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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경 Oct 26. 2021

마이 오렌지 프로젝트 5주의 기록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조용히 오랫동안 자신을 흘려보내는 사람이다. 내 성격 자체가 꾸준히 하는 것보다는 에너지를 집중해서 목표를 완수해 가는 것에 더 동기 부여가 되는 터라 더욱 그러한 듯하다. 그런데 이번 리부트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부러워하는 조용하고 끈기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성향을 그대로 닮은 일을 하는 곳을 만나게 된 것이다. 


천천히 걸어가는 곳. 슬로워크.

변화는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그 걸음이 지치거나 뒤처지지 않도록

변화를 만드는 곳들에 디자인과 디지털 솔루션들로 (우리나라 최고의 뉴스레터 플랫폼 '스티비'를 만든 곳!) 창의 적인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연결의 힘을 보여주는 그런 멋진 곳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슬로워크에 있는 다양한 서비스 중에는 소셜 섹터에 연관되어 있는 분들에게 검색으로는 잘 찾아지지도 않는 정보들을 모아 모아 뉴스레터에 담아 전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바로 오렌지 레터이다. (얼른 구독하세요 -> 클릭!)


문제 정의 © 심우경


이번 프로젝트는 슬로워크의 뉴스레터 서비스인 이 오렌지 레터의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쌓여온 사람들과 정보들을 모아 행동(기부, 가치 소비)을 이끌어 낼 플랫폼 (마이 오렌지)을 개발해 내는 것이었다. 



함께 한 사람들



함께 10주를 만들어간 팀원들.


프로젝트는 개발을 담당하는 20대 청년 2명과 기획과 디자인을 맡은 아줌마 2명이 팀을 이루어 진행하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청년들이 참여하게 된 것은 정말이지 큰 행운이었다. 말로만 듣던 MZ 세대와 같이 일하면서 이들의 지혜로움에 얼마나 감탄했던지!

나이는 스무 살 정도 차이가 나지만 취업에 있어 더 감도 떨어지고 정보도 부족한 아줌마들에게 청년 친구들의 도움은 실로 컸다. 넘쳐나는 정보들 중에 자신의 목표와 핏이 맞는 정보를 찾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고 끊임없이 즐겁게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그들을 통해 막연하기만 했던 사회로의 첫걸음을 비교적 수월하게 뗄 수 있었다. 


같은 나이로 같은 고민 가운데 참여한 아줌마 팀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앳홈 맘에서 다음 스텝을 준비하기 위해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많은 어려움들을 함께 나누고 의지할 수 있어서 외롭지 않게 프로젝트를 이어 갔다.


팀원들 모두 다음 스텝으로 취업을 염두해두고 있는 만큼,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알지 못하는 직무까지도 함께 경험해보자는 마음이었기에 잘 알지 못하는 UI 부분과 코딩까지도 경험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할 수 있는 분야의 직무를 찾을 수 있었다. 



함께 한 일들


실제로 업무를 시작하면 지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문적인 업무 역량이 요구되겠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뉴스레터 구독자를 웹사이트 이용자로 전환하기 위해 


1. 사용자의 경험을 탐색하고 그 안에 내재한 문제를 정의하여 (UX 디자인 파트) 

2. 디지털 프로덕트 (웹사이트)로 풀어내고 (UI 디자인 파트) 

3. 개발하는 것 (웹 개발)까지 


모든 과정들을 약식으로나마 경험해 보았다. 

덕분에 내가 평소 웹사이트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름 사용해 왔던 방법이 사용자 경험 디자인 (UX 디자인) 이였다는 부분을 알게 되었고 막연했던 취업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아... 물론 지금부터가 할 일이 태산이긴 하다...)


매일 빡빡하게 열심히 미션을 수행한 우리 팀. 칭찬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래도 나름 일에 대한 경험이 있다며 시작했지만 슬랙 같은 협업 툴 사용 경험도, 깃허브며 정보 구조도 같은 기본적인 용어들에 대한 이해도 완전 바닥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마음으로 모임 이외에 혼자 다시 공부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나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팀 프로젝트 일정에 불편을 드리지 않으려면 그래야만 했다. 떨어지는 자신감에, 부족한 잠에,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팀이 있어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헤매는 부분이 많지만 짧은 시간 안에 적어도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제 5주, 반을 달려왔고 그동안 기획에 머물렀던 사이트는 와이어 프레임을 거쳐 디자인 시간이 나오고 백엔드에서는 DB 설치를 들어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기 바빴던 한 엄마가 이런 일들의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정말 함께이기에 할 수 있었다. 엄마에게 일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 연대가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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