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un Feb 25. 2021

어린이라는 세계

우리 집에는 어른 두 명과 어린이 한 명이 함께 산다.
단순하게 보면 어른이 어린이의 두 배 인원이니 우리 집에서는 어른의 비중이 더 클 것 같겠다. 하지만 ‘어린이’라는 존재는 한 사람 분의 몫만 할 만큼 그렇게 희미하지가 않다.
우리 집 어린이는 많은 면에서 어른 두 명의 몫보다 크다.
예를 들면 말.
우리 집 어린이가 집에 오는 소리는 저 멀리 엘레베이터에서부터 알 수 있다. 웃음이 묻어있는 말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린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아이 얼굴을 보기도 전부터 웃음이 난다. 어린이에게는 꽁알꽁알 귀여운 소리가 늘 붙어있다. 아이가 집에 오는 순간부터 집 안의 공기는 달라진다. 아이는 생기와 함께 들어온다. 어찌나 할 말이 많은지 눈 뜨자마자 말을 시작해서 잠자기 직전까지 말을 한다. 어쩌면 저렇게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이 말을 하는 걸까. 참 신기하고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아이와 함께 살면서 알게 된, 나를 가장 경건하게 만들었던 것이 있다. 아이도 스스로 잘 자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잔소리 섞인 지나친 가이드가 없어도 아이는 자기가 좋은 방향으로 잘 자라기를 누구보다 원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 사실을 아이와 함께 살면서 알게 되었다. 어린이는 몸이 작을 뿐 여러 번 해보지 않아 어른보다 조금 서툴거나 느릴 뿐이다.
가끔 아이를 교정의 대상이나 본인들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p.41 어딘가 좀 할머니 같은 말이지만,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이런 데 익숙해진다면 점잖음과 정중함을 관계의 기본적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길 것이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p.45 나는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 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이 앞에서만 그러면 연기가 들통나기 쉬우니까 평소에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감사를 자주 표현하고, 사려 깊은 말을 하고, 사회 예절을 지키는 사람. 세상이 혼란하고 떠들썩할 때일수록 더 많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p.63 “밑에 모래 있으면 떨어져도 안 아파요.”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어른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