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과 초밥

엄마와 아이의 음식

by 민앤박

아이는 꽃게탕과 초밥을 무지 좋아한다.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니 임신했을 때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꽃게탕과 초밥이다. 매월 병원에 정기진찰을 받으러 갈 때면 근처에 사무실이 있던 남편과 함께 점심으로 초밥을 먹었다.


나는 늦은 결혼인데다 두 번이나 유산했다. 임신 초기 아이를 갖게 됐다는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겪은 유산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불임으로 유명한 A 병원과 한의원을 찾아 진찰을 받고 몸이 따뜻해지는 약을 지었다. 유독 손발이 차가워 겨울이면 장갑이 필수품이었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지를 입고 다녔다.

유산을 하고 나서는 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한동안 복대를 하기도 했다. 당시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한 동료의 조언을 듣고 실천했는데 그래서였는지 9개월 정도 지나 세 번째 임신이 이루어졌다.


세 번째 임신을 하고 나니 부서장께서 나를 불러 오늘부터 일찍 퇴근해도 좋다고 배려해 주셨다. 보고서 작성업무로 야근이 많았고 업무를 가리지 않고 해내던 내가 두 번의 유산을 겪고 나니 부서장께서 조금 미안했었나 보다. 나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이번에도 유산되면 남편 볼 면목이 없다며 강제로 퇴근을 시켰다.


그렇게 부서의 배려를 받고 퇴근을 했는데 갑자기 배가 고팠다. 자주 가던 근처 식당에 들어서니 아직 5시가 안되어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꽃게탕을 주문하고 물을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보글보글 맛있어 보이는 꽃게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깔끔한 밑반찬에 꽃게탕은 눈으로만 보아도 먹음직스러웠다. 군침이 돌아 밥 한 술을 떠서 입에 넣고 국물을 한 수저 먹었다. 담백하니 짜지 않고 좋았다. 꽃게를 집어 들고 열심히 살을 발라 먹었다. 한참을 맛있게 먹고 국물까지 싹싹 깨끗하게 비웠다. 다 먹고 나서 물컵에 손을 대려고 얼굴을 들고 보니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종업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멋쩍은 듯 웃으며 물을 마시고 계산대로 향했다. 카드를 내밀며 계산을 하려고 보니 헐!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2인분이었다. 왜? 종업원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는지 조금은 알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웬 아가씨처럼 보이는 여자가 와서 게눈 감추듯 2인분을 국물까지 싹 다 비웠으니 말이다. 그들은 내가 임신한지 몰랐을 테니까. 아기와 내가 합쳐서 2인분인데, 이 날처럼 꽃게탕을 맛있게 먹은 적이 없었다.


나는 얼른 계산을 하고 나왔다. 처음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임신 초기에 '게를 먹으면 아기가 잘 물어뜯는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아이가 어릴 때 이빨이 나려고 잇몸이 근질근질거릴 때면 손가락을 물곤 해서 그때 생각이 났다. 아이는 그때의 꽃게탕을 기억하고 있을까? 요즘 게를 발라서 먹어야 하는 것이 귀찮다고 하지만 여전히 꽃게탕과 초밥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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