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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다발 May 02. 2024

5년만의 복직

 아이를 다키운 중년의 어른들은 늘 이야기한다.

아이 어린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매일 전쟁터로 출근하는 기분이었던 그때는 그 말을 으레껏 하는 말이려니 흘려들었다.

아직 아이를 다 키운것도 아니고, 어쩌면 이제 시작일 수도 있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이들은 이제 더이상 엄마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지지 않는다. 치열한 적응기를 한달이나 보낸 후에야 적응하게 된 유치원은 이제 휴일에도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하지, 요즘은 그때가 가끔 그립기도 하다.

 아이와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려면 36개월은 엄마가 끼고 키워야 한다는 육아서를 접한 어느날 했던 결심으로 첫째 아이를 만4세까지 가정보육을 하고 5살에 유치원에 보냈었다. 그 아래로 17달 차이나는 연년생 동생은 옆에서 덤으로 컸다,

 첫째는 늘 엄마가 놀아줘야 하고, 둘째는 엄마랑 살을 붙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짜증이 났던 그때.

 아침마다 아이 둘 데리고 산으로 공원으로 놀이터로 다니며 영원히 내 삶이 그렇게 이어질 것만 같아 도망치고 싶었던 그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

 천방지축 첫째와 갓난쟁이를 겨우 면한 둘째를 카시트에 앉히고 나면 진이 다빠지던...

 어떤날은 너무 정신이 없어 아이들 태운다고 잠깐 휴대폰을 차 위에 올려두고 그냥 출발하기도 했었다. (도로에 떨어져 다른차에 깔려 박살난 내 휴대폰...)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 화장실 볼 일은 항상 문을 열어둬야 했었고, 심지어 껌딱지 둘째는 무릎에 앉혀놓고 일을 봤다.

 그렇게 나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내려놓은 댓가로 두 아이가 어느새 인간의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을 기관에 적응시키고 2학기 복직을 결심했다.

 5년만의 복직을 앞두고 옷도 사고, 머리도 하고, 피부관리도 받고, 수업준비도 하면서 요즘은 아이들을 1순위에서 잠깐 밀어두고 있다.

 이제 아이들은 둘이서 노는걸 더 좋아하고, 저녁내내 음식하고 설겆이를 해도 가끔와서 나의 생존만 확인하고 자기들만의 놀이를 이어간다.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던 나의 존재감이 조금씩 옅어지면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삶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보다 더 사랑하는 어떤 존재를 위해 기꺼이 나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희생했던 그때가 나에게는 가장 빛나는 날이었던 것 같다.


 부모의 인생을 가장 빛내는 것은 아이들인가보다.


드디어 오늘은 5년만에 복직하는 날이다.

정말 전생에 내가 교사였었나 할 정도로 나에게는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이 둘을 낳았고, 길렀고, 나도 자랐다.

첫째아이 100일쯔음 책육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엇에 중독된 사람 마냥 손을 떨며 중고책 전집을 사고 책장을 넓혔다.

동시에 내 책도 읽기 시작했다.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끼고만 있을 뿐 많이 읽지는 못했는데, 아이들을 키우며 육아서, 자기개발서 등을 많이도 읽었다.

뻘겋던 핏덩이를 지 스스로 옷을 입고 벗고, 이제는 자기 마음에 안들면 엄마한테 말대꾸 까지 하는 아이들로 키웠다. 때로는 욱하는게 올라와 소리도 지르고 짜증을 내다가도 육아서 읽고 눈물 철철 흘리며 잠든 아이보며 사과도 하면서 지낸 5년동안 내 마음도 많이 자랐다.

 맞서야 할 때 담담하게 맞서고 피해야 할 때 지혜롭게 피하는 영리한 아줌마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내일부터는 엄마도 학교에 가야 해..." 라고 했더니 막내는 고개를 저으며 현실회피를 한다.

 그래 맞다. 이 아이들에게는 태어났을 때부터 한 순간도 내가 엄마가 아닌 다른 누구 였던 적이 없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엄마도 이제 단지 너희가 아닌 엄마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복직을 준비하며 나 자신만 준비했지 아이들에게 더 애정을 쏟지 못했던 것이 못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예전에 많이 잘해줬으니까, 5년동안이나 정성으로 키워줬으니까 따위는 안통하는데...

늘 지금 이순간 엄마의 애정을 갈구하는 것이 아이들인데... 


또 다른 나를 향한 첫걸음을 내 딛는 오늘인데,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자꾸 뒤를 돌아 보게 된다.

아쉬울 것 없이 휴직기간을 잘 보냈는데... 더 잘 할 수는 없었는데도 말이다...

 배려심 깊은 남편은 어제 아이들을 데리고 온 종일 나가 놀며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해줬다.

 늘 내 옆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나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 참 감사하다.


  아침이 파랗게 다가온다.

 어른이 되어서는 단추있는 옷을 입을 때 거의 실수를 한 적이 거의 없다.

 아이가 처음으로 단추를 끼우는 법을 배울 때 아무 단추나 손에 잡고 아무 구멍에나 넣기 시작한다.

 '첫 단추를 끼우는게 중요하다' 라는 진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오늘 나의 첫 단추는.

 1. 마음을 여유롭게 하기(긴장한 모습 들키지 않기)

 2. 아이들에게 서두르고 급해서 짜증내는 모습 보이지 않기

 3.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려하느라 내 생각 놓치지 않기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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