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복잡할 땐 마티스를!
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내 생각들은 펼치면 이름도 제각각이고 내용도 제각각인 파일들이 무수히 쏟아지는 난잡한 D드라이버 같다. 화분에 물을 주다가 인도 커리 만드는 방법이 궁금해지고 다 떨어진 휴지를 주문하다가 절절한 사극 스토리가 생각나는 식이다. 따라서 무슨 일을 하던지 집중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터라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오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 위해선 무던히도 노력을 해야한다. 그림을 그리려고 자리를 잡고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어제 유투브로 본 피아노 연주 영상이 떠오르니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일을 마치기 위해선 나를 다그치고 타이르며 어르고 달래고 해야 그림 한 장을 겨우 끝낼 수 있다.
단순한 것도 단순하게 보지 못하는 나다. 안그래도 복잡하고 어지러운 이 세상을 더 어지럽게 만드는 건 나 자신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하곤 하는데 혹자는 이런 기질을 아이디어가 많고 여러 문제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 좋게 평해주기도 하지만 과부하가 잘 걸리는 뇌를 가진 사람으로써 기질을 잘 다듬어 좋게 사용하기란 쉬운일이 아닐 수 없다.
앙리 마티스. 야수주의란 미술사조를 만든 이 위대한 프랑스 화가의 그림엔 힘이 있다. 그 힘은 마티스만의 단순함과 순수하고 강렬한 색채에서 온다. 어떻게 보면 기형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돌며 춤추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만사 고민이 모두 부질없어보이기도 한다.
마티스의 파랑색은 자유다. 강렬한 인상으로 앉아 있는 파란 누드 그림은 내게 집중해야할 것, 문제의 본질이 뭔지 알려 주는 것 같다. 그림 한 가득 오로지 인체만이 존재한다. 어떤 문제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가 없고 꾸밈이 없는 인물 그대로의 데셍. 조형미를 담은 마티스의 파랑은 이렇게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