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_팀장의 매니지먼트_팀장의 사람관리
팀장은 구성원 때는 하지 않던 여러 관리적인 일(Managerial work)이 주어진다. 그중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서류 전형이나 1~2차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석하여 회사의 미래를 위한 인재 확보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경력사원 채용을 위한 면접에는 해당 팀장의 평가가 최종 채용 확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중차대한 임무를 띠고 면접장에 들어가야 한다. 팀장이라는 자리는 곧 회사 여러 경영활동에 크고 작은 책임이 있는 관리자이자 리더의 일원이기에 채용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공동의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임해야 한다.
우리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을 명확하게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선조들의 경험에 의한 지혜가 담긴 촌철살인의 표현이다. 필자는 이 말속에서 선조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 진짜 그 사람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과 그렇지만 본모습을 알기가 어렵다는 절망이 함께 담긴 말로 이해했다.
필자도 HR 부서에 근무하면서 여러 종류의 채용 면접 과정에 많이 참여해 왔다. 그 과정에서 혹자는 면접도 많이 보고 HR 경험도 많으니 피면접자(이하 후보자)들을 "척 보면 알지 않냐?"라고 치켜세우듯 물어본다. 그러면서 HR 부서의 면접 의견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사람은 척 보면 알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며 나를 포함한 누구도 직관과 짧은 관찰만으로 사람을 온전히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느니 어쩌니 하는 사람들 말은 신뢰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
같이 수 십 년을 함께 산 가족에 대해서도 '이 사람이 내 아는 그 가족이 맞나'싶을 때가 종종 있지 않은가? 오늘도 멀쩡하게 생긴 사기범들에게 당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후보자가 자아도취 상태(?)에서 쓸 수밖에 없는 자소서(일명 '자소설')라고 하는 자기소개서에 적힌 한 두 페이지의 인적사항과 경력사항이 모두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들은 아마도 세계 최강의 스펙과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지구도 능히 지키고 남을 어벤저스급 인력으로 넘쳐날 것이며 법과 제도도 필요 없는 유토피아가 따로 없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의 여러 기업 HR 부서 담당자들은 '사람이 없어 일을 못하겠다'는 하소연이 가득하다. 더불어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적합한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보조적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전문 업체에 '레퍼렌스 체크'를 맡기고, 후보자의 여러 SNS 계정이나 온라인 상에서 활동 등을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요즘은 서류 전형이나 면접에 AI 기술을 동원해 면접관이 사람이기 때문에 놓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신호들을 찾아내 최종 의사결정에 보조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무튼 외부인을 채용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그 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갖고 있는 역량을 하나라도 더 파악하고 확인하고 싶기에 채용 전형 특히 면접에 많은 노력과 공을 들이는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해당 팀에 필요한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팀장 유의해야 할 점과 핵심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에 대해 소개한다.
면접장에서 질문은 단순한 Q&A도 아니고 정답을 찾아가는 스무고개도 아니다. 특히 경력 사원 채용 프로세스에 있어 면접관으로서 팀장(Interviewer)의 좋은 질문은 후보자의 긴장을 풀어 주기도 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직무 경험과 역량을 확인하고, 리더십이나 대인관계 등 자질과 개인적인 특질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다. 몇 가지 포인트로 면접장에서 참고할만한 유용한 질문과 관찰 포인트를 소개한다.
첫 번째 유형의 질문과 관찰 포인트는 직무 경험과 직무 역량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Q) 시장에서 우리 회사 제품/서비스가 경쟁사 제품/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한 본인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이 질문은 비즈니스를 둘러싼 전반적인 경영 환경, 경쟁 상황, 전략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질문으로 후보자의 거시적인 안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Q) 입사 후에 만일 당신이 혁신적인 사람을 뽑아야만 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면, 어떤 자질이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을 채용하겠는가?
→ 이 질문은 후보자가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관점을 묻는 질문이다. 사람에 대한 선발하는 역할을 함에 있어서는 자신이 원하는 바람직한 모습이 투영될 수 있기에 그 사람을 우회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이다.
Q) 당신이 경쟁사에 근무한다면(실제로 경쟁사에 오는 경우라면 더 좋다) 우리 회사의 제품/서비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하겠는가? 아니면 우리 회사의 약점이나 공략 포인트는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는가?
→ 이 질문 면접장에서 정말 파워풀하게 활용하고 후보자의 자사에 대한 이해도나 경쟁 상황에 대한 이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자사의 약점까지도 파악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채용 여부와 관계없이 면접장에서도 제삼자나 외부인의 시각으로 우리 회사나 조직의 약점도 파악해 볼 수 있는 팀장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질문이다.
두 번째 유형은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다.
Q) 빠른 의사결정이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불행히도 필요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 상황 대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으로 두루뭉술한 질문 같으면서도 후보자의 일머리와 경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Q) 기존에 하던 방법과 다른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던 사례를 들어보라. 결과는 어떠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가?
→ 창의적 접근법과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틀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으로 사례를 들어 설명하라고 하면 구체적이지도 않으며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면접 경험이 많은 후보자들은 대표적인 사례 한 두 가지는 준비해서 오기 때문에 "다른 사례는?", "다른 직무에서는?" 등으로 깊게 파내려 갈 수 있다.
Q)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던 상황이 있는가? 이유와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 문제 해결이나 업무의 완성도와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역량과 집단지성 등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젠 많이 보편화된 '기업시민행동(corporate citizenship behavior)'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팀워크나 팀 내 대인관계가 어떠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behavior)
세 번째는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질문이다.
Q) 전 직장에서 당신의 아이디어나 제안으로 바뀐 시스템, 제도, 절차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또한 그 과정에서 팀이나 조직 전체에 어떤 유익이 있었는가?
→ 조직에서 필요한 창의성은 일에 대한 몰입과 열정 그리고 회사나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다. 문제의 크기나 난이도 또는 자신의 직무든 직무 외적인 것이든 조직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Q) 우리 회사(조직) 제품/서비스 등에서 앞으로 2~3년 후 일어날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앞으로 2~3년 후 고객들이 우리 제품/서비스를 어떻게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이 질문은 후보자가 자사의 제품/서비스에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 트렌드나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 등도 두루두루 확인할 수 있어서 괜찮다.
네 번째는 조직 생활에 의외로 중요한 임기응변 능력과 관련된 질문이다.
Q) 갑자기 상사의 의사결정이 바뀌었을 때 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을 때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 이는 실제 상황에서 임기응변 능력의 정도와 조직 생활에서 센스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다.
Q) 일을 추진함에 있어 필요한 절차나 지원이 효과적이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했는가?
결과는 어떠했는가?
→ 부족하거나 비효율적인 자원을 가지고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현실적인 상황 대처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Q) 주위로부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던 경험에 대해 공유해 달라.
→ 이는 후보자가 어떤 상황을 압박이라고 느끼는지 또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유형으로는 회복탄력성이라고도 하는 스트레스 대응 능력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다.
Q) 직장 생활하면서 경험한 실패나 대표적인 실수 사례를 얘기해 달라.
이 질문에 답변을 했다면 이어서 "다시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로 심층질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만약 "딱히 실패했던 경험이 없다"라고 답변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상황을 얘기해보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얘기해 달라."라고 방향을 살짝 바꿔 재질문을 할 수도 있다.
→ 이를 통해 후보자가 실패나 실수에 어떻게 대처하는 방법과 대응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면접관으로 참여하게 되면 온 정신을 집중하며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한다. 왜냐하면 좋은 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뽑지 않는 것은 조직에 더 나쁜 해악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면접관 중 한 명으로 참여한 나 자신의 자존심이기도 하며, 후보자이기도 하지만 고객일 수도 있는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앞서 제시한 질문과 관찰 포인트들을 내부 직원의 전입을 프로세스에 있는 사전 인터뷰에도 적절히 응용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