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민 Apr 30. 2022

적응이 된 건지 포기한 건지

예전에 써 놨던 글 업로드 합니다…!

#1

같이 일하는 분과 회사 앞 카페에 갔다.

2~3평 정도 되어 보이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었는데,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나중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계산대 아래에는 사장님이 모으신 피규어가 진열되어 있었다. 사실 피규어가 다 그렇고.. 일본 애니가 다 그렇지 않나... 루피, 쌍디, 조로와 함께 말도 안 되게 가슴이 큰 여성 캐릭터 피규어가 있었다.


테이크 아웃해서 나오자마자 동료는 내게 '정민님 피규어 봤어요?' 물었다. 나는 '네.. 봤어요ㅋㅋ' 대답했다. 우리 둘은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평소 이런 대화를 많이 나눴기에 두 마디만 나눠도 이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후, 동료는 다시는 그 카페에 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런 거북한 피규어를 진열해놓는 사람의 커피를 사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생각은 "음...."이었다. 물론 동료의 생각에 100% 동의한다.


높은 확률로 그런 피규어를 구매하여 자신의 가게에 진열해놓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류의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카페가 널리고 널린 을지로에서 굳이 그런 사람의 가게에 가서 음료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사실 난 피규어 보다는 그 카페의 녹차라떼가 맛이 없었으므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만약 그곳이 2,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아마스빈만큼 맛있는 녹차라떼 맛을 내는 곳이라면? 나는 거북한 피규어가 있다고 그곳에 가지 않았을까?


예전 같았으면 나도 그곳에서 나오자마자 엄청나게 욕을 했을 것이다. 지나가면서 그곳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피규어는 봤나?' 생각하며 속으로 흉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왜? 왜 그렇지 않을까?


#2


동료분과 대화를 하던 중, 오징어 게임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밥 먹으면서 오징어 게임을 틀었다가 징그러운 장면이 나오는 바람에 꺼버려 1화도 다 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워낙 화제성이 높으니까 언젠가는 꼭 볼 거라고 말했다.


나의 동료분은 오징어 게임을 절대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드라마에 여혐 요소가 너무 많아서 거북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오징어 게임 여혐 논란 관련 글을 보았다.

그 글을 보고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제가 된 창작물 중 그러한 요소가 없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창작물도 혐오와 관련해서 100% 떳떳할 수 없다.


물론 창작자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여혐 요소가 있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성이 높은 드라마를 본 사람을 욕 할 수 있을까? (귀찮아서 그 이후로도 오징어 게임을 안 보긴 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어딜 가든 흔히 접하게 되는 여혐 요소를 하나하나 거르기도 이젠 너무 귀찮고 흐린 눈 하고 사는 게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신념이 바뀌는 건 아닌데, 또 이건 바뀌는 게 아닌 게 아닌 것 같고…


분명 옳지 않을 걸 봤을 때 화내고 불매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면 난 언제까지 화내며 살아야 할까? 어떻게 끝맺음을 맺어야 할지 모르겠네… 예전에 써 놨던 글에 현재 생각을 덧 붙여서 올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원데이 와인 클래스에서 배운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