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19호실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19호실이란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말한다. 다른 이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온전한 나만의 곳. 그곳은 비밀의 방, 아지트가 될 수도 있고, 아가 때 자꾸만 들어가게 되던 어둡고, 쾌쾌하지만 꽤 편안했던 장롱 안, 넓진 않지만 나름 아늑했던 식탁 아래, 불 꺼진 방의 책상 아래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한 호텔방의 19호실이 될 수도. 이 외에도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며, '따뜻함, 아늑함, 편안함'을 안겨주는 공간이 그런 공간이라 말할 수 있겠다.
당신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는가.
소설 <19호실로 가다>의 주인공은 보수 좋은 광고회사에 다니던 전문직 여성이다. 그녀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 결혼 해 한 가정을 꾸린다. 결혼생활이 불행한 건 아니었다. 결혼 생활에 나름 충실한 남편과 아들과 딸, 쌍둥이를 낳았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정원 있는 집을 가졌으며, 집안일을 해주는 가사도우미도 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집안의 꼭대기 층 한 방을 자신의 방으로 만든다. 그러나 얼마 못 가 그 방은 그녀만의 방이 아닌 모두의 방이 되고 만다. 자신만의 공간을 잃게 되자, 그녀는 집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선다. 그곳은 빅토리아에 있는 한 호텔의 19호실이다. 그러나 그곳도 결국 들키게 된다. 남편은 그녀에게 애인이 생긴 것인지 묻는다. 그녀는 바람과 전혀 상관없지만 진실규명보다 오해받는 쪽을 택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진실을 말해 오해를 해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받는 쪽을 택할 때가 있다. 우리에게는 각자 지키고 싶은 자기만의 19호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해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