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_팀장의 매니지먼트_팀장의 인사관리
'내 후임자는 누가 적합한가?'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대략 팀장 몇 연차부터일까?
팀장마다 개인적인 이슈가 있고, 조직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명쾌하게 가르마를 탈 수 없는 이슈다. 조금 일반화시켜 생각해 보면 팀장이 된 후 처음 2~3년 차까지는 자신도 해당 직책에서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하기에 후임자 발굴이나 육성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때는 자신도 팀장으로서 전임자와 차별화된 존재감도 세워야 하고, 남다른 성과도 내어 상사들의 눈도장받는 게 급선무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조급하고 초조한 시기다.
그렇지만 비슷한 일을 몇 년 이상하면 일에 대한 융통성도 생기고 여유도 생기면서 신임 팀장 시절에 허둥대던 것들이 정리 정돈되기 시작하고, 자신의 미래, 경력 개발 등 개인적인 것들과 아울러 내가 맡고 있는 '이 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생긴다.
팀장이 자신의 후임자(HR에서는 Successor, 후계자라는 표현도 쓰지만 우리말 어감상 후임자가 적절하여 이하 통일)를 내정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사실 사기업이든 공기업 또는 공조직이든 사조직을 막론하고 후임자를 전임자가 마음대로 정하고 그 자리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내 후임자는 나는 관여할 수도 관심도 없는 이슈니 경영진이나 HR 부서에서 알아서 정해달라며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적절한 처신은 아니다. 나 몰라라까진 아니어도 '자신은 팀장이라는 책임을 맡고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시각도 일견 맞는 것 같긴 한데 영속성 추구라는 조직의 속성 측면에선 분명 문제가 있다.
팀장 입장에서 후임자 관리란 자신의 후임자를 내부에서 발굴하고 육성하여 결정적인 상황에 대비시켜 놓는 것이다. 자신에게 어떤 인사상의 이슈가 발생했을 때 후임자가 업무와 조직관리 등 팀장의 핵심 역할과 책임을 빠른 시간 내에 'AtoZ'까지 소화하게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빈자리를 최대한 느끼기 못하도록 하는 게 후임자 관리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후임자를 관리한다는 것은 팀장 입장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후임자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후임자를 추천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 추천 절차에 앞서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게 있다.
첫째, 회사(또는 사업부 등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조직)는 현재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미래도 밝은가?
아니면 사업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으며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한가?
그도 아니면 경쟁이나 생존을 위한 순위 싸움이 너무 치열하여 한 치 앞의 미래도 예측하기조차 힘든 지경인가? 등 외부적인 요인에 대한 상황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내외부 경영환경 속에서 해당 팀의 미래 역할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있은 후에 최대한 그에 근접한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둘째, 내부의 경영 현실과 변화도 살펴야 한다.
회사에서 원하는 팀장 상(Status)은 어떤 모습인가?
거창하게는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달성해 가는 과정에 적합한 팀장의 상(Status)은 어떤 모습이 적합할까?
미래 사업과 조직을 고려했을 때 회사에는 어떤 유형의 팀장이 적합한가?
즉,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갈 사람이 우선인가 아니면 전문성 높은 사람이 더 중요한가?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팀 빌딩을 잘하는 사람이 더 적합한가?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팀장이 지속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다른 유형의 팀장이 유리한가? 등에 대한 고민과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사내 이슈와 관련한 판단을 위해서는 HR 부서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팀장은 어떤 유형인지 또는 담당 임원(상사)이나 경영진이 원하는 직책자의 상은 무엇이고 해당 팀에 기대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확인해야 한다
셋째, 구성원 관점에서도 봐야 한다.
팀원들의 인적 구성(연차, 성비, 전문성, 기타 인구 통계적인 사항), 역량과 의욕, 팀과 직무에 대한 로열티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궁합이 잘 맞는(잘 매칭 되는) 것은 어떤 리더십 일지에 대한 관점 등 다각도로 들여다봐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구성원들이 팀장에게 기대하는 것(Wants)과 필요로 하는 것(Needs)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것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거시적인 시각에서 먼저 팀을 둘러싼 사내외 상황과 팀 내 구성원이 기대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적합한 후보자에 대한 탐색을 시작해야 한다.
사실 자신의 후임자를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초기에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함량 미달로 보인다. 아마도 자신에 대한 극도의 관대화 경향이 깔린 탓이리라. 필자도 그랬다.
A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이런 단점이 크게 보이고, B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저런 점 때문에 미덥지 못하고 등등 말이다. 문득 내게 처음 팀장 역할을 맡겼던 그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을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이르렀다. 그 관점으로 팀장 후보 중 한 명이었을 때의 나를 되돌아보니 나도 부족한 게 참 많은 사람이었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승진하여 처음 팀장을 맡는 신임 팀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넘길 경우에는 더 미덥지 못한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임 팀장들은 공식적인 리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지 어쩔지는 철저한 상상에 맡겨야 할 문제이고, 초기에 팀장으로서 하는 모든 행위는 서툴고 부족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조직이 탄탄하고 HR이 잘 뿌리내린 조직의 경우 선배들을 보면서 배우고 눈대중으로 익혔던 모든 것들과 HR 부서에서 제공해주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로 조금씩 간극이 메워지게 되고, 그렇게 선배에서 후배로 위 세대에서 아래 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필자도 처음 후임자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먹먹해짐과 함께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후임자를 선발한다는 건 내가 밀려난다는 의미인데…. 나도 벌써 조직에서 밀려날 때가 되는 건가?’
‘나보다 잘나고 유능한 사람을 후임자로 선점해 놓는다면 내 입지가 더 좁아지고 조직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더 빨리 다가오겠지?’
‘내가 만들어 놓은 성과의 토대와 부서 간의 네트워크 등을 이어받아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있기는 한가?’
‘내가 이 팀을 떠난 이후에 나보다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을 선발하면 내가 무능해 보이는 건 아닐까?'
'나보다 많이 떨어지는 사람을 선발하면 기껏 쌓아 올린 내 팀에 대한 인정과 평판이 낮아져 결국 내 과오로 돌아오는 건 아닐까?’
'나와 최대한 비슷한 사람을 추천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나와 많이 다른 사람을 추천하는 게 좋을까?'
수만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새롭다.
다음 편에서는 적합한 후임자의 조건과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후보자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얘기로 전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