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코칭
오늘도 많은 엄마들이 자식 때문에 화병에 걸려 고생 중이다. 그런데 정작 화병 발병률은 아이들이 성인보다 2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바로 세계 최고의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다. 대한민국 학생들이 겪고 있는 학업 스트레스는 살인적인 수준까지 다다른 지 이미 오래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기는커녕 갈수록 무겁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 결국 입시 스트레스에 꽃다운 생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 진학 스트레스로 가슴속에 우울과 분노를 쌓아가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 마음속 응어리를 풀 수만 있다면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텐데 혼자 끙끙 앓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는다. 그야말로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은 아이대로 성적 때문에 피가 마르는 지경이다.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성호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다양한 여가 생활을 함께 즐기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국내 최고의 명문대 학생들도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한다는 뉴스를 본 적 있을 것이다. 공부가 아이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절대 명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고 학업 스트레스가 없는 게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정상을 밟아본 아이일수록 추락의 공포가 클 수밖에 없다.
내가 성호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 여가 생활 중에 대표적인 게 등산인데, 우리 가족은 성호가 공부하느라 바쁠 때도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종종 등산을 했다. 한 번은 한겨울에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 온 가족이 눈이 푹푹 빠지는 태백산을 등정한 적도 있었다.
“으, 추워. 아무튼 우리 엄마는 못 말려. 제발 귀한 아들 고생 좀 안 시키면 안 될까?”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한 발 한 발 어렵게 내딛는 동안 성호는 연신 흰 입김을 내뿜으며 투덜거렸지만, 얼굴색은 정반대였다. 매일매일 갑갑한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찌들었던 가슴이 맑고 차가운 공기에 깨끗하게 씻기는 듯 상쾌한 표정이었다. 고생 끝에 도착한 정상에서 성호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토해냈다.
심지어 성호는 겨울 방학 때 한라산을 등정한 적도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산악회 회원들이 폭설이 내린 겨울 한라산 등정을 계획한다는 이야기에 참여시켜 달라고 졸랐던 것이다. 산악회 회원들은 에베레스트 원정을 다니는 전문 산악인들이었기에 함부로 초보자를 일행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아들에게 멋진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성호는 등산을 하며 고통을 참아내고 정상까지 올랐다는 성취감과 함께 산이 주는 겸손함을 배울 수 있었고, 특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었다. 자연만큼 ‘재충전’을 도와주고, 스트레스에 좋은 치료제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힘들게 공부를 시작했다면, 엄마는 아이의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입시 공부 탓에 제대로 된 여가 생활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