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7 | ⟨배달은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를 읽고
코로나19 이후 택배 기사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바이러스가 확산세가 한창이던 3월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8퍼센트나 증가했지만 배달 기사들은 초인종을 누르고 사라진다. 옷과 같은 간단한 소비재를 넘어 생수나 쌀과 같은 무거운 장보기도 온라인 배송으로 해결하는 시대에 주문 접수부터 배송까지 물류의 전 과정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내 필요를 해결하는 온라인 쇼핑은 사실 마법이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가 종사하는 거대한 산업이라는 점을 우리는 가끔 잊는다.
택배 박스를 나르는 사람들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중이다. 아르바이트와 같은 파트타임 노동을 넘어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노동자가 건당 계약을 맺어 일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기존의 노동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양산한다. 배달의민족 같은 업체들은 배달 서비스를 외주화하고 개인 사업자로 고용된 노동자에게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경기 침체나 회사의 방침으로 일이 끊기면 기존의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외주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주문은 손가락 끝에서 이루어지고 제품은 자고 일어나면 배송되지만, 편리한 앱 뒤에는 사람의 희생이 있다. 지난 5월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며 매일 500여 개의 물건을 배송하던 택배 기사가 과로로 숨졌다.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 창고 화재 사건 역시 끊임없이 확장하는 물류 산업 환경에 발맞춰 공사기간 단축을 밀어붙이다 일어난 참사다. 쿠팡 물류 센터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은 마법 같은 택배 배송 뒤에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많은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온라인 유통 산업의 마법은 택배 박스를 나르는 사람들뿐 아니라 박스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수많은 지식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아마존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 주에 두 번째 본사(HQ2)를 지으면서 500여 명의 새로운 테크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년간의 교육을 받고 경력을 쌓은 마케터, 웹 개발자, 디자이너, 광고 기획자들이 다른 거창한 일이 아닌, 상품이 집까지 안전하게 배달되는 서비스를 연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영국의 미래학자인 아서 C. 클라크는 “모든 발전된 기술은 마법과 구별이 불가능하다(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도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이 문 앞에 도착하는 마법 같은 기술이다. 아이들에게 장보기는 손가락을 놀려 음식 모양을 클릭하고 얼굴을 아이폰에 갖다 보이면 완성되는 손쉬운 일이다. 손가락을 놀리면 준비된 택배가 우리 문 앞에 도착하지만 그 밑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머리를 맞대면서 치열하게 고민한다. 마법 뒤에는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