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칫 우린 의식이 어쩌구 하면서 작은 체험과 지식으로 타인을 이용하고 존경받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사이비 교주의 맛을 보면 벗어나기 어렵고 인간으로 할 짓이 아닙니다. 당신의 선함이 열등감 때문에 공격적 성향으로 본래 마음을 잃곤 하는군요. 


(화가 난 듯 ) 도대체 당신이 말하는 참된 게 뭐요?

질문

가짜가 아닌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 모두 존재하는 그 자체는 변함없는 진짜입니다. 그 외에 왔다 가는 마음이나 환경, 사건들은 가짜입니다. 참된 것은 거짓이 있기에 참된 것이고 인간이 만든 분별입니다. 참된 마음으로 보면 순수하게 모든 것이 참되어 보이지요. 예를 들어 꽃을 보고 순간 행복감을 느낀다면 순수한 본성이 드러난 참된 순간입니다.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본성에 있는 행복감이나 평화를 불러내는 자신만의 길이 참된 것입니다. 인간은 가설로 만든 거짓과 참됨의 기준을 벗어나 하나가 되면 참됨과 거짓이란 분별에서 자유로워집니다. 그때까지는 참된 것을 사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아탐구와 의식적인 자기사랑이 필요한 것입니다. 

당신과 대화하다 보면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우월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고 강한 에고에 도사린 용서못한 과거도 느껴집니다. 있는 것은 있다는 것을 보고 알아채고 숙고하여 그 마음의 뿌리를 찾아보십시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마음이란 덧없는 손님인데 굳이 붙잡아야 하나요? 당신은 그러니까 상담이나 하지 깨달은 사람이 아닌 것 아닙니까? 그런 방식으로 언제 깨닫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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