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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튤립 May 25. 2021

와플 크로플 떡플 김볶플 !

와플: 격자무늬 속의 바삭함에 대하여


“와플 팬은 어떤 제품이 좋아? 우리 아들이 꿀떡을 구워 먹고 싶대.” 옆 자리의 직장 동료가 물었다.


 와플 기계와 꿀떡의 조합이라니. 왠지 이상하게 들리지만 요즘 대한민국은 다양한 재료를 와플팬에 구워 먹는 것이 유행이다. 삼각김밥도 누르고 꿀호떡도 누르고 모조리 격자무늬로 눌러버린다. 이젠 많은 카페의 기본 메뉴가 되어버린 크루아상 생지를 와플팬에 눌러 구운 ‘크로플’부터 달콤하고 고소한 인절미를 구운 ‘떡플’까지 와플 기계 하나로 탄생한 레시피가 참으로 많다.


 몇 가지 제품을 추천해드리느라 한참을 구경하고 나니 갑자기 와플이 땡긴다. 굵은 설탕이 콕콕 박힌 벨기에식 리에주 와플이 좋을까? 아니면 두툼하게 구워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올린 아메리칸 와플이 좋을까? 간단하게 집어 먹을 수 있는 미니 크로플이 나으려나? 제일 클래식한 사과잼과 버터크림을 바른 얇고 바삭한 길거리 와플? 간식에 대한 고민은 신중하지만 빠르게 끝내야 한다. 머리를 굴리는 데는 에너지가 소모되니까.

 

 마음을 정하고 배달 어플을 켠다. 다들 출출해졌을 오후 시간, 잽싸게 와플을 잔뜩 주문하고 다시 일을 한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달콤한 냄새가 잔뜩 나는 봉투가 배달되었다. 신난다! 팀원들에게 한 조각씩 돌리고 나니 내 책상에도 바삭한 사과잼 와플이 하나 남는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자리로 돌아와 파티션 안의 소중한 간식타임을 갖는다.


 밀려 있는 서류를 검토하며 와삭거리는 와플을 씹어 삼킨다. 밀가루 반죽을 벌집 모양으로 구웠을 뿐인데 어쩜 이렇게 바삭한 걸까? 적은 양의 반죽으로 풍성하게 구워낼 수 있게 고안된 와플팬은 바삭함을 느낄 수 있는 표면적을 최대치로 끌어낸 디자인이다. 또한 움푹 파인 부분은 다양한 토핑과 시럽을 가둬놓을 수 있어 효율적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김치볶음밥을 와플팬에 구워 먹기로 한다. 이미 잘 만들어진 볶음밥을 굳이 왜 누르냐고? 눌어붙은 밥이 더 맛있으니까! 와플팬에 밥 종류를 누를 때는 충분히 기름을 두르는 것이 중요하다. 안 그러면 팬에 밥알이 달라붙어서 청소가 어렵게 된다. 지글지글하게 볶음밥을 누르면 꼭 닭갈비를 다 먹고 볶아주는 철판 볶음밥 느낌이 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니 술술 넘어간다.


  빵빵해진 배를 토닥거리며 쉬고 싶지만 와플 놀이를 마무리하려면 한 단계가 아직 남아있다. 바로 설거지. 다양한 재료를 한층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조금 번거로운 점은 격자무늬 사이사이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눌어붙거나 하면 세척하는 데 한참 걸리기 때문에  꼭 트레이가 분리가 되는 와플 기계를 구입하는 것이 좋으며 수세미보다 부드러운 칫솔로 닦아주면 설거지가 한결 수월하다.



자, 내일은 와플팬에 뭘 구워 먹어 볼까나.




  왠지 최근에 만들어졌을 것 같은 와플의 역사는 의외로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한다(물론 지금의 격자무늬나 메이플 시럽을 뿌린 와플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리스인들은 얇은 금속판에 눌러서 만든 오벨리오라는 케이크를 즐겨 먹었는데 단맛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두 장의 금속판을 활용하였다는 점에서 와플의 시초라고 여겨진다.

 

  시간이 흘러 오벨리오가 중세 유럽으로 퍼지면서 밀가루에 우유나 물, 달걀을 섞어 얇게 구워내는 웨이퍼가 되었고 현재의 벌집무늬 와플팬이 처음 사용된 것은 1200년대로 알려져 있다. 손쉬운 조리법과 다양한 디자인의 판 덕분에 와플은 신분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 되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밀가루와 물만으로 이루어진 두툼한 비스킷 케이크 같은 와플을, 귀족들은 달걀, 우유, 꿀 등을 넣어 부드럽고 섬세한 맛이 나는 와플을 즐기게 된다.


   1620년에는 네덜란드식 와플이 필그림들을 통해 미국으로 전파되었고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1795년엔 그간 고프레, 와펠, 웨이퍼 등으로 불리던 이 음식이 처음으로 와플(Waffle)이라고 명명되어 왕실 요리법(Court Cookery) 책자에 실렸고, 오늘날 아침 식사로, 혹은 간식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다.


  와플의 토핑으로는 다양한 재료가 활용되는데 일반적으로 브뤼셀 와플은 간단하게 슈가파우더만 뿌려서 내는 것이 클래식이지만 리에주 와플은 초콜릿 시럽이나 과일, 아이스크림 등과 함께 먹는 편이며, 아메리칸 와플은 메이플 시럽, 휘핑크림, 잼, 땅콩버터, 과일 등이 활용되며 아침식사로 먹을 때는 베이컨, 소시지 계란 등을 곁들인다.


  북유럽 쪽에는 고소한 치즈나 베리류를 활용한 잼, 크림 등을 많이 올리는 편이고 네덜란드의 스트룹 와플은 꾸덕하고 달콤한 캐러멜을, 볼록볼록 한 모양이 인상적인 홍콩의 버블 와플은 아이스크림과 함께 많이 판매된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파는 판단 잎과 타피오카 전분이 들어간 소프트 와플은 코코넛 슈레드와 즐기기도 한다. 한국식 와플은 단연코 사과잼과 버터크림을 넣어 반 접어 먹는 것이 기본이지만 아이스크림, 커스터드, 오레오, 과일 등 다양한 토핑을 넣은 와플도 인기가 많다.




바삭한 홈메이드 아메리칸 와플 레시피(6개 분량)


<재료>

- 중력분 2컵

- 설탕 1큰술

- 베이킹파우더 1큰술

- 소금 1/4작은술

- 버터밀크 1.5컵*

- 계란 2개

- 바닐라 익스트랙 1/2 작은술

- 녹인 버터 1/2컵


*전통적으로 버터밀크는 버터를 만들 때 나오는 물을 말하는데 집에서 간단하게 대체하려면 분량의 우유에 레몬즙이나 식초를 1큰술 정도 섞어주면 된다.


<만드는 법>

- 와플팬을 미리 예열한다.

- 큰 볼에 밀가루, 설탕, 베이킹파우더와 소금을 넣고 잘 섞어준다.

- 버터밀크, 계란, 바닐라 익스트랙트와 녹인 버터를 추가하고 덩어리 지지 않게 섞어준다.

- 반죽이 고르게 섞이면 1/3컵씩 덜어서 와플팬에 구워주는데 눌어붙을 것이 걱정된다면 소량의 버터나 오일을 팬에 바른 후 구워주면 된다.

- 앞 뒤로 2-3분 정도 굽는 것이 일반이나 팬이나 기계별로 차이가 있으니 중간에 체크하면서 색상을 확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 다 구워진 와플은 메이플 시럽, 사과잼, 생크림, 아이스크림 등 취향에 맞는 다른 재료와 조합하면 완성!



  와플은 순식간에 눅눅해져 버리기 때문에 금방 만들었을 때가 가장 바삭하고 맛있다. 느지막하게 일어난 주말 아침, 간단한 재료로 와플을 구워 그럴듯한 브런치를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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