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을 나오는 길목에서
전날 책에서 본 단어 나왔다고 좋아하던 너
지망하던 직렬은 붙었을까
눈 펄펄 내리는 고속도로에서
아등바등 입실시간 맞추겠다고 뛰어가던 너
행여 미끄러지지는 않았을까
기어코 따낸 면접 기회에서
말끔하게 정장 차려입고 머리 빗어 올렸던 너
하고 싶은 말은 다 털어놓고 나왔을까
빵 부스러기를 등에 이고 기어가는 개미떼를 통해
구둣발에 짓밟히는 운명을 본다
그거야, 어느 목표도 이루지 못해
땅바닥에 주저앉은 우리네 신세
개미떼는 태양만이 따를 길인 줄 안다
우리도 성공만이 따를 길인 줄 안다
몇몇은 짓밟히고, 몇몇은 그 시체들을 밟고 지나가는 가운데
눈은 소복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