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를 검사하기 전에 나는 내가 멍청한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다. 외우는 것도 잘못하고, 뒤돌아서면 까먹고, 뭐하러 왔는지도 잘 기억 못 하고, 일정도 관리 못하고, 기본 상식도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거 같고…. 그래서 배움에 목말라 있었고, 정보가 들어간 글을 읽는 걸 좋아했다.
그러나 그걸 기억할리가 있나. 문장도 머릿속에 제대로 안 들어오고, 억지로 욱여넣으려고 하니 자고 일어나면 나의 뇌는 리셋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늘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녔다.
“난 좀 바보야. 아는 게 별로 없어.”
나는 기초 상식이 부족했지만,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자기 위안을 하고 살았다. 24시간 풀로 돌아가는 뇌에는 온갖 판타지들이 펼쳐졌고, 잡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에 내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를 가끔가다 내놓기도 했으며, 아이디어를 펼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머릿속에 있는 망상을 그대로 글로 옮겨 놓기도 했으며,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ADHD를 알아보기 전에는 내가 그냥 바보이고, 주의력이 떨어지는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20년을 넘게 살아왔으니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실, ADHD와 지능은 별 관련이 없는 거 같다. 나도 바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검사해보니 상식·언어 부분에서 낮다고 나왔지 (놀랍지도 않다), 다른 부분에서는 보통과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나왔다. 특히 도형이나 공감각적인 능력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면서 선생님도 칭찬해주셨다.
이런 오해가 왜 생기는지는 알 거 같다. 남들이 보기에는 집중력도 없고, 산만한 데다가 남 말에 집중조차 잘 못하니 ‘저 사람은 지능이 낮나?’라고 생각이 들 테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그런 생각을 했을 거다. 그런데 ADHD에는 생각보다 고학력자도 많다. 전문직인 사람도 ADHD를 앓을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일반 사람보다 더 대단하다고 본다.
ADHD는 집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100퍼센트 이뤄내려면 200퍼센트 노력해야 했다. 일반 사람들이 100퍼센트 노력할 때, 그걸 따라잡기 위해서 2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다.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나도 알고 있다. 나도 고3 때 친구들을 따라 잡기 위해서 새벽 6시 반에 학교 가서 밤 10시까지 학교 독서실에 박혀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집중력이 낮은 나는 인강을 들을 때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3, 4번 반복해서 들어야 했고, 그렇게 해야 보통 수준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학력자에다가 전문직에 있는 ADHD 분들은 도대체 얼마나 노력을 한 것인가. 물론 타고난 머리도 있겠지만, 그 타고난 머리로 200퍼센트 노력을 했기 때문에 그 위치로 올라간 게 아닌가 싶다.
‘아, 저 사람 ADHD인가. 지능도 낮은 거 같고, 집중도 제대로 못하고. 거슬리네.’
나는 자주 이런 글을 보았다. 그런 글을 보자면 ‘아닌데! ADHD라고 지능 낮은 건 아니라고!’ 외치고 싶다. ADHD는 지능이 낮은 게 아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습관을 들여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을 경우도 많다. 그래서 ADHD 약을 먹고 늦은 나이에 시험에 합격하는 경우도 많고,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니까, ADHD를 앓지 않았거나 어린 나이에 발견했다면 진작 됐을 건데, 성인 때 알게 되어서 늦게 시작해버린 거다.
나도 늦은 나이에 알게 된 걸 후회한다.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고, 집중력이 높아지니 어느 순간부터 기억력도 좋아졌다. 내가 배움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는데, 배워도 잊어버리니 배움에 목말랐던 거다. 매번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왜 바보로 태어나서 이걸 외우지도 못하니.
그런데 기억력도 좋아지니 배우는 게 즐겁다.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즐겁고, 문제를 푸는 것도 즐겁다. 지식이 들어간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도 재밌다. 원래는 영상을 끝까지 다 못 봤는데,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며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처럼 ADHD를 앓으면 제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채 썩히는 경우가 많다. 지능은 높은데, 집중력이 없으니 성취감은 자꾸 박탈당하고 실패만 하니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거다. 무기력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자존감만 낮아진다. 행동은 점점 이상해지고, 뭔가 어리숙하게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지능이 낮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오해를 풀고 싶다.
ADHD는 지능이 낮은 게 아니다.
다 오해다.
지능이 높은 사람도 ADHD를 가질 수 있고, ADHD로 인해 그걸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