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간 유치원 교사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문득 가족학을 깊게 공부하고 싶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13년 간 쌓아온 커리어가 물거품이 되는 미친 짓이라, 주변의 만류도 심했다. 하지만 내 욕심도 컸기에 반대를 무릅쓰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모든 걸 버렸다. 공부는 어려워서 헤맸고, 진학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무사히 석사 과정을 마쳤다.
어정쩡한 커리어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있던 내게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하는 원장 선배가 오후에 종일반 교사로 근무할 것을 제안했다.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흔쾌히 수락했다. 긴장과 설렘으로 일하던 3개월 차, 아침 일찍부터 선배에게서 "당장 나와 달라"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오후 출근이라 여유 있게 아침을 보내고 있었는데, 급하게 출근했다. 선배는 나를 보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큰일 났어. 7세 반 교사가 출근을 안 했어.
일주일 동안 방학 기간이었잖아?
사직서를 미리 써서 서랍에 넣어두고 잠수 탔네.
최근 들어 7세 반 교사가 이상함을 나도 눈치채고 있었다. 교실에 들어가면 혼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거나, 분명 아이들 틈에 있지만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 같았다. 이상하다는 걸 감지하고 있었지만, 나 살기 바빠서 외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일주일 방학 기간을 기회로 잠수를 타버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선배 이야기 끝 결론은, 당장 7세 반 담임교사를 구할 수 없으니 내가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지 3개월 밖에 안 된 생초보인 나에게 7세 반을 맡으라니 날벼락이었다. 한참을 망설였지만, 당장 담임이 사라져서 난감하게 된 아이들을 생각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제안을 수락한 난, 전쟁터에 던져졌다. 다행히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지만, 눈물과 절망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소문이 퍼지면서 6세 부모님들이 계속 7세 반을 맡아달라는 부탁까지 받게 됐다. 결국 원장님의 부탁으로 1년 더 근무했다. 부당한 대우도 분명 있었지만, 친한 사람이라 말을 못 했다.
결국 대학원 진학을 이유로 겨우 퇴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어린이집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거절하거나 잘 알아보고 수락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지만, 근무하는 내내 도망가 버린 그녀를 원망했다. 혼자 괴로워했을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이 방법밖에 없었는지 꼭 묻고 싶다.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다른 피해자가 생겼고, 아이들도 혼란스러워한 건 분명하니까 말이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 여전히 아이들과 지낼까? 20대 저질렀던 철없는 행동을 반복하지 않고 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