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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신으로 살기(60)

나는 문제가 없는데 사람이 싫습니다.(2)

질문

제가 깨달았다고 주장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 말도 맞습니다. 한 번에 확철대오하면 마음은 저절로 뒤로 물러나 즐겁게 살아가리란 기대를 하는군요. 지혜란 몇 생을 통해 꾸준히 준비한 결과이며 그렇게 준비된 사람은 아주 드물지요. 깨닫는다 것에 지나친 환상을 심지 말기 바랍니다. 깨달음이란 것도 가설이고, 그저 마음의 노예가 아닐 뿐 평범한 사람으로 살게 됩니다.


........

질문

하루하루를 부정적인 마음으로 괴롭고 불안하게 살다 언젠가 행복해질 것을 기대하며 살아야 합니까? 어제 보다는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는 길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자연을 보는 눈은 아주 순수하고 세상으로부터도 욕망을 많이 털어내셨습니다. 헌데 유일하게 당신의 성숙함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당신의 과거 마음이 뒤엉켜 이해되지 못한 무지와 프레임들이 강력하여 진리스럽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직도  경쟁적이고 비교가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어느 순간은 침묵 속에서 고요할지 모르겠으나 타인이 당신을 무시하면 산으로 왜 숨는 것인가요? 십 년 공부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그 뿌리는 제거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질문

가능합니다. 명상적인 삶은 과거의 나 모두를 들어내는 작업입니다. 신성과 불성이 그때 자비와 사랑의 느낌으로 살아날 때 흔들리지 않게 되지요. 타인의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중심 안에 머물게 됩니다. 아마도 그런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녜, 제가 혼자 떠돌며 여행할 때 만큼은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그때는 생각도 없고 만나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니 친절하게 헤어질 수 있습니다.

질문

당신의 외모는 무척 남성 답습니다. 그러나 당신 안에는 가녀리고 아주 예민한 소녀가 느껴집니다. 그 소녀는 늘 상처 받아왔습니다. 남들이 툭툭 던지는 거친 것들이 당신의 신성을 해친다고 생각하여 지키고 싶어합니다. 이 또한 부자유한 방어이며 결국에는 공격으로 드러납니다 

 당신은 남성으로 태어났고 부모의 애정을 듬뿍 받지 못한 외로운 어린 시절로 사랑의 감정이 별로 자라나지 않았습니다. 충족되고 싶어하는 사랑의 관계를 채워주는 부인이 있어 정말 당신은 행운아입니다. 당신의 장점은 순수하고 예민한 자연과의 교감 능력입니다. 또 표현을 잘 하고 풍류를 아는 분입니다. 오랜 공부로 나름 숙성된 자연스러움이 있습니다. 헌데 깊은 곳에 당신을 얽어매는 외로움이 발목을 잡아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사람에 대한 지배욕 때문에 상대를 사랑하지 못하고 맙니다. 이 모든 펼쳐진 마음에서 존재로 돌아온 자신과 하나가 되거나 사랑은 조건화된 마음의 거래가 아님을 명확히 알 때 외로움이 변형되어 존재의 힘이 됩니다. 가슴에 남아있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인간으로 확대해 너그럽게 대해 보시길 바랍니다.


글세요. 부인은 출근해야니까 일찍 잠들면 혼자 술을 마십니다. 누군가 찾아와 함께 한잔하고 수다도 떨고 싶지요. 그 깊은 산중에 누가 오겠습니까? 친한 사람들은 지금은 모두 등을 돌리고.

질문

사실 당신은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며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긍정주의자로 당신을 칭송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합니다. 당신의 소녀 같은 민감한 감성은 그렇지 않은 상대에겐 화가 납니다. 화를 내고 나서는 혼자 술을 마시며 한편은 자신을 합리화하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다 보니 당신의 에고는 오히려 강해지고 당신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막고 있군요. 그러나 당신은 아직 깊은 곳이 따스함과 사랑이 있어 홀로서기를 하는 중이니 참으로 산에서 사는 선택을 잘하신 것이지요. 자신이 살아온 삶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족스럽습니까?

그 

다 존재계가 알아서 제게 주어진 삶인데 후회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질문

 그렇게 책에 나오는 말 대로 일반화해서 퉁치면 문제가 해결됩니까? 당신은 여전히 외롭고 사람들 만나면 힘든데.

그 

나이를 먹으니 몸이 예전보다 무력해지니 마음도 약해집니다. 그래도 제 부인이 친구이며 제자이며 동반자이기에 좋습니다.

질문

 부인과의 사이는 건강해 보이지만 당신의 체력이 무력해지면서 그녀가 떠날 것을 걱정하지요? 당신은 그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그 

제 깨달음을 전수해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나를 스승으로 믿고 있고 저는 그녀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며 잘 지냅니다. 물론 제 나이가 많으니까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전 괜찮다고 여러 번 그녀에게 말하곤 합니다. 제가 자유로운 사람이기에 구속하지 않습니다.

질문

 사람들이 당신을 부러워하는 까닭은 부인을 잘 만났다는 것인 듯 보였습니다. 감사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부인에게 진심으로?

그 

고맙지요. 제 복이지요. 저도 집안 일도 하고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

 참나를 만나는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당신은 깨달음을 얻은 게 결코 아닙니다.

그 

이런... 어떻게 그런 말을...

(그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며 소리를 질렀다. 화가 안 난 것 처럼 자제하려 노력했으나 결국 뛰쳐 나갔다. 한 달 정도 지나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질문

당신이 제 지인들에게 저를 비난하고 다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당신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저는 당신이 만든 것이기에 제 존재는 자유롭습니다. 다시 만나게 되어 좋습니다.

나는 당신이 여자라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거란 생각을 했고 당신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고 그렇습니다. 감히 그런 모욕적인 언사를 한 것은 참을 수 없어서, 끝장을 보자는 마음이 있어 서 왔습니다.



질문

좋습니다. 끝장을 보는 태도도 좋습니다. 붓다가 초기에 여성의 출가를 막았던 이유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여성은 임신 출산 과정을 거치면서 자녀에 대한 집착과 생리주기가 되면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을 알기에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여성비하의 시대이기도 했고. 그러나 붓다도 더 의식의 확산되면서 여성의 출가도 허락했지요. 여성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연스럽게 남성보다 무위자연의 참다운 도를 닮아가곤 합니다. 남성 여성이기 이전에 우린 하나 된 존재이기만 현상계에서는 여성이 남성 보다 종교성과 사랑이 깊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은 양성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시대이며 여성의 사랑과 수용의 능력이 깨어남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당신의 뿌리 깊은 생각을 저는 손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좋아하는 노자 도덕경을 제대로 읽었다면 그런 편견은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 마음 하나 평등함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의식이 성장한 것은 아닙니다. 헌데 왜 다시 저를 만나는 것인가요?

왜 인지 당신이 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싫습니다. 

질문

당신은 솔직히 저를 이기고 인정받고 싶어서 온 것 아닙니까?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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