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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병채 Apr 27. 2021

팀장의 중장기 책무, 구성원 육성

팀장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_팀장의 매니지먼트_팀장의 인사관리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교육 만능주의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육에 올인한다. 학교 때 배운 기억을 되살려보면 우리 역사상 과거시험을 통해 인재를 등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고려 광종 때부터로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아마도 그때부터 이 땅에 교육에 대한 집착이 더욱 심해졌으리라 짐작된다. 

우리나라 여러 부처 장관 가운데 가장 힘든 부처가 교육부 장관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인 즉 모든 국민이 교육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국민 모두가 준전문가 수준의 식견은 물론 심지어 대안마저 있으며, 아들, 딸, 손자, 손녀, 조카, 동생, 선후배 등 전 국민이 이해관계자가 있으며,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을 내다보며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데 시대는 너무 빨리 변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는 게 그 이유였는데 깊이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교육은 사람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여러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임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인교육이네 전문가 육성이네 표현만 만 다를 뿐 십수 년간 학교와 조직에서 수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교육을 받아왔고 시켜왔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조직(이하 기업)에서도 교육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인가? 

중요하다면 기업에서는 어떤 내용을 어느 수준까지 교육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기업에서도 교육은 여전히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기업 교육은 업무에 필요한 지식 Knowledge, 기술 Skill, 태도 Attitude(이하 K-S-A)를 함양하는 데 있다. 거기에 더해 비즈니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인사이트, 사내외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조직 활성화와 팀빌딩, 조직 문화 구축, 후계자(후임자) 육성 등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처방과 접근법이 있다. 여러 목적과 처방이 있지만 전사 차원이나 부문/사업부 단위가 아닌 팀 레벨에서 교육과 육성 활동은 철저하게 직무 관련 K-S-A를 통해 성과를 향상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팀장 책임 아래 있는 구성원 육성은 교육이라기보다는 일과 직무 자체에 전적인 비중을 둬야 한다. 팀 레벨에서 구성원 육성은 외부 강사나 내부 전문가가 주도하여 구성원을 불러 모아 직접 교육을 실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인원이 많지 않기에 효율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일과 직무 자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K-S-A가 쌓일 수 있도록 하는 실사구시형이 육성 활동이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팀장 레벨에서 실사구시형의 실천적인 교육과 육성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 

팀장이 직접 하는 육성 활동의 첫 번째는 구성원의 역량 수준에 적합한 직무와 단위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적절한 업무 부여 자체가 가장 우선적인 교육이고 육성 활동이며 학습과 성장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다. 팀장은 연말 성과평가 면담을 진행하면서 얻은(새로 부임한 팀장의 경우 초기 전체 팀원 면담을 통해) 구성원의 니즈와 팀의 업무 계획과 방향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업무 할당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구성원의 역량 수준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있고 복잡한 일을 구성원에게 부여하고, 일의 진행 전-중-후에 적절한 가이드와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직무에 대한 K-S-A가 쌓이게 도와줘야 한다. 팀 구성원들의 역량 수준, 직급, 직무 경험 등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을 때는 적절한 직무 할당이 어렵지 않지만 시니어 계층이 몰려 있거나 반대로 주니어 그룹이 다수를 차지하면 이게 쉽게 풀 수 있는 퍼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의 역량과 의욕, 직무에 대한 열정과 몰입 등을 고려한 팀장의 고민과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적절한 업무 할당에 따른 학습과 성장의 효과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개인 역량뿐만 아니라 팀 역량과 퍼포먼스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기폭제가 된다.  

두 번째 방법은 팀장의 피드백을 통한 육성이다. 십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코칭 열풍이 불었었다. 하지만 아직도 코칭이 잘 정착되었다는 조직에 대해 보고 들은 바가 없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 문화와 교육 환경에서 코칭이라는 방법이 뿌리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코칭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여 필자는 팀장들께 피드백에 집중하길 권한다. 구성원들이 평상시 업무과정 속에서 관찰하고 인지한 내용을 바탕으로 '적절한 피드백'이 앞선 장에서 언급했던 과정 관리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육성 활동의 핵심이기도 하다. 팀장의 피드백은 철저하게 구성원 맞춤형으로 할 수가 있기에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피드백 방법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사항은 필자의 브런치 '과정 관리의 핵심, 관찰과 피드백'과 '피드백의 양대산맥, 질책과 격려' 편을 참고하길 바란다)

세 번째 방법은 팀 미팅을 학습과 육성 활동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자주 쓰던 방법인데 사내외 세미나나 교육, 전문가 인터뷰나 미팅 등을 통해 알게 된 K-S-A를 반드시 팀 내에서 공유하게 만든다. 이는 팀 구성원 전체가 비슷한 눈높이의 K-S-A를 갖게 만드는 것과 아울러 같은 언어와 방법론 등을 알게 됨으로써 오는 효익이 기대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적극 시행해볼 것을 추천한다. 

교육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구성원은 사무실 복귀 후에 공유를 해야 하기에 더욱 집중해서 참여한다. 세미나가 끝난 후에는 공유를 위해 내용을 정리하고 재구성하고, 발표 준비와 발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일련의 반복 학습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히 알고 이해하는 것에서 실행해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게 만드는 학습 전이를 경험하게 된다. 간단하면서도 파워풀 방법이면서 심지어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이기도 하다. 

네 번째 방법은 학습조직을 구성하게 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학습조직은 앞의 세 가지 방법과는 다르게 팀장의 입김이 최대한 반영되지 않도록 수위조절을 하면서 시행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학습조직의 성패는 자발성과 지적 호기심이 좌우하는데 강제성을 띄는 순간 자발성과 호기심이 반감되기 때문에 팀장의 수위조절이 필수다. 평소 팀장을 잘 따르고 학습 의욕이 높은 구성원을 활용해 그가 주도할 수 있도록 물밑 작업을 해주면 된다. 

팀의 규모가 작거나 성원 구성이 잘 안되어 팀 레벨에서 진행하기 어려울 경우 상사나 HR 부서의 지원을 얻어 같은 부분이나 사업부 내에서 직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주제로 유도하여 학습조직을 구성하고 주기적으로 학습/공유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팀장은 자연스럽게 상사와 HR 부서 등에 구성원 육성에 신경을 쓰는 '개념 있는 팀장'으로 비치는 후광효과도 누릴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선배 구성원의 개입을 통해 후배들의 학습과 성찰이 일어나도록 엮어 주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멘토링이라고도 하고 직무와 직결된 경우 OJT라고도 하는데 명칭이야 아무렴 어떻겠는가? 신입 사원 등 주니어 인력이 있거나 직무수행 경험이 없는 구성원이 전입을 왔다면 해당 업무를 코칭해 줄 수 있는 선배 내지는 전문성이 높은 직원을 매칭 해줘서 일차적으로 커버하고, 팀장은 중간점검과 직무 수행과정에서 디테일한 피드백을 전달하는 걸로 역할을 분담하면 된다. 

이 방법이 잘 작동하게 되면 자연스레 팀빌딩도 이뤄지며 조직 문화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필자가 한 특강에서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 모대학에 계신 교수님께 들었던 말을 전하며 이번 장을 마무리한다. 

때는 바야흐로 1990년대 초반 중국과 막 국교정상화를 시작한 시기. 중국 대학에서 유학하던 교수님은 학비도 벌고 유학 온 중국 사회 돌아가는 것도 파악할 겸 짬짬이 한-중, 영-중 통역을 했었다. 90년대 초반 당시는 때가 때인지라 북미나 유럽권에서 중국에 유학 온 사람들이 워낙 적어서 한국인인 자신이 영미권 출신이 아니어도 영-중 통역까지 맡았다. 그런데 한국 기업에서 온 사람들과 북미나 유럽권 기업에서 온 사람들이 공식적인 업무를 마친 후 가는 장소가 확연히 달랐다. 

한국에서 출장 온 사람들은 업무를 마무리하면 한국 식당에 들러 술과 식사를 거하게 한 후 가라오케에 가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러대는 일정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북미나 유럽에서 출장 온 사람들은 대부분 공식 일정을 마치면 박물관이나 갤러리로 데려다 달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분은 그때 '수준 차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불현듯 이 이야기가 생각난 이유는 우리 기업이나 구성원도 이제는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올 해만 해도 BTS의 그래미에서 활약과 오늘 들려온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소식까지 전 분야에서 대중문화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기업 구성원 중에도 문화활동을 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으며 인문학에 대한 열정도 많이 높아졌다. 국내 기업 HRD에 오랜 기간 몸담은 사람으로서 여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문화적 식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도 나쁘니 않다. 하지만  팀 레벨에서 육성 활동의 기본이자 핵심은 '일을 통한 전문가 육성'이 처음이자 마지막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Knowledge to Action : 다양한 Industry에서 배운, 실질적인 성공 전략과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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