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치심
모두 벗겨 놓은 새빨간 마트료시카들
화단 위를 가로지르는 여자의 손바닥 가장 마지막 장미까지 구름 향이 나며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새 이불을 꺼내면 인형들이 꿈틀댄다 시선에 무르익는 아이들 아직 닿지 않는 모빌에 손을 뻗고 해피버스데이 투 유
아름답게 입술을 칠하는 여자 베개 옆으로 태어나는 샘 함께 터지는 필름 사진 매화 흐드러지는 향기, 종례를 울리는 차임벨
어린 아버지의 구둣발 소리가 멀어진다
초라한 꽃이 자라나고 가장 작은 인형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떠나는 건 마치 죄를 짓는 일 같아 달력을 넘길수록 커지는 섬에 다리를 놓는다
땀이 번지고 붉게 물드는 뺨 눈이 감기면 여자는 장미가 흐드러진 화단을 가꾸고 있다 우리 이십 년만의 폭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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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성동혁 보고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