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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호 Feb 23. 2021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2017. 6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며 울음을 참기 어려웠다. 기분 나쁜 감정에서 나오는 울음은 아니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훈련소에서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을 때와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복받쳐 올라왔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엄마'가 불쌍해서 울었다기보단 엄마를 추억하던 첫째딸의 자기혐오와 미안함과 슬픔이 내것같이 다가와 울었던 것처럼, ⟨노무현입니다⟩에서 출현한 수많은 인터뷰이들이 노무현에게 느끼는 감정이 파도같이 다가왔다. 


내가 울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를 보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정치인으로의 노무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는 노무현 집권 5년이 실수투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저 자리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노무현을 싫어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더더욱 싫어서 비판적으로 지지하던, 그런 정치인과 그런 정당의 사람들이라고 봤는데. 나는 왜 그와 함께했고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을 무덤덤히 그리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정치적인 냉소와 거리 유지로 스스로의 '쿨함'과 객관성을 지킨다고 자위하던 내가, 4:3화면에 등장한 촌스런 차림의 노사모 회원들이 갑자기 부러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난 언젠가 한번이라도 저 사람들처럼 무엇인가에 열광하며 최선을 다한 뒤 성취감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불의에 분노하고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을 비현실적이라고 조소하고 현실적인 사람이 되자고 맘먹었던 게 부끄러워졌다. 불의에 저항한 노무현이란 사람. 자신을 감시하던 중앙정보부 요원조차도 자신의 친구라고 말하고 다니던 현실감 없는 인간. 영화를 보고 노무현이란 사람이 좋아졌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던 자신의 주변인을 따뜻하게 안아주던 그를 허무하게 보냈던 사람들의 슬픔과 미안함 그리고 서글픔의 깊이에 복받쳤던 것 같다. 


영화 막바지 인터뷰에서 어떤 노사모 회원은 노무현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없었으면 돈이 최고인줄 알고 돈을 많이 벌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 짖밟고 으스대는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세상살이엔 경쟁하고 남 위에 군림하는 것 보다 중요한게 훨씬 많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라 고맙다고. 난 인터뷰이가 고마웠다. 그 인터뷰를 해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해 보니 왜 기분 나쁜 울음이 아닌지 알거 같다. 세상엔 나쁜 어른들뿐 아니라 좋은 어른들도 많단 걸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알고 보면 우린 생각보다 더 희망적인 곳에서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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