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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티니블루 Mar 16. 2022

책상 위의 작은 친구, 베타 이야기

베타를 키우게 되기까지


물고기 반려동물에 꽂히다

반려동물이라고 하면 어렸을 때부터 소소하게 키워본 것들은 많았지만, 오랜시간 정이 들 정도로 제대로 키워본 적은 없었다. 초등학교 입구에서 팔던 병아리나 비오는 날 길가에서 데려온 달팽이 정도?


식물을 키우는 것도 좋아해서 히아신스, 스킨답서스, 테이블야자 등 여러 종류의 식물을 키우고는 있지만, 반려식물은 특별히 교감을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던 내가 물고기라는 반려동물에 꽂히게 된 계기는 회사에서 시작되었다.

새로 입사한 회사에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내 자리가 정해져 있지도 않아서 제대로 꾸미지도 못한 초라한 상태였다. 다른 동료들의 테이블은 어떻게 꾸며놓았는지 궁금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한 동료분의 테이블이 유독 눈에 띄었다.


손바닥 만한 사각형 어항 속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조그마한 물고기. 컴퓨터 모니터 밑에 놓인 귀여운 어항을 구경하며 '이게 바로 물멍이구나'라는 걸 처음 느끼게 되었다. 동료에게 물어보니 그 물고기는 구피라는 종류의 열대어라고 하였다.


구피


반려동물을 키워보자는 생각은 여러번 했었지만 테이블 위에서 아기자기하게 키울 수 있는 물고기를 본 순간부터 마음 속에선 이미 물고기를 키워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찼다.




베타를 정한 이유

물고기를 키우기로 결정한 다음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회사 동료가 키우던 구피를 포함해 '키우기 쉬운 물고기', '입문용 물고기' 등등 다양한 키워드와 물고기 종류가 있었다.


구피는 나처럼 처음 물고기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격 면에서도 난이도 면에서도 다들 추천하는 종류였다. 그러나 구피가 끌리지 않은 이유는 엄청난 번식력과 치어(새끼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꺼림칙한 이유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무언가 반려동물이라고 하면 한 친구에게 집중하면서 키울 수 있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크기도 했다.


베타


그러던 어느날, 대형마트의 수족관 코너에 예쁜 물고기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퇴근 후 구경을 하러 갔을 때 시선을 끄는 물고기가 있었다. 지느러미를 찰랑거리며 혼자만의 어항 속에서 유유히 돌아다니는 물고기, 바로 베타였다. 빨간색, 파란색 다양한 색깔은 물론 지느러미 모양까지 다양한 베타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 순간 마음 속엔 이미 베타를 키워야겠다는 확신으로 가득찼다.


베타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후 여기저기 찾아보니 일명 '물 강아지'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주인과 교감이 잘 되는 물고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크기도 5~6cm로 관상용으로 키우기도 적당한 크기였다. 두 마리를 합사해서 키우면 싸움이 일어난다고 해서(암컷은 수컷보다 덜한 편이라고 한다.) 보통 한 마리를 키운다는 것도 내 선호도에 부합한 반려 물고기의 특징이었다.




베타 수족관에 방문한 날


무언가 관심있는 분야가 있으면 카페나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는 편이다. 베타라는 물고기 역시 그 매력에 이미 빠져서 정보를 나누고 있는 카페가 있었고, 여기에서 동네에서 베타를 전문적으로 키우고 판매하는 수족관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매장이 지하에 있어서 찾기는 어려웠지만 지도를 통해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매장 안에 들어선 순간 정말 많은 종류, 다양한 무늬의 베타들이 있었다. 사전조사를 통해 이미 플라캇 베타 암컷(지느러미가 작아 관리하기 쉬운 종류)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방문했는데, 같은 플라캇 베타도 색깔과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했다. 플라캇 종류면서도 하프문(반달모양 지느러미)의 특징을 가진 물고기도 있었고, 덤보(또는 빅이어 가슴지느러미가 발달한 종류) 플라캇 베타도 있었다.


매장 안에서 10분은 넘게 방황했던 것 같았다. 결정장애인 나에게 베타 한 마리를 고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십 번의 고민 끝에 다시 근본으로 기준을 세우자는 결정을 하였고,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의 베타를 고르자는 결정을 했다.


수족관에서 막 데려온 베타


그렇게 내가 분양한 베타 한 마리는 파란색 덤보 플라캇 베타였다. 양쪽에서 팔랑이는 하얀색 가슴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고 사파이어색의 비늘색을 가진 아이였다.



베타와의 첫 만남


베타를 분양한 날이 겨울이었기에, 혹시나 비닐 속에 담긴 베타가 추워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급하게 집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베타를 분양했다는 즐거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본격적인 물생활의 시작이었다.

베타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물고기들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무조건 깨끗한 물이라고 좋은 게 아니라 물고기가 살기에 적합한 물 환경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바로 물맞댐을 시작하였다. 물맞댐이란 물고기가 기존에 살던 수조의 환경과 새로 이사할 어항 속의 환경이 갑자기 달라져 쇼크사를 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원래 순서는 물고기가 담긴 비닐을 어항에 넣어 수온 맞댐을 한 이후 수질 맞댐을 하는 것이지만 미리 히터를 통해 물온도를 맞춰놔서 바로 다음 단계로 진행하였다.


준비물은 간단한데 콩돌(에어스톤)과 에어호스, 추가로 주사기가 있으면 같이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콩돌을 에어호스에 연결한 후 반대쪽 호스를 베타가 들어있는 컵에 놔두었다. 그리고 주사기를 호스에 넣어 당긴 후 물을 빨아들여 한 방울씩 컵으로 떨어지게 하였다. 처음엔 물이 잘 떨어지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물이 흐르는 쪽의 호스를 최대한 아래로 배치하여야 물이 방향을 따라 잘 흐른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진행한 후 베타를 어항에 넣었고 드디어 베타의 새집 이사를 무사히 마쳤다.

어항 속을 이리저리 헤엄치는 베타의 모습을 보니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힐링되는 순간이었다. 반려 물고기를 키우는 재미를 처음으로 맛보는 순간이었다.



손가락만한 크기의 베타가 어항을 헤엄치며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왜 베타가 인기있는 반려 물고기 중 하나이고 다들 그 매력에 빠져 열심히 키우는 지 알 것 같았다.


존재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존재, 내게 베타는 반려동물이자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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