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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 Aug 11. 2022

어느 날 나를 찾아온 로나코

나만은 걸리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코로나가 나를 찾아왔다.

8월 7일 일요일, 외대 글로벌캠 국제사회교육원에 입소한 후 OT를 듣고 저녁도 먹고 심지어 운동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보다 심하게 코가 막혔고 그저 알러지약을 챙겨 오지 않은 나를 원망했다.

그냥 에어컨을 틀어서 그런가 보다.. 침구에 진드기가 많은가 보다.. 생각했다.

잠도 잘 못 잤다. 새벽 3시였나 깨서 화장실에 갔는데 코랑 목이 좀 아팠다.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설마.. 코로나? 생각했다.


일어나서 대충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체온계에서 체온을 쟀을 때도 정상 온도였다. 뭐 진짜 코로나는 아니겠지..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밥을 먹고 나와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확신했다.

준비성이 0 사람이라 당연히 나에자가 키트는 없었다.

운영진에게 전화를 해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그런데 혹시 키트를 얻을 수 있냐고 물었다.

키트를 받아서 서둘러 방으로 올라왔다. 침대에 앉아서 해보았는데 의심할 여지도 없이 아주 뚜렷한 두 줄이었다.


뒤늦게 들어온 룸메에게 “00 씨 어떡해요. 저 코로나 걸린 것 같아요.(사실 걸린 거 같은 게 아니라 확정)”라고 말했다.

룸메는 어떡하냐며 위로해 주었고, 본인은 한번 걸렸어서 괜찮을 거라고 했다.

나는 짐을 대충 싸서 자가 격리를 하기 위해 집으로 떠났다.

왜 아빠가 어딘가에 데려다주면 꼭.. 이렇게 될까?

남해에 갈 때도 아빠가 아침 일찍 터미널에 데려다줬건만 내가 제대로 확인을 안 한 탓에 다른 터미널로 가서 결국 버스를 놓쳤다.

이번에도 아빠가 용인까지 데려다줬건만 하루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괜히 아빠에게 미안하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열이 올랐다.

코로나 4일 차인 지금 떠올려 보면 이때가 가장 아팠다.

아픈 와중에 사람들한테 코로나 걸렸다고 떠벌리면서.. 위로 구걸한 건 좀 웃기다.


양주에 있는 병원보다 잠실환승센터 지하에 있는 병원이 더 사람이 적을 것 같아서 그쪽으로 향했다.

선생님께서 코를 쑤셔주시자마자 한 2분 후에 바로 양성이라고 하셨다.

약을 처방받으러 갔는데 약사 선생님께서 나한테 저 기둥에 붙어 있으라고 하셨다.

왠지 좀 서러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을 받고 1300번 버스를 타러 갔다.

양주에 도착했을 때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뚜레쥬르에서 빵을 포장 주문해서 그거 찾고 가느라 비를 다 맞았다.

입고 있던 후드 집업 모자에 물이 고였다.


집에 도착해서 오후부터는 줌으로 수업을 들으려고 했는데 열이 많이 나서 듣지 못했다.

그나마 화요일부터는 줌 강의를 들었다.

안 그래도 생소한 베트남언데 첫날 수업을 빼먹었더니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줌으로 들으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자꾸 울리고 학생들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모든 상황이 답답했다.(아직도 답답하다)


어쨌든 그렇게 화수목 꾸역꾸역 강의를 들었다.

베트남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사람이 방에만 있으니까 정신이 피폐해져서 공부에 집중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편한 내 집에 있는 건 좋지만 강의를 제대로 듣기 위해 차라리 빨리 용인에 가고 싶다.


아.. 그리고 오늘 ‘코로나 걸린 거 치고 너무 안 아픈데?’ 생각했는데

생각하자마자 미각이 좀 둔해진 것 같다. 아까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말 안 해주면 바닐라인 줄 알았을 듯…?(오버 아님)

아빠가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봤는데 미각이 둔해지니까 뭘 먹고 싶지가 않다.

그렇지만 아직 10시네. 지금이라도 야식 시켜달라고 할까..?


내일은 금요일이다. 내일만 강의를 들으면 토, 일, 월은 강의가 없는 날이다.

만약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면 강의 끝나자마자 뛰쳐나가서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겠지?

불금을 즐기지 못한다니 정말 코로나가 원망스럽다.

그리고 코로나 걸렸던 친구들을 잘 위로해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초등학교 때 신종플루도 걸렸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타미플루 처방해 준 거 보고 너 신종플루 걸린 거라고 비웃던 아빠가 생각난다.

그때도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하루 이틀 고열을 앓고 집에서 종일 컴퓨터만 했다. 학교에 나오지 말라니 별 수 있나..


목요일은 거의 다 지나갔으니 금, 토, 일 격리 3일 남았다.

남은 시간도 잘 버텨보자.. In my ro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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