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경 Oct 30. 2021

페이스북 디자이너에게 물어보았다.

일이 아닌 소명을 찾아가는 길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릿속에 To-do list 가 시간별로 그려진다. 가사, 육아, 일, 공부를 넘나들며 오늘도 그 누구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짜증 내지 않고 평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계획들을 끼워 맞춰 본다. 대부분 날들의 계획은 실행  불가한 것이어서 잠들기 전이면 내일로 미루어지는 일들이 과반수이지만 나의 수첩 속 계획들과는 달리 내 삶을 인도하는 분의 걸음은 멈추지 않고 정확한 타이밍에 기막힌 일들을 이루어 가신다.


몇주전 주말 밤의 만남이 그러했다. 나의 계획이 무엇을 위함인지 어떠한 것에 마음을 두고 걸어가야 할지를 아주 분명하게 구체적으로 알게 된 시간.


동생의 친구이자,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하며 소식만 받던 분이 한 명 있었다. 어렴풋이 페이스북에 다닌다고 했고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들은 바 있던 분인데 이번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이 분께 한번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갓난쟁이 막내까지 세아이를 돌보는 워킹맘이시라 시간을 잠시라도 허락해주신다면 몇 분이라도 감사하고 어렵다 하셔도 정말 괜찮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흔쾌히 주말의 시간을 내어 주시는 게 아닌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548080


그래도 인스타로 안면도 있고 동생한테 서로 이야기를 들어서 인지 그리 어색함 없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아이스브레이킹이 되었을 무렵 민이 님께서 물어보셨다.



“왜 UX.UI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시려고 하세요?”



질문의 요는 이러했다. 이미 이쪽 커리어는 10년 전부터 급격히 수요가 늘어나서 해외에서도 모셔오고 부트캠프만 해도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었지만 이미 인력풀이 차있는 상태이고 성숙기를 지나 이제 서서히 지고 있는 영역이라고.


(그러고 보니 지금 여러 플랫폼들을 통해 UX.UI 디자인을 강의하시는 해외에서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이 경력10년 차가 많으시던데 다들 그즈음 채용된 케이스이고 지금은 UX나 UI로 비자까지 보장되는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


나도 과연 UX/UI 가 지금 얼마나 도전할 가치가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던 차였는데 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듣게 된 것이다. 기존에 UX와 UI 가 나누어져 일을 해왔으나 이 두 가지 영역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이 발생하면서 UX와 UI를 동시에 하나의 프로세스로 이어서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개발 쪽에 까지 이어서 매니징 할 수 있는 능력까지 요구되면서 Product Designer라는 이름으로 이미 통합되어 업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것


하지만 프로덕 디자이너는 내가 지금 당장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되므로 엔트리 레벨로, 작은 스타트업에서 UX부터 디지털 마케팅까지 (얕게) 다양한 커버할 수 있는 경력을 내세워서 최대한 빨리 (그래도…6개월에서 1년은 걸릴 듯 하나..) 업계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멘토님은 이미 웹 UX.UI 쪽은 이미 잘 구현되어 있는 윅스나 웹플로 같은 플랫폼이 많이 나와 있고 수요도 많지 않으므로 앱을 파고들되 앱에서도 필터 앱처럼 DB와 연동할 필요 없이 복잡한 로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보다는 커머스나 정보 고도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등의 앱을 프로젝트로 제작해 볼 것을 제안해 주셨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금부터 준비할 것 들에 대해 민이 님에 제안해주신 전략은 이러했다.


  

1. UI를 빠르게 멋지게 할 수 있도록 툴을 손에 익힐 것

    UX로 얻어낸 인사이트를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

2.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 방법론은 제대로 공부하되 얽매이지는 말 것

    막 공부를 시작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하는 이들의 가장 큰 실수가 현란하게 프로세스들을 나열하는 것인데 회사는 그래서, 왜, 어쩌라고 핵심만 말하기 원함

3. 문제 정의를 위해  Product thinking을 연습하기

    디자인은 날 위한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해 어떠한 문제든 논리적으로 파고드는 연습하기

4. 포트폴리오는 Problem statement 가 핵심

제품을 만들어 내려고 하지 말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파악해서 생각이 디자인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비중 있게 다루어라

내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 사회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포트폴리오 프로젝트에 스토리를 입혀라.

5. Communication Skill 이 가장 중요하고 지금 나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 하지만 일단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정돈이 되면 문제의 핵심을 주고받으며 일할 수 있으므로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연습이 필요. (장기적으로 튜터링을 받으면서 발전시켜야 할 부분)



현실적으로 상황을 직시하면서 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언을 주셔서 뭔가 해야 할 일이 또렷해지는 기분이었다. 더불어 정말 중요한 것. 일을 하면서 주객전도가 되면 안 되는 바로 그것. 나를 지키는 일,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나에게 주어진 소명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시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지금 내가 시작한 이 일이 내 삶 전체를 흐르고 있는 소명에 대한 맥락 속에 있다는 것이 느껴져 정말 감사했다.


내가 준비하는 데로 되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생각지도 않은 일로 지금 일을 찾아가는 여정이 막힐 수도 있지만 나와 비전과 핏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기 위한 과정임을 민이 님의 경험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페이스북에서 아이들과 함께 워크샵을 진행하는 모습 @중앙일보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UX/UI로 경력을 피버팅 하기 위해 매니저에서 평사원으로 큰 회사에서 작은 에이전시로 내려온 그녀는 얼마 뒤 페이스북에 오퍼를 받게 된다. 그녀에게 제안된 일은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아주 저렴한 전화로 facebook을 접하는 사람, 여성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중동 여성들의 문제를 facebook으로 해결하는 팀의 디자인 팀장이었다. 오래전부터 간직해왔던 여성과 중동지역에 대한 마음이 이곳으로 향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페이스북에 자살 피드를 올리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아가 자살 예방을 위한 프로덕드 디자인 팀을 리드하고 있다고 했다.

(이래저래 말 많은 페이스북이지만.. 이런 일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또 보네)


어쩌면 지금까지 직장생활 경험이 거의 전무한 나에게 ‘직업’이라는 개념 (혹은 고정관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업’ 대해 진정성 있게 일해 가시는 분들을 계속 만나가며 일에 대한 관점을 먼저 디자인하게 된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 시니라
(잠언 16:9)



계획은 하되 나의 의지로는 어떠한 일도 지속성을 가질 수 없음을 인정할수록 더 앞으로 나아가 있음을 본다.  막막했던 길에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무엇보다 같이 기도할 수 있는 멘토를 만난 날.


꾸준히 열심히만 하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UX/UI 디자인 공부 어떻게 시작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