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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다발 May 02. 2024

생의목적

오소희작가의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을 읽고

나보다 몇년 혹은 10년정도 더 산 언니들에게는 참 배울 것이 많다.

삶은,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삶의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은 마음에 이런 저런 모양의 흔적을 남기고, 성숙하게 한다.

'오소희'

이 언니의 생각과 선택과 삶에 대한 통찰을 풀어낸 글을 읽고 있으면 마치 삶의 '정답과 해설'집을 살짝 컨닝하고 있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인듯, 시집 인듯, 한 그녀의 신간을 읽고 있다.

나에게는 소설처럼도 느껴지고 자기계발서가 되기도 하는 언니의 책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반 정도 읽었는데 어제부터 내 머릿속을, 내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책의 내용 중 작가가 아람사리라는 곳의 여행 중 숙소에서 야비한 계산 법으로 여행자를 속이는 주인의 행태를 지켜 보았던 택시 기사가 천천히 입을 열어 한 말이다.

생의 목표는 서로를 돕는 것입니다.

서로를 섬기기 위해서 일해야 하죠.

하지만 방금 전 주인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일했습니다.

돈이란 제 아무리 많아도 결코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p118


얼마전 필사를 끝낸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오버랩이 되었다.

톨스토이는 세가지 질문을 던지고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동안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게 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랑"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한가지는 무엇인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

모든 사람은 그들이 자신을 돌보고 앞날을 게획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주인공 미하일은 깨달아 간다.


 나만을 돕기 위해 살았던 아니 적어도 생의 목표만은 그러했던 지난 40년을 떠나 보내었다.


새로운 생의 목표를 정립해야 할 때 인 것 같다.


"생의 목표는 서로를 돕는 것이다"라고 마음속에 선언하고 나니 모든 것이 명쾌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내 몸과 마음에 남은 아픔과 상처들에 대한 원망들...


그들을 돕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하나님이 나를 보내신 이유가 남을 돕기 위함이라 하면 그 중에 가장 많이 도와야 할 이들은 가족일 것이다.


 가족들로 인해 받은 상처와 힘든 시간들... 


내가 힘듦으로 해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도울 수 있었다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내 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도울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까다로우면 까다로울 수록, 그들이 나를 힘들게 하면 할 수록 나는 도울 것이 더 많아지므로 결국 내 삶의 과업을 찬찬히 실행하는 것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감사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생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아이를 열 명 낳고


부암동에 백 번 되돌아오고


마당의 흙 알갱이를 다 셀 만큼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나는 결코 원형의 시간을,


그 전모를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할 것을


열 겹의 망각 뒤에 간신히 한 겹 깨달을 뿐.


걸을 수 있는 날까지 걷겠지.


걷고 있으니 계속 만나겠지.


만나서 채운 것을


망각에 대한 저항처럼 다시 쓰겠지.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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