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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경 Sep 28. 2021

포메라더니… 믹스라구요? #4

모르고 당한 품종 사기,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펫샵에서 온 포메라니안, 아니 폼피츠



강아지 뚱이는 펫샵에서 왔습니다. 평소 백구 로망이 있었던 터라 품종은 됐고, 그냥 흰 털을 가진 작은 강아지면 됐습니다. 동생이 먼저 입양한 장모치와와 ‘뚜뚜 비슷한 몸집이길 원했기 때문에 시기와 맞물려 입양이 성사됐습니다.  어울려   있고 싸움도 일방적이지 않을  았는데 반전의 연속입니다. 뚱이는 중형견으로 폭풍성장 했고, 뚜뚜는 비교적 작은 몸집에도 서열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뚱이는 현재 몸무게 7kg로, 근육형 몸매를 자랑하며 매우 발달한 흉부가 특징인 수컷 강아지입니다. 최근 X-ray 검사 결과 간이 조금 비대하다는 소견을 들었는데, 실제 성격은  세상 최고 겁쟁이라고   있겠습니다.


계약서상 녀석의 품종은 '포메라니안'이었습니다. 사실은 '폼피츠(포메라니안+스피츠)'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정을 떼기도 힘든 수개월이 지난 이후였습니다.


새끼 강아지 시절 포메라니안과 폼피츠는 일반인이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합니다. 복슬복슬한 털, 귀여운 얼굴, 납작한 코 등 많은 면에서 똑 닮았지만 성장하면서 극명하게 갈립니다. 뚱이는 6개월 무렵 머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빨은 크고 튼튼해 플라스틱을 씹을 정도였고, 몸집도 점점 커졌습니다. 5kg을 돌파하고 안는 것이 버거워질 때 중형견이 틀림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큰 강아지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매우 저질스러운 체력, 내성적인 성향이 강아지의 에너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뚱이의 경우 한창 때는 1시간 왕복 산책을 한 뒤에도 하루 종일 공놀이를 즐겼습니다. 녀석과의 지난날을 복기하다 보니 혼란과 고난의 연속입니다.


사실 샤워시간은 과장을 더해 형벌입니다. 제 몸 하나 겨우 건사하는 주제에 움직이는 강아지를 붙잡아 구석구석 씻기고 항문낭을 비워냅니다. 틈만 나면 몸을 털어대는 강아지를 잡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나면 다음 과정이 기다립니다. 30분간 드라이기를 이리저리 움직여 털을 말려야 합니다.


드디어 뽀송하고 너무 예쁜 강아지가 눈앞에 서 있는데 한쪽 팔이 움직이지 않는 마법에 걸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대로 쉴 수는 없습니다. 씻지 않고서는 찝찝해서 견딜 수 없는 상태라는 걸 깨닫기 때문입니다. 터벅터벅 다시 욕실로 향하고 나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폼피츠와 생활하며 느끼게 된 또 다른 특성은 체온이었습니다. 폼피츠는 이중 모입니다. 서로 다른 재질의 털이 몸을 보호하는데, 방수와 보온에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령 나는 시원한데 녀석은 덥고, 나는 추운데 녀석은 시원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샤워할 땐 물이 잘 묻지 않아 고전합니다. 털갈이 시즌에는 어마어마한 털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콕콕 박히는데 최악의 경우에는 발바닥에 가시처럼 박히는 일이 발생합니다. 빼기도 어렵고 고통은 두 배입니다.


반려견을 들일 때 강아지 별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충분히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강아지 전문가들의 조언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품종 문제로 펫샵 측과 갈등을 빚는 것은 참 애매하고 힘든 일입니다. 확실하게 품종을 확인하기 위해선 1년을 넘겨야 한다는데 그동안 작고 소중한 강아지는 이미 성견이 되어버립니다. 넓은 의미에서 대표적인 품종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모르쇠로 일관하면 강제할 방법도 없습니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 항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면 남은 선택권은 환불 또는 추가 분양입니다. 적어도 3개월 이상 키운 강아지를 아무렇지 않게 보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당초 원했던 품종 강아지를 또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결과적으로 품종 사기를 당해도 구제 방법이 난해하고 어렵다는 것입니다.


평생의 가족을 들이는 일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펫샵을 고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품종이 살짝 다른 불운한 케이스가 여기 있습니다. 가정견도 있고, 유기견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와 기질과 특성이 맞는 강아지를 만나는 것이 품종을 고집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입양이라도 사랑으로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강아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단 1초면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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