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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티니블루 Jul 10. 2022

한강에서 전기자전거 타던 날

한강으로 전기자전거를 끌 온 이유

장마와 무더위가 시작되기 직전의 여름, 집 앞 현관에서 먼지가 쌓여가고 있던 전기자전거를 끌고 무작정 한강으로 갔다. 수원에서부터 출발하는 일정이었기에 자전거를 끌고 1호선에 탑승한 후 신도림역에서 하차하였다. 이 날 목표로 정한 라이딩 코스는 신도림역 앞에 위치한 도림천에서 출발하여 여의도 공원을 지나 전기자전거의 배터리를 소진할 때까지 한강의 자전거길을 달려보는 것이었다. 


예전에도 한강에 놀러 갔을 때 자전거 대여해 여러 번 타보기는 했지만, 내 전기자전거와 동행하는 라이딩은 처음이다. 사실 전기자전거를 구매한 이유는 출퇴근을 하기 위함이었다. 6km 정도 되는 비교적 가까운 출근길이었지만 버스로 이동하자니 환승을 무조건 해야 하다 보니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이럴 거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전기자전거를 구입하게 되었다. 



전기자전거를 타본 후 느낀 매력은 기대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 그 느낌을 단순히 표현하자면 페달을 힘차게 밟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 같다. 마치 어렸을 적 할아버지께 자전거를 처음 배웠을 때 뒤에서 잡아주시던 느낌도 들어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다. 사회초년생의 한 달 월급 절반이 조금 안 되는 돈으로 큰맘 먹고 구매한 전기자전거지만, 충분히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으며 한강으로 내디뎠다. 자전거 페달에 전기동력을 더해주는 PAS(Pedal Assist System)를 가장 낮은 1단에 놓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확 트인 한강의 자전거도로를 달리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에 스치니 기분도 상쾌하고 만족스러웠다. PAS의 단수도 점점 올려가며 속도를 내었다.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속도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전기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강은 자전거 도로가 정말 잘 갖춰진 곳이다.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며 주변으로 보이는 한강의 경치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단순히 전기자전거를 시승하려고만 했다면 지하철을 타고 힘겹게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반 자전거를 탔을 때처럼 페달을 열심히 밟는 것에 쏟아붓는 노력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주변의 경치도 즐기게 되었고, 그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도 서서히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평소에는 매일 출퇴근으로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하기에 바빴고, 주말에는 집에서 방전된 몸을 회복하면서 시간을 다 보내버리곤 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의 진로를 어떻게 잡아가야 할지 집에서 가만히 생각하려고 하니 답답함은 여전하였고 오히려 고민만 쌓일 뿐이었다. 무언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곳이 바로 자전거를 끌고 한강으로 가는 것이었다. 전기자전거가 있으니 힘이 들 거라는 부담도 훨씬 줄어들었다.



그렇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어느덧 성수대교 앞까지 오게 되었다. 잠시 자전거를 정차해두고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았다. 넓게 펼쳐진 한강을 바라보며 내가 어떤 고민을 풀기 위해 온 것이고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려왔나 생각하게 되었다. 의외로 해답은 단순했다. 한강은 앞으로도 언제나 물이 흘러갈 것이고 나는 나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인생이 흘러가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후회 없이 선택하라는 스스로의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완벽한 해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으나 고민이라는 것을 단순하게 생각하니 너무나 쉽게 해결되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정말 아무 생각과 걱정 없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과 초록빛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강아지들, 한강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까지 모든 풍경이 내 마음에 평온함을 주었다. 이것이 한강으로 오게 된 이유이다. 또다시 마음이 답답하고 고민이 생길 때 한강에 전기자전거를 타고 올 거냐고 물어본다면 무조건 다시 올 거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도 나와 함께 한강의 도로를 열심히 달려주었던 전기자전거는 언제든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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