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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ctober Oct 20. 2020

당신의 사랑은 무슨 색인가

영화 <hungry, hearts>

주드와 미나 [출처 : 네이버 영화]


 
미나의 하늘색 사랑
 


설사병에 걸려 화장실이 급해 길에 있던 아무 음식점(석류 정원)이나 뛰어 들어온 주드, 회식 차 온 석류 정원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었던 미나. 그들의 첫 만남은 민망하지만 살짝 귀엽다. 생리현상의 강렬한 냄새를 첫 만남부터 선사하지만, 누군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될 놈은 무얼 해도 된다’고. 그런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첫 만남의 장소인 화장실은 청량한 하늘색 벽을 가졌다. 알콩달콩 사랑을 기대하기에 부족함 없는 색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왜 시작이 하늘색이었는지, 하늘색이 얼마나 공포스러울 수 있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의 주 컬러는 하늘색파란색이다.




다른 방향을 보는 둘 [출처 : 네이버 영화]



하늘색 사랑이라 표현해야 할까.



그들의 첫 만남 배경 색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 사랑의 결과물 중 하나인 아가의 태몽도 파란 배경이다. 어두운 밤, 총을 든 사내가 미나가 보는 앞에서 사슴을 총으로 쏴 죽인다. 하지만 사슴을 죽이기만 할 뿐 가져가진 않는다. 마치 미나에게 선물하듯 말이다. 그렇게 맑고 청량했던 하늘색은 점점 어두워져 파란색이 되고 남색이 되다, 그 끝은 어둠, 검정이 되어 버린다.

눈여겨볼 것은 단순히 컬러뿐만이 아니다. 촬영기법 역시 독특하다. '클로즈업'이 영화의 주 장면이다. 주로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데, 이 때문에 주인공의 감정을 좀 더 깊숙이 느낄 수 있다. 공포심이랄까, 긴장감 역시 클로즈업으로 충분히 표현해낸다. 장면 전환이 종종 있는데, 이는 긴장감과 공포심을 환기시켜 줌과 동시에 더한 긴장감을 얹어주기도 한다. 감독의 촬영기법은 미나의 특징과 심리상태를 아주 기가 막히게 표현한다.





결핍과 사랑
 
[출처 :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결핍과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다. 영화 속 주인공 미나와 주드는 뜨겁게 사랑한다. 결혼식 역시 남부럽지 않게 즐겁고 발랄하게 이루어진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처럼 '뜻밖의 임신'이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아기에 대한 태도는 상이된다. 총을 든 사내가 미나가 보는 앞에서 사슴을 쏴 죽이는 장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꿈이다. 미나는 길을 걷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점집에 들어간다. 점집에서는 태어날 아이가 ‘인디고 차일드’라며 미나에게 '비건'을 권했고, 미나는 그 사람의 말을 굳게 믿고 따른다.

어머니를 여읜 후, 아버지와의 관계도 석연치 않은 미나는 ‘가족애에 대한 결핍’이 있다. 이는 미나의 육아 방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과잉보호를 넘어서 집착에 가까운 모성애는 사랑이 아닌, 폭력과 광기로 보이기 시작한다. 결핍이 또 다른 결핍을 낳았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린 알게 모르게, 반복된 사랑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온전하다고, 굳건하다고, 영원할 거라 믿는 그 사랑이 영원할까?





사랑
 
주드와 미나 [출처 : 네이버 영화]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색이 있다. 사랑도 색만큼이나 다양하다. 참으로 다양한 여러 형태와 방식이 있다. 누군가 말했다. 뜨겁게 불타는 것만 사랑이 아니라, 함께 있을 때 재미있고, 편안함을 주는 것도 사랑이라고.

우리는 한 번쯤 의심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을 앞세워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랑은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상대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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