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이 책은 28편의 고전 문학 속 삶의 진리를 다룬 책이다. 고전 문학과 행복? 무슨 관계일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생의 전환점 (...) 어떻게 해야 내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답은 바로 ‘고전 문학’에 있다.(p243)”
행복한 상태란 것은 고통이나 불행, 슬픔, 고독하지 않다는 것일 게다. 반대로 고통스럽고 슬프고 고독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삶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뜻도 된다.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어떻게 보내는가로 우리는 내면의 성장을 이룰 수 있고 그 성장을 돕는 것이 고전 문학이기에 행복에 이르는 길은 고전 문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마음의 문제가 생기면 안으로 안으로 꽈리를 튼다. 점점 더 책 속에 숨어든다. 책에게 기대고 의지한다. 그렇게 나는 인생의 겨울을 견뎌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 간절함, 그리고 몰입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가 다르기에 한 마디로 방법론을 논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행복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복권 당첨처럼 짧은 한순간의 기쁨은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 지속적으로 계속해서 가질 수 있는 행복한 상태,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 생애를 간절함으로 가득 채워야 할 것이다.(p105)”
간절함이라는 단어가 깊이 다가온다.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것이 불행의 원인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정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바쁜가, 라고 묻는다면 핑계다. 나에게 부족했던 건 간절함이었다. 생각해보면 늘 그랬다. 간절함보다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며 포기를 먼저 배웠다.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 꿈에 대해 변명을 해오곤 했다. 그렇게 뒤로 미뤘던 숙제가 또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간절함. 간절함이 나에겐 필요하다.
# 절망, 방황
나는 자주 절망하고 자주 방황하고 자주 고통스러워한다. 평온한 날들은 평온함을 이유로 불안해진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친구는 말한다. 맞는 말이다. 생각을 하지 않아도 괴롭고 생각을 해도 괴롭다. 나라는 존재는 생각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방황’이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p126)”
자주 절망하고 자주 방황하는 이유,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를 끊임없고 묻고 마는 나. 그건 내가 나를 알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란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나는 그다지 욕망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 왔는데 유일하게 강렬하게 가진 욕망이라면 아마 ‘나를 알고 싶다’, ‘나 자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아닐까.
“삶은 그런 진통을 겪을 때마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를 얻는다.(p130)”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고통을 자처하는지도 모른다. 성장이 멈추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괴롭다. 어쩌면 나는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그러나 안다. 그 고통이 분명 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것을.
“인간은 누구나 앞으로 무슨 일을 겪을지 알 수 없기에, 순간순간 불안한 삶을 이어 간다. 하루하루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수많은 삶의 계단들이 각자에게 주어져 있다. 결국 이러한 불안정한 변화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엄청나게 달라진다.(p242)”
# 참된 행복
“참된 행복은 운명의 여신이 좌지우지하는 물질적인 것, 권력, 명성 그리고 육신의 쾌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데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p224)”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이 아닐까. 참된 행복이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데 있다’라는 이 말.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가 그토록 나 자신과 친해지고 싶고 나를 알고 싶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랬던 때도 있다. 평생의 목표가 행복이라고 말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행복은 그저 살아가면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보너스 같은 느낌이다. 나는 나를 알고 싶고 나를 나답게 대우하고 싶고 나와 친해지고 싶을 뿐이다. 그것을 저자는 ‘다스린다’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우리는 희망이 없이도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p193)”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나 노력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희망이 없어도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 말이 계속해서 마음에 맴돈다. 삶은 한 가지 색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관계들이 많을수록 이 색은 더 다양해진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친구로서, 동생으로서, 언니로서, 며느리로서, 등등의 관계들이 늘어날수록 삶의 색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늘 밝은 빛만 있지도 않다. 그림자도 함께 따라온다. 참 뻔한 말이지만 그게 인생이다. 그러므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희망 없이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이 말이 내게는 참 중요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