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제목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언젠가 이와 비슷한 질문을 내가 나에게 던진 적이 있었고 친구와 대화한 적이 있었기에 그 친구를 떠올리며 추억하듯 책이 손이 갔다. 오로지 이유는 그것뿐이다.
저자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당신 자신과 결혼하겠는가?
“이 세상은 당신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세상이 당신을 사랑하기 전에 당신이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조용히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렇게 물어보세요.
‘나라면.. 나와 결혼할 수 있을까?’(p11)”
나라면 나와 결혼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가, 라는 질문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예쁘거나 잘 생기지도 않았고 학력이 높거나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격이 좋아서 남들과 잘 지내는 것도 아니고...라는 식으로 자신의 단점만 늘어놓는 사람이라면 아마 ‘결혼하겠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결혼이라는 비유로 질문을 하고 있지만, 이 책은 결혼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리, 치유와 같은 정신분석적인 내용도 아니다. 그녀가 만나온 사람, 혹은 그녀가 겪은 일상 속의 잔잔한 이야기가 수필처럼 담긴 책이다. 그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삶이나 사랑, 신념, 철학을 엿보며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생각하게끔 한다.
“사랑이라는 전쟁터에서 늘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루한 패잔병은 되지 말아야 한다.
지나간 사랑에서 교훈을 얻고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며
새로운 사랑에 대비해야 한다.(p83)”
사랑에서 성공이란 것이 있을까. 실패는 곧 이별을 의미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사랑의 실패가 이별이라면 성공은 결혼이 된다. 하지만 결혼은 끝이 아니다. 결혼은 새로운 시작이며 결혼도 끝이 있다. 사별이든 이혼이든, 정서적 이별이든.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성공이나 실패라는 구분은 무의미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다만 저자가 위의 문장에서 말하듯, 이별로 인해 자신을 비난하고 못난 점만 들여다보며 쓰러지는 패잔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사랑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첫사랑이 그랬다. 그때는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스트레스를 다스리지 못해 폭식으로 나를 괴롭히기도 했으며 저 높은 곳에 이상형을 그려 놓고 그 사람이 되기 위해 분 단위로 스케줄을 관리하며 살았다. 그러다 좌절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쓰러졌고 밑바닥까지 떨어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럼에도 그런 나를 좋게 봐주던 그는 결국 나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내가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그가 남긴 그 말은 그 이후로 내 삶의 과제가 되었다. 그 말의 의미를 그때는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약 20년 전 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 진심으로 나를 아껴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기준이 되었다. 나를 진심으로 아껴준다면 이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는 하나의 기준이 그였다. 그런 그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그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 책을 읽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만약 지금의 나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다. ‘나라면 나와 결혼할 수 있다’고.
“마음을 주면서 대가를 바라지도,
서운해 하지도 말자.
그저 참을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사랑일 뿐이니까.(p58)”
또 한 가지, 첫사랑이 나에게 준 선물은, 자기 자신보다 날 더 사랑해주고 아껴주었기에 그것이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었기에 나 또한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혼은 나와 무관하다 살아온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20년 전의 첫사랑이 나에게 준 선물 덕분이다.
아직도 나는 부족하다. 인간적으로도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관계에 있어서도 서툰 점이 많으며 아내로서도 무엇이 정답인지 몰라 고민할 때도 많다.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싶은 욕망은 크지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혼자였던 내가 가족을 만들고 그 가족 안에서 이제는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지 알고 싶다.
“목표가 없는 사람은 스스로 더 나아지고 싶어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조차 모른다. 이럴 때 가장 공허하고, 가장 위험하다.
(....) 실패해도 괜찮고, 참패해도 괜찮고, 연달아 패배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이다.(p105)”
나는 여전히 목마르다. 나의 단점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 그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나의 인생을 믿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맞게 가는 것인지, 이것이 최선인지, 타협인 건 아닌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지만 나는 내 인생을 믿고 나를 믿고 있기에 지금 이대로의 나에 만족한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