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거대 휴양지 칸쿤에서는, 대부분의 숙소들이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이며, 고급스럽고 다양한 식사와 칵테일, 데낄라와 같은 주류들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니, '올인클루시브'라 함은 정말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숙박해보니, 올인클루시브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포함된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고, 칸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 '포함된 것'과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 포함된 것 3가지
1. 무제한 주류 (비싸지 않은 가격의 기본적인 술 한정)
아침에 수영장에 나가서 앉아있으면, 어김없이 리조트 직원이 밝은 미소로 다가와 술을 권한다. 멕시코이니만큼 다양한 종류의 데낄라를 즐길 수도 있고, 멕시코의 대표 맥주인 코로나 맥주를 즐기거나 화려한 칵테일을 주문해도 된다. 체력만 받쳐준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술을 쉴 새 없이 즐겨도 된다. 하지만 하루 종일 술을 마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나에게 술을 권하러 오는 리조트 스태프의 눈을 피하기도 했다.
2. 리조트 내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무제한 식사
워낙 맛있는 음식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해서 칸쿤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는 나와 잘 맞았다. 레스토랑에 가서도 먹고 싶은 메뉴를 다양하게 맘껏 주문하고, 그에 맞는 술도 맘대로 주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무제한 식사를 즐기고 나서, 계산하지 않고 나오는 것이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했는데, 일주일 동안 칸쿤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생활하면서 나중에는 '무위도식'하는 라이프에 익숙해졌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식당에서 돈을 내지 않고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3. 매일 수영해도 질리지 않는 널찍한 수영장과 카리브해 오션뷰
무제한 술, 무제한 식사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은, 매일매일 수영해도 질리지 않는 널찍한 리조트 수영장과 카리브해 오션뷰다. 칸쿤에서는 수영복을 입고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수영복 위에 간단한 옷을 걸치고 리조트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에, 수영장 주변에 자리를 잡아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수영을 하다 나와서 술 한잔하고, 태닝도 하고, 다시 수영장에 들어가서 놀다가 리조트 앞에 펼쳐진 카리브해에 들어가서 파도도 타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올인클루시브지만 포함되지 않은 것 3가지
1. 팁
팁은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의 현실이다. 올인클루시브이지만, 무제한 술을 시킬 때나 무제한 음식을 주문할 때 스태프들에게 팁을 전달하는 게 매너다. 처음에는 올인클루시브라고 해서 리조트를 선택했는데, 팁으로 나가는 비용이 적지 않다 보니 '올인클루시브'에 대한 현타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팁 문화도 그 나라의 문화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관광객으로서의 매너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리조트 직원들에게 팁을 전달한 후에 볼 수 있는 행복한 미소는 지금도 머릿속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2. 멋진 것
리조트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포함된 것들이지만, 그중에 특별히 내 눈에 멋져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유료다! 하얏트 질라라 칸쿤 리조트에는 수영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카바나'가 있었는데, 하얀색 커튼이 예쁘게 달려있는 멋진 카바나였다. 이 카바나는 이용하려면 하루에 30 달러 정도가 추가로 들었다. 두 번째로 엄청 크고 멋진 '토마호크 스테이크', 이것도 약 100 달러 정도로 유료. 마지막으로, 레스토랑에 갔는데, 멋져 보이는 술병이 있다던가 오래 숙성된 부드러운 술을 추천받아서 마시려고 한다면, 당연히 그것도 유료다.
3. 무제한 주류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쌩쌩한 간
올인클루시브에 포함되지 않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술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쌩쌩한 간 (肝, Liver)이다. 칸쿤에서 머무는 동안, 올인클루시브의 매력에 빠져서 데낄라를 계속 마셨다. 왠지 많이 마시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수영하면서도 마시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마시고, 식사 후에 바에 가서 계속 계속 마셨다. 결국, 칸쿤 도착 3일째에 나의 간은 '노낄라 (Nomore Tequila!)'를 외쳤다!
칸쿤 4일째부터는 더 이상 데낄라를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즐기려다, 모든 것을 빼앗긴 올익스클루시브(all-exclusive)가 되어버린 것이다.
올인클루시브 칸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쌩쌩한 간'을 준비해서 가거나 또는 마시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생각일랑 일절 버리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서 올인클루시브를 즐기기를 추천한다.
칸쿤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깨달았다. '올인클루시브'란, 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일뿐이지, 사실은 이용 가능한 리조트 서비스에 대해서 내가 '미리' 비용을 지불한 것이고, 그에 대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올인클루시브'라는 말 대신, '프리페이드 (pre-paid)'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인클루시브면 어떻고, 프리페이드면 어떠랴. 칸쿤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각종 술과 음식들을 무위도식하며 신선놀음하는 자신을 상상하며 칸쿤 여행을 예약하는 사람들에게 올인클루시브는 그저 기분 좋은 트릭이고, 꼭 필요한 사기다.
올인클루시브라는 말이 가지는 힘은 대단하다. 사실은 내가 미리 지불한 비용에 대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리조트에서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충만한 기분이 든다. 칸쿤에서 돌아온 지금, 나에게는 무제한 술도 무제한 음식도 없다. 하지만 칸쿤 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 가졌던 행복한 기분이 아직도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올인클루시브 서비스는, 진정한 올인클루시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