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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경 Oct 28. 2021

그만 아프고 떠나, 아니 가지 마

너무 빨리 와버린 이별의 공포, 뻔한 결말

비단결 같은 털, 쫑긋 선 귀, 위풍당당한 꼬리까지 품위 넘치는 강아지계의 미(美) 견. 케이지의 수많은 강아지들 가운데 한눈에 반해 데려왔다는 이 강아지의 이름은 '뚜뚜'입니다.


7살 장모 치와와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똑똑하고, 매력 있는 강아지입니다. 그늘이 드리워진 엄마 얼굴에 생기를 되찾아주고 대화를 잃은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든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는 뜻일까요. 불과 함께한 지 7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녀석은 힘껏 불타올랐다가 한순간에 푹 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1분 1초가 생존과의 사투입니다. 유전적인 이유로 숨구멍이 작게 태어난 녀석은 아주 작은 날씨 변화에도 고통받았습니다. 추울땐 콧물이 기도를 막아 숨을 쉬지 못했고, 조금만 더워도 호흡이 버거워졌습니다. 때마다 힘들어 펄쩍펄쩍 뛰는 강아지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렸지요.


당연히 이 짧은 생애에 마음껏 뛰어본 일도 손에 꼽습니다. 어쩌다 컨디션이 좋아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이틀은 꼼짝하지 못했습니다. 증상이 심해 협착이 발생하기라도 하는 날엔 모두가 비상이었는데, 그 작은 강아지가 사흘 꼬박 '끅끅' 대며 앓아댑니다. 병원에 데려가도 해줄 수 있는 건 산소치료 밖에 없으니 제발 고통이 멈추길 기도할 수 밖에요.


그렇게 천천히 몸 상태가 악화되던 녀석의 상태가 올해 들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향긋한 봄내음이 가득한데 이 녀석은 작은 기쁨도 누리지 못했습니다.


엎드리면 숨이 쉬어지지 않으니 녀석은 계단에 낮아 하루 종일 멍하니 고개를 빼고 앉아있습니다. 약 5분쯤 눈을 지그시 감고 잠을 청하지만 이내 무거운 눈을 떠 몸을 세웁니다.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니 기운이 남아있을 리 없는데 그나마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을 주는 건 역시 음식입니다. 호흡이 가쁜 탓에 힘이 드는지 두 눈엔 항상 눈물이 가득 고였고, 인형 같던 얼굴은 급격히 늙어갑니다.



가족들은 녀석의 고통을 고스란히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숨통을 트여 주던 약도 효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슬프고 고통스럽다고 해도 녀석보단 덜하겠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살기 위해 가쁜 숨을 내쉬는데 그 마음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사료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모습에 당혹감이 밀려옵니다. 아직 이별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당장 오늘이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함께 말입니다.


살기 위해 절식해야만 했던 녀석. 좋아하는 간식이라도 마음껏 먹였다면, 좋아하는 산책을 하루 종일 마음껏 즐겼더라면 이렇게 가슴 아프지 않았을 텐데.. 이 작은 존재의 아픔이 너무 억울합니다.


우리 언젠가는 이별을 할 테지요.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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