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사 B Feb 05. 2023

간편식 개발자의 비밀노트_팩피

6. 공장의 언어로 간편식 의뢰하기

8년 이상 제조업에서 기술이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 개발을 해온 나는 참으로 익숙해서 의식하지 못했지만, 스타트업에 이직해서 만난 셰프님분들, 매장 대표님분들과 소통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같은 식품업계 안에서도 외식과 공장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공장에 전달해야 하는 정보를 공장의 언어로 번역해서 메일을 보낸다. 공장에 보내야 하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1.     개발 제품의 희망 spec.

희망하는 유통방법(냉장, 냉동, 실온), 중량(g), 제품의 유형 등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특히 유통 방법과 중량이 중요한데, 유통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설비와 공정이 완전히 달라지며, 공장에서 보유한 소스 충진기로 포장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식품공전의 기준에 의한 제품의 유형이  해당 공장에서 취급하는 유형인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     매장에서 만드는 셰프님의 레시피와 소스 샘플 

공장에서는 중량을 기준으로 한 백분율(%) 배합비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본 배합비로 매장의 레시피를 재 작성 한다. 간혹 매장에서 개발된 레시피에는 oz 나 T와 같은 부피 단위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가급적 g으로 환산 및 수정해서 공장 측에 발송한다. 또한 사용하는 원료의 브랜드를 기입하여, 공장에 보유하고 있는 원료와 대조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원료 그대로 공장에서도 똑같이 사용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만 사용해야 하는 전용 원료가 발생되고, 그 원료는 공장 입장에서 소량구매라 단가가 비싸며, 대량 수급이 불확실하는 등의 운영의 어려움과 불리한 상황이 발생된다. 반대로 말하면, 공장에서 사용하는 원료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원료에 대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부족하거나 다른 맛은 또 다른 원료를 사용하여 그 공백을 채우게 된다.


3.     제품의 키포인트 

소스 샘플과 배합비를 전달했어도 맛과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공장에서 운영하는 원료를 최대한 사용하더라도, 이것만큼은 꼭 이 원료를 사용해 주세요!라는 포인트들이 있다. 

팩피 소스로 예를 들면, “라구소스에 사용하는 당근, 셀러리, 고기는 10mm 다이스 규격을 사용해 주세요.” 또는 “고수소스에 사용할 고수는 건조된 고수 파우더 말고 신선한 고수를 사용해서 만들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원료만큼은 별도 원료를 사용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예측해서 미리 공장과 협의해두어야 한다.


4.     주의사항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원료나 유통사에서 지양하는 원료가 있다면 미리 말해야 한다. 이런 원료를 사용하고 나중에 알게 되어 빼야 하는 경우(물론 그 원료 함량에 따라 다르지만) 소스 배합비를 다시 만들어야 할 수도 있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면 공장의 개발팀은 내가 전달한 정보와 샘플 소스의 품질을 참고하여 실험실 스케일의 프로토 샘플을 제작해서 준다. 이렇게 처음 받은 프로토 샘플 소스는 거의 90% 확률로 수정을 해야 한다. 매장에서 받아둔 소스와 비교 시식을 하면 맛이 유사한 듯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과정에 개발자의 메뉴에 대한 이해도와 음식에 대한 민감성이 필요하다. 이런 수정을 5회 정도 또는 그 이하 작업하면 어느 정도 유사해진다. 이렇게 되면 셰프님과 시식 미팅을 진행한다. 


5.     알아두면 도움 되는 팁

프로토 샘플 이후, 소스의 전체적인 방향은 유사한데 디테일한 점들을 수정해야 할 때는 구체적인 수정 방향을 제시하고 한 번에 여러 샘플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더 짜게 해주세요. 보다는 "염도를 10%, 20% 올린 샘플을 요청드립니다."라든지 신맛을 줄여주세요. 보다는 "신맛을 어떤 원료로 내나요? 환만 식초를 15% 낮춘 샘플과 와인 식초 10% 낮춘 샘플을 요청드립니다. "등으로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수정 가이드를 제시한다.

공장 개발팀 담당자가 여러 번의 실험을 시도한 후 만든 샘플은 영업사원을 통해 나에게 전달되고, 이것을 셰프님과 함께 시식하는 과정이 보통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소요된다. 이렇다면 한 번에 한 종류의 샘플을 받게 되면 5가지 샘플을 확인하는데 한 달이 넘게 걸린다. 그러나 한 번에 2~3가지를 요청한다면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샘플 한 개가 좋은지 안 좋은지 결정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샘플을 비교하며 시식하는 것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와… 이거 다 알려주면, 난 뭐 먹고살지? ㅋㅋ

작가의 이전글 간편식 개발자의 비밀노트_팩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