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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에 맞춰 대학에 오긴 왔는데..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이 없어도 괜찮아요

by 퍼플슈룹

대학원을 졸업하고 학교에서 강의할 때 일이다. 내 이력을 유심히 보던 학생 한 명이 면담을 요청했다.


"교수님, 저는 성적 맞춰 대학에 왔어요. 졸업하면 취업해야 하는데, 지금 전공은 맞지 않아요. 유학도 가고 싶고, 편입도 하고 싶고.. 집에서 반대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한 2학년 학생에게서 방황하던 내 청춘이 보였다. 하고 싶은 게 없는 학생들이 대다수인데, 희망이 보이는 학생이었다. 어쭙잖은 위로 보다 내 인생을 나누었다.


"그래도 감사한 건 하고 싶은 게 있네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걸 걱정하기보다,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봐요. 전혀 늦지 않았으니 조바심 갖지 말아요. 알잖아요. 나 같은 사람도 있는데 뭐."


강단에 서 있는 날 보고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해 내가 어떤 일을 감내하고 이겨냈는지 모르는 학생에게 내 말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진심은 전했고, 선택은 학생의 몫!


두어 달 후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제2 전공으로 중국어를 공부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할 게 많아졌어요. 교수님, 감사했습니다!"

활짝 웃는 학생 얼굴을 보니 덩달아 내 기분이 좋았다.




난 30년 가까이 롤러코스터 타듯 직업을 바꿨다. 내가 신기했는지 남동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나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니 후회가 없겠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다. 정작 난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건지, 꿈은 뭔지' 등 혼란스러웠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 순간마다 나에 대해 깊은 고민이 빠져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세상이 흔들릴 만큼 좌절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보다 당장 백수를 면하기 위한 결정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내 삶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다만 보다 덜 걱정하고 용기 있게 행동했더라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뿐!


어제 tvN 드라마 <서초동>이 종영했다. 각자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다 꿈을 찾아 떠나는 어쏘 변호사들의 성장을 보면서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몽글거림을 느꼈다. 난 지금도 꿈꾸고 도전한다. 비록 포기도 빠르고 끈기도 부족하지만,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고민인가? 나처럼 이것저것 하고 있지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헷갈리나? 그렇다면 고민과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집중해 보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해 보자. 답은 분명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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