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떠났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불현듯 유학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진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를 벗어나기 위해 준비는 해야겠다며 시작했는데, 진짜 현실이 되었다.
항상 일상을 공유하던 친구가 일상에서 사라졌다.
합격을 통보받고 가기로 결정하는 시간동안 왜 가냐고 툴툴대다가, 그 친구의 고민의 시간을 떠올리면 그럴만도 하지 했다가,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가야하나, 내내 그랬다.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나 왜 가는 걸까를 되묻던 친구는 떠나는 날엔 내가 왜 가야하냐고 했다. 많이 고민했고 직접 선택했지만 그럼에도 모든걸 놓고 떠나는 길은 보내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이 더 막연하겠지.
말은 유학인데 모두가 친구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해진게 없는데,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가보다.
아주 보내야하는지, 잘 다녀오라고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보내고 싶지 않은데 보내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보내는 인사가 서운할 것만도 같았다.
모두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한 말이 친구에게 돌아오는 게 실패라고 하는 것처럼 들릴까봐 걱정되었다.
내딛은 발걸음 자체로 대단했고, 돌아오는 길도 더 멋드러질 거란걸 얘기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돌아오라는건 아니지만, 돌아온다면 더 좋을 것도 같았다.
이제 서울에 자기 집이 없다는데 발붙일 곳이 한두군데가 아님을 기억했으면 했다.
비빌 언덕이 차고 넘치니 하고 싶은 모든 걸 부딪히고 왔으면 했다.
그 모든 마음이 두서없는 편지에 다 담겼을지는 의문이긴 하다.
똑똑한 친구니까 멋지게 해석해서 이해했을거라 믿는다.
친구가 떠난 나의 시간은 심심해질 예정이다.
그래도 친구의 시간은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
반짝이는 순간들을 가득 머금고 시간의 필름을 가득 채워 왔으면 좋겠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지만 낭만같은 순간들이 많아지길.
조금은 덜 힘들고 조금은 더 즐겁길.
건강하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