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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앤박 Nov 14. 2023

신호등의 변신

남편과 점심식사를 하고 정발산을 걸었다. 여행을 다니느라 오랜만에 찾은 정발산은 어느새 낙엽이 떨어지고 곳곳에는 새 단장을 하기 위한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차가워진 날씨에 맨발 걷기는 무리다 싶어 트레킹화를 신고 걸었다. 맨발로 걷던 자유 대신 신발 속에서 온기를 느낀다. 천천히 산을 오르고 있는데 맨발로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 날씨에도 맨발 걷기를 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맨발 걷기의 효과를 누리고 있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것이겠지.


산에서 내려와 아침에 먹을 콩물을 사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섰다. 늘 보던 신호등인데 달라진 것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신호등은 길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초록색 신호에 깜박깜박 남은 시간을 표시해 보여준다.


그런데 오늘 신호등은 달랐다.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차량들이 달릴 수 있는 시간, 그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빨간색 신호등으로 알려준다.

추가적인 기계 설치 없이 생각의 전환을 통해 신호가 바뀔 때까지 초조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도록 안내한다.


'넛지'는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차장에 그어진 '선' 하나가 사람들에게 주차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게 만들고, 도로 위에 그어진 '선' 하나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작은 변화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위대하다. 돈을 많이 들이고서도 무용지물이 되는 행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 빨간 신호등의 숫자는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안정된 마음,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선사하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신호등의 작은 변화가 신선하게 느껴져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궁금해졌다.





#신호등의변신 #누구의아이디어일까  #빨간신호등숫자의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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