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하다가 문득 든 생각
고백하자면 난 요가 선생님을 미워했다.
내가 태어난 6월, 나에게 주는 선물로 동네 요가원에 등록했다. 요가 수업은 설렘보다 불안이 먼저 당도한다.
몸에 힘을 빼요.
욕심이 너~무 많아요.
원장 선생님의 말투와 행동은 너무 무섭다. 누군가에게 오랜만에 혼나며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 컵스카우트의 안나 선생님은 우리에게 미소를 쉽게 내어주시지 않았다. 혼난 적은 없었지만 혼날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이 오금을 저리게 해 1년을 겨우 활동하고 그만뒀다. 유난히 채찍보다 당근이 잘 맞았고 요가를 하며 그 사실이 아직도 유효함을 느낀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그간 어린 시절과 달라졌다고 생각한 성격의 변화는 관계의 변화였을지도 모르겠다.
10,,9,,8,,7,,
나의 신경은 오로지 원장님의 목소리에 가 있다.
요가는 길게 호흡하고 길게 버틴다. 그래서 끔찍하다. 카운트가 끝날 때까지 꼼짝없이 버티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 사람을 괴롭게 하는 건, 고통 자체보다 내가 이 고통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 같다. 여러모로 나에게 준 선물이 벌처럼 느껴지는 나날이었다.
땀은 머리에서 팔을 타고 흘러내려 매트를 짚는 손까지 미끌미끌하게 적셨다. 심지어 쿰쿰한 향을 풍겼는데, 오랫동안 빨래를 안 한 이불에서 나는 향과 비슷했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사람의 몸 상태는 묵혀둔 이불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어느 날 이 냄새가 신경 쓰여, 평소 안 뿌리던 향수를 뿌렸다. 바닥이 다 드러난 랑방의 메리미는 밀도 낮은 소리와 함께 내 손목과 가슴팍에 안착했다.
은은한 향기가 딱 요가 매트만큼만 번졌다. 투명하고 얇은 막이 덮인 기분이었다. 얼굴이 손목, 가슴에 가까워질수록 꽃향은 농농해졌다. 향기가 맡아질 때마다, 지금 몸을 다스리고 있는 건 선생님이 아닌 나라는 것이 감각됐다. 동작은 10초 뒤에 끝나지만, 향은 1초마다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찰나의 향기에 기대어 요가 동작을 버텨냈다. 어쩌면 가방 속에 늘 작은 향수를 챙겨 다니는 사람은, 자신의 안식처가 간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요가원 밖을 나오자 여름밤의 바람결에 잔향이 묻어왔다. 집까지 걸어가며 요가처럼 나에게 이롭지만 미루는 일들을 떠올렸다. 일찍 이부자리에 눕기, 머리 감기처럼 사소한 일부터 죽밥 모임 글쓰기. 브런치 도전하기처럼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 미루는 일들. 미적거림과 망설임으로 점철된 일상에 향기를 곁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에 실린 향기를 따라가다 여정 끝에 성큼 다다를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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