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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정대건 작가의 장편소설 [급류] 후기

by 유일한 사대생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얘기 들어 본 적 없어?

7년인가 지나면 사람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가 교체된대. 10년이면 도담씨 온몸의 세포가 교체된거야. 그러면 이제 도담 씨도 그 사람도 그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




해솔의 시계는 멈춰 버렸다.

젊음으로 가득한 캠퍼스에서 해솔은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했고, 아주 늙어버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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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망각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구는 게 젊은이들의 특권이라면 해솔은 젊음을 잃어버렸다.


사람들은 그들이 기대한 만큼 비극을 겪은 사람이 충분히 망가지지 않으면

일부러 망가뜨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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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은 불행의 크기를 다이아몬드라도 되는 양 자신의 것과 남의 것을 비교했다. 도담에게는 여전히 자신이 가진 불행이 가장 크고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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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라는 건 상대방이라는 책을 읽는 거라고, 그렇게 두 배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거라고, 태준은 말한 적이 있었다. 도담은 자신이 펼치고 싶지 않은 책, 끝까지 읽고 싶지 않은 책처럼 느껴졌다.



소설 급류를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완전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네'였습니다. 남녀 주인공이 열렬히 사랑하지만 집안의 어떠한 이슈(?)로 인해 자꾸만 갈라지게 되는, 그런 점이 유사하게 느껴지더군요.


차이가 있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고, 둘 다 목숨을 잃고 나서야 함께 누울 수 있게 되었지만 도담과 해솔을 그렇지 않았다, 종국에는 함께하게 되었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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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사랑을 떠나려던 자리에는

항상 왜 그렇게 장애물이 많던지,


그 무엇보다 '사랑'에 대해서 다루는 듯 보이지만, 독자인 제 입장에서는 그 어떤 소설보다 '만남과 이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던 책.



과연 [급류]는 해피엔딩일까요?
급류에 빠진 그들은 결국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이상, 급류 간단 후기였습니다.



도담은 엄마를 위로할 줄 몰랐고 정미도 딸을 위로할 줄 몰랐다. 이런 일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

정대건 소설, 급류 中


+) 사실 제일 불쌍한 건 정미, 선화, 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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