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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ctober Oct 21. 2020

바람이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여행 <타이베이>

대만 국립 중정기념관


제 첫 해외여행지였던 대만에 재방문했어요. 두 번째에는  어떤 느낌, 어떤 기분이 들지.. 오기 전까지 무지 설렜어요. 첫 여행 때는 여유롭게 머물며 가오슝, 타이완, 타이베이를 여행했는데, 이번에는 타이베이에만 머물게 됐네요.

타이베이에 왔는데 안 가면 섭섭한 중정기념관으로 시작했어요. 나는 세월 따라 흘렀는데, 흘러버렸는데 이곳은 여전하더군요. 여전히 평화로웠고, 편안했고, 따뜻했어요.

아쉬운 게 있다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함이었어요. 내가 여행하는 내내 그들을 떠올리고 있으니 나름 함께 하고 있는 거라고 그리 위안 삼았어요. 여러분들도 있으시죠? 맛있는 걸 먹고, 좋은 걸 보면 떠오르는 사람.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


화산 1914에 갔어요. 구석구석 돌며 산책하고, 애정 하는 밀크티를 한 잔 마셨어요. 공연도 구경하고, 멋들어진 인테리어 소품도, 수제 다이어리도, 찻잔도, 오르골도 구경했어요. 마음으로는 한 아름 사가고 싶었는데, 언제고 나는 또 이곳에 다시 올 거라는 걸 알기에 사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습관처럼 누군가에게 쓸 예쁜 엽서는 구매했죠. 저는 여행할 때 함께 오지 못한 이에게 그곳에서 산 엽서와 함께 그리움을 부치거든요.




룽산사의 낮과 밤


룽산사에 갔어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낮에도 저녁에도 방문했어요. 저는 여행 중에 뭔가에 꽂히면 반복적으로 가고, 먹거든요. 하하

룽산사 입구에서는 향을 나눠줘요. 향을 꽂고 소원을 빈 후, 절을 하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 대요. 그래서 간절한 마음으로 향을 꽂고 절을 하고 소원을 빌었어요.

이건 비밀인데 저는 이날 당신의 행복과, 평안을 빌었어요. 당신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안하다면 제 지분이 미약하게나마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마세요!




룽산사에 갔는데 안 하면 섭섭한 점괘를 봤어요. 점괘 결과는 48번, 대길이었어요.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니 기분이 좋았어요. 기다리고 있는 일에 대한 결과가 뭔가 잘 풀릴 것만 같은 그런 느낌 탓에요.




샹산 전망대 뷰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먹었어요. 이번 여행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샹산에 오른 지금이에요. 발이 부어 쪼리를 신고 샹산을 향했는데, 지도를 잘못 봐 3만보를 넘게 걸었어요. 잠시 잠깐이지만 발도 다리도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고진감래라더니, 결국 전 이 야경을 마주하게 됐어요. 이게 뭐라고 보자마자 눈물이 주룩 났어요. 뭐랄까 그간 힘들고 버거웠던 일상으로부터 탈출해 보상받는 것 같았거든요. 그간 내 고생은 이런 경관을 마주하고, 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함이었구나 싶어서.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췄으면 하는 순간. 오늘의 당신, 오늘의 시간, 오늘의 여유, 오늘의 걸음, 오늘의 장소, 오늘의 공기. 이대로 잠시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오늘의 행복을 좀 오래 만끽하고 싶거든요.




샹산 전망대에서 타이완 맥주


샹산을 잊지 못할 이유가 또 있어요. 손에 쥔 맥주를 가지고 높은 바위에 오르다 주머니 속 소지품을 와장창 떨어트렸어요. 순간 힘겹게 반쯤이나 올라와 발견한 명당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걸 어쩌나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주어서 건네주더군요. 너무 고마웠는데 여기서 감동받기는 일러요.

바위가 높아서 낑낑대고 있었는데 이런 제가 안쓰러웠는지 바위에 먼저 올라와있던 한 외국인이 손을 건네줬어요, 도움이 필요하냐면서 말이죠.

제가 받은 도움과 친절 때문에 평생 이곳을, 그들을 잊지 못할 거예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나의 친절로 어떤 한 곳을 평생 기억하게 만든 다는 건 너무 멋진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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