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매번 입맛이 없이 지곤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선한 날씨에 몸이 나른해지니 무얼 해먹을 지 고민하는 것조차 귀찮아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봄이면 찾아오는 춘곤증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춘곤증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면 신체의 변화에서 피로감이 나타나는 게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무언가를 해 먹기는 귀찮은데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싶은 건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다. 다행히 봄에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일종의 치트키가 있다. 바로 봄나물이다.
입맛이 없거나 뭘 해먹을지 고민인 시기에 봄나물이라는 재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축복이다. 특히 봄나물은 어떤 요리를 해도 별미라는 게 큰 매력이다. 봄나물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무침이나 양념장이 되어도 훌륭한 반찬이 되고, 각종 요리에 봄나물을 넣기만 해도 요리의 맛이 훨씬 살아난다.
이번에 고른 봄나물은 달래이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면역력에 도움을 주고, 매운맛을 나게 하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무기질 외에도 철분까지 풍부해 빈혈에도 좋다고 한다. 평소에 철분이 부족해서 헌혈도 매번 못하던 나에겐 너무나도 훌륭한 식재료이다.
달래는 자체의 효능뿐만 아니라 맛도 좋은 봄나물이다. 찌개 같은 국물요리에 들어가면 심심한 요리에 향긋한 맛을 입힌다. 그만큼 어떤 요리와도 어울리면서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게 달래의 매력이다.
이렇게 훌륭한 봄나물인 달래를 넣어 오늘은 된장찌개를 만들어보았다.
달래 된장찌개
※재료(2인분 기준)
달래 한 줌
국물용 멸치 10마리 또는 건멸치 한 줌
물 800ml
된장 3큰술
고추장 0.5큰술
다진 마늘 0.5큰술
대파 조금
애호박 1/2개
양파 1/2개
버섯(종류 상관없음)
청양고추 2개
두부 반 모
※조리방법
1. 냄비에 물, 내장을 제거한 멸치, 썰어놓은 양파를 넣고 끓인다.
2. 애호박, 고추, 버섯, 달래 등 야채를 원하는 크기로 자른다.
3. 우려낸 육수가 끓으면 애호박, 버섯, 된장, 고추장, 마늘을 넣는다.
4. 한번 더 끓으면 두부, 대파, 고추를 넣고 조금 더 끓인다.
5. 마지막에 썰어놓은 달래를 넣어주면 완성.
찌개를 끓이면서 계속 간을 보기 위해 조금씩 맛을 보았는데, 마지막에 달래가 들어간 순간 좀 전까지 맛본 찌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요리가 되었다. 달래 특유의 향을 더해 단순히 구수하기만 했던 된장찌개를 좀 더 산뜻하게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해주었다.
차돌박이나 바지락 같은 대단한 재료를 넣은 것도 아닌데, 한 순간에 심심했던 맛을 놀랍게 변화시켜주는 달래는 봄을 담은 식재료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달래된장찌개를 먹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나의 고민도 매번 창의적이고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진로를 찾아가고 싶은 것이었는데, 무언가 거창하지 않더라도 자기 할 일에 충실해서 구성원 전체에 활력을 넣어주는 달래 같은 모습에서 나도 언젠가는 이런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