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바다에서 다시 돌아온다 -소중한 것을 위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1952)를 읽고

by 벨라

『노인과 바다』(1952) <더클래식/이수정옮김>


10쪽 노인에게서는 희망과 자신감이 결코 가시는 법이 없었다.

25쪽 “그래도 난 요령을 좀 알고 투지는 있지.”

33쪽 바다는 인심 좋고 대단히 아름답지.

34쪽 바다는 늘 여자였고, 큰 호의를 베풀다가도 대번 거두어가는 존재였다.

37쪽 운이 따라준다면 나쁠 것 없지 하지만 정확하려고 더 애쓰겠어. 그래야 운이 찾아 왔을 때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겠나.

43쪽 나도 그런 심장을 가졌고, 내 손발도 녀석들 것과 다름없지 않나.

53쪽 “물고기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지금 내 꼴이 예인선 말뚝인 셈이로군.”

57쪽 누구든 늙어 혼자 있으면 안돼.

60쪽 뭐가 됐건 자신이 한 선택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고 있는 저 대단한 물고기의 힘이 노인이 양어깨에 걸머지고서 지탱하고 있는 낚싯줄로 전해져왔다.

74쪽 노인은 바다 저편을 바라보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깨달았다.

105쪽 그 아이가 곁에 있었다면 낚싯줄 타래에 물을 적셔줄었을 테지.

그래, 그 아이가 같이 있다면, 정말이지 그 아이가 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34쪽 희망을 품지 않는다는 것은 어리석인 일이야.

132쪽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이 말했다. “인간은 파괴당할 수 있어도 패배하지 않아.”

135쪽 너의 긍지를 위해서, 또 네가 어부이기 때문에 물고기를 죽인거야.

136쪽 어차피 세상 모든 것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또 다른 것들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151쪽 행운이 찾아오는 모양은 각양각색인데 누가 알아볼 수 있단 말인가? 하긴 요구하는 대로 값을 치를 용의가 있으니 어떤 모양이든 나도 좀 갖고 싶긴 해.

154쪽 그러나 노인은 상어 떼에 눈길도 주지 않았고 배를 몰아가는 일 외에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155쪽 “아무것도 패하지 않았어.” 노인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저 내가 너무 멀리 나갔기 때문이야.”

161쪽 자신과 바다만이 아니라 말할 상대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노인은 새삼 깨달았다.

163쪽 “빨리 나으셔야 해요. 제가 할아버지께 배울 게 많으니 많이 가르쳐주셔야 하잖아요.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그래.”

165쪽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바다에서 다시 돌아온다- 소중한 것을 위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나서, 넷플릭스 드라마 「서울 자가 대기업 김 부장」이 떠올랐다.

드라마는 대기업 통신사에서 25년간 한 번도 승진을 놓치지 않았던 에이스 김낙수 부장이, 어느 날 좌천당하고 결국 퇴사하면서 모든 것을 잃어가는 이야기다. 사기 당하고 서울 자가 아파트도 팔고, 형이 운영하는 세차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한때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차를 직접 손으로 닦으며. 진상 손님에게 혼나면서도. 삼각김밥을 먹으며 진짜 웃음을 찾아가는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다.

산티아고의 삶도, 김 부장의 삶도, 내 삶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영웅적인 투쟁을 거대한 무언가와의 싸움으로 상상한다. 산티아고에게는 거대한 청새치와 상어 떼였고, 김 부장에게는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두 이야기를 보고 나니 진짜 사투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매일 같이 해오던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버거워지는 순간, 예전만큼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 무언가 밀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 바로 그때 우리는 진짜 싸움을 시작한다.

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한 산티아고를 생각해 봤다. 그에게 정말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거대한 청새치를 잡는 것?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아니었다. 소년 마놀린이 보여준 따뜻함이었다. 그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이었다. 늙은 어부를 가족처럼 돌보는 소년의 마음, 그것이 산티아고를 다시 바다로 나가게 한 진짜 이유였다.

김 부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세차장에서 진상 손님에게 혼나면서도, 대리기사 일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 길을 걸어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자신을 믿어주는 가족이었다. "이젠 제가 있으니 천천히 달리셔도 된다."라고 마놀린처럼 말하는 아들,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아내, 그 따뜻한 가족 곁에서 느끼는 진짜 행복이었다.

우리가 끝까지 싸우는 이유는 거창한 성취가 아니다. 우리를 아끼는 사람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산티아고가 사자를 꿈꾸는 마지막 부분이었다. 몸은 늙고 지쳤지만, 그의 꿈속에는 여전히 젊은 날 아프리카에서 뛰놀던 사자들이 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그런 사자가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아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젊고 용감했던 그때의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사자를 꿈꾸는 한, 우리는 패배하지 않는다.

헤밍웨이가 말한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가 이해된다. 산티아고는 물고기를 잃었지만 패배하지 않았다. 김 부장은 서울 자가도, 대기업 직함도 잃었지만 패배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거대한 물고기의 뼈도, 부장이라는 직함도 아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정신이었고, 그들을 기다리며 걱정했던 사람들의 사랑이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모든 것을 잃은 것 같고, 뼈만 남은 것 같아도, 우리 곁에 남아있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사자를 꿈꾸는 우리 자신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 것이다.

삶이란 거대한 무언가와의 싸움이 아니다. 매일매일 작은 투쟁 속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고, 우리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마음속 젊은 사자를 위해,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것이 산티아고가, 김 부장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바다에서 돌아오는 이유다. 소중한 것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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