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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홍대리 Mar 20. 2023

엄마표 코칭 공부법

질문의 힘

위대한 결과는 위대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은 ‘왜 사과는 나무에서 아래로 떨어질까?’라는 내면에서 솟구친 우연한 질문 하나 때문이었다. 이전까지의 모든 인류가 당연한 일인 듯 무심코 지나쳤던 현상에 질문을 던진 순간, 감춰졌던 세계의 진실이 그 앞에 드러난 것이다.


학습 코칭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답하면 질문이다. 아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본래 지니고 있던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하고,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행동’하게 옆에서 질문하고 경청하고 피드백하며 도와주는 것이다. ‘부모 스스로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부모 스스로 아이의 미래를 계획하고, 부모 스스로 아이의 행동을 강요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다.




공부하는 성호를 위해 나는 멋진 코치가 되려고 최선을 다했다. 아침저녁 등하교를 버거워하던 성호를 위해 직접 운전기사가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단지 통학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학교에 등교하는 아침 30분, 저녁에 하교하는 30분을 나는 최대한 활용했다. 성호를 차로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면서 성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코칭 시간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보다 성호가 효율적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을지 매일매일 코칭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수업 어떨 것 같아?”

“오늘 배운 수업 내용 중에서 뭐가 가장 재밌었니? 잘 모르는 과목 있었어?

“엄마, 나 수학 미적분이 너무 힘들어. 공부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 네가 했던 방법이 너랑 안 맞았을 수도 있어. 네가 여태껏 안 해봤던 방법을 떠올려봐. 뭐가 있을까?”


예를 들어 성호는 궁리 끝에 A4용지 한 장에 수학 문제를 적어 단순히 문제를 푸는 공식만 아니라, 개념 원리부터 차근차근 정리하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개념부터 적어나가 문제를 푸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하자 어느새 지름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를 때면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처럼 성호와 나의 등하교 시간은 끊임없이 함께 효과적인 공부 전략을 짜는 여행이었다.




원자시계의 개념을 최초로 발견해 194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지도어 라비에게 한 기자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어떻게 그런 놀라운 생각을 할 수 있죠?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요?”

라비가 조용히 대답했다.

“제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님은 늘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얘야, 오늘 공부 시간에는 선생님께 무슨 질문을 했니?’ 바로 어머니의 질문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비결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냈어?” 같은 단순한 질문을 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제대로 질문하는 습관을 가정에서 기른다고 한다. 유대인들이 노벨상을 유독 많이 수상하는 이유를 이런 질문하는 습관으로 파악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성호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질문을 통해 코칭한 나는 성호 역시 질문하는 학생이 되기를 바랐다. 특히 성호가 질문을 통해 선생님들을 열심히 괴롭히는(?) 학생이 되기를 바랐다.

“혼자 열심히 문제를 궁리하는 것도 좋지만, 문제가 꽉 막혔을 때는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아. 네 옆에는 최고의 선생님들이 계시잖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선생님을 적극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 과목에서 최고의 수준에 오른 선생님은 걸어 다니는 참고서이다.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며 상위권을 유지하는 학생은 없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정작 옆에 있는 보물창고인 학교 수업을 등한시한다. 그러나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학생은 모든 선생님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교무실에 수학을 물으러 가면, 모르던 수학 문제 하나를 배워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옆의 선생님이 잘 보기 시작한다.


    특히 성호처럼 하위권을 맴돌던 아이가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선생님들은 정말 기뻐한다. 교육자란 공부 잘하는 아이를 꾸준히 잘하게 하는 것에도 기쁨을 느끼지만, 무엇보다 못하던 아이를 잘하는 아이로 이끌 때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즉 선생님의 교육열에 불을 붙이는 순간, 하나를 물으면 열을 더 가르쳐주려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로 선생님이다.


    실제 성호의 질문 전략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처음에는 교무실까지 찾아가 질문하는 게 쑥스러웠지만, 익숙해지자 문턱이 닳도록 교무실을 찾았다. 수학 문제를 물으러 갔다가 옆의 과학 선생님이 자신한테는 궁금한 것 없냐고 먼저 물어봐 과학 개인 과외를 열심히 받다 보면, 옆의 영어 선생님이 불러 부족한 부분을 친절하게 지적해 주며 앞으로 공부할 방향을 상세하게 가르쳐주셨던 것이다.


    반에서 하위권을 맴돌며 프로게이머가 된답시고 야자나 빼먹던 녀석이 갑자기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기특했겠는가? 게다가 하위권을 맴돌던 성호가 공부를 열심히 하니 반 분위기 전체가 좋아지는 효과까지 낳아, 선생님들도 흐뭇해서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기 위해 일부러 찾아올 정도였다.


    이처럼 나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성호를 자극했고, 성호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선생님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이미 학창 시절을 온몸으로 겪어왔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우리 부모가 내게 대하던 방식을 보며,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대해야 효과적일지 자신만의 답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모가 실패했던 방식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부모님이 윽박지르고 혼내는 대신 조금이라도 격려를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나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용기를 냈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면서 오늘도 아이를 윽박지르지 않는지 생각해 보자.


공부에 재미를 붙인 성호가 하루 종일 게임만 하던 시간이 너무 아까웠는지 내게 물은 적이 있었다.

“엄마, 나 왜 게임만 할 때 말리지 않았어?”

내가 되물었다.

“그때 내가 말렸으면 너는 어떻게 했겠니?”

성호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음…… 계속 간섭하고 말렸으면 집을 나갔을지도 모를 것 같아. 그때 내 꿈은 게임이었으니까.”

“엄마는 성호를 믿었어. 어제도 믿었고 오늘도 믿어. 그리고 내일도 믿을 거야.”

내 말에 성호가 쑥스러운 듯 말한다.

“고마워, 엄마. 그리고 엄마가 믿어주는 만큼 나도 열심히 할게.”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저학년일 때는 교과 과정에 자신이 있으니 직접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다가도, 아이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전문적인 지식이 딸린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만다. 그러나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아이와 함께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최고의 선수가 반드시 최고의 코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최고의 코치가 될 수 있다. 자식을 최고로 키울 수 있다는 용기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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